학생들 맘 속 크고 작은 아픔
보듬기 위해 이야기 써내려가
교단에서의 경험이 곧 글감
최근 다문화 소재로 책 펴내“초등학교 때부터 교사를 꿈꿨습니다. 교단에 서면서 아이들과 한 마음으로 생활하는 데 몰두했지요. 그러다 아이들이 직면한 크고 작은 아픔을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부모님이 없는 아이, 몸이 불편한 아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안타까운 마음이 쌓이고 앓다가 곪으면 동화를 지었습니다. 아이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를 동화에 담아 읽어줬죠.”
교직에 몸담은 지 40년에 접어드는 박경선 대구 대진초 교장.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주기 위해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글감 대부분은 교단에서 제자들과 생활하면서 얻은 것들이다. 때문에 그의 동화에는 ‘희망’ ‘배려’ ‘사랑’ ‘이해’ ‘용기’가 녹아있다.
최근 박 교장은 ‘아기 반달곰 친구 불곰’을 펴냈다.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지만 이들 가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과 이로 인해 상처 받는 아이들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졌기 때문이다. 불곰들이 자신과 다르게 생긴 아기 반달곰을 멀리하지만, 친해지고 싶어서 노력하는 반달곰의 진심을 알아채고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우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우리 반달곰은 반달곰대로, 그 애들 불곰은 불곰대로 모두 소중하게 태어났어. 뽐내는 건 남을 업신여기는 일이야.’ <‘아기 반달곰 친구 불곰’ 중에서>
그는 “이 동화를 접한 학생들이 적어도 나와 다른 친구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박 교장은 알려진 동화 작가다. 1993년 단편 동화 ‘동전 두 개’로 문단에 데뷔해 지금까지 동화책 18권을 출간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우수 도서로 선정된 동화집 ‘너는 왜 큰소리로 말하지 않니’, 대한출판문화협회 선정 가정의 달 우수 도서 ‘바람새’ 등이 대표적이다. 가장 애착 가는 작품으로 1995년에 펴낸 장편 동화 ‘신라 할아버지’를 꼽았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 문화를 가꾸기 위해 애쓴 윤경렬 선생님의 이야기다.
박 교장은 “동화를 쓰면서 반 아이들에게 읽어준 후 반응을 살펴 여러 번 고치고 다듬었다”면서 “이 작품을 완성한 후에는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을 들였다”고 귀띔했다.
“언젠가 아름다운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윤경렬 선생님의 이야기에 감동해 피아니스트 대신 미대 공예과에 진학했다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한 아이의 꿈을 바꾼 ‘신라 할아버지’, 그래서 더 특별합니다.”
박 교장은 더 많은 교사들이 교육에 동화를 접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대구교대 대학원 아동문학과 강의를 맡아 현직 교사들을 대상으로 동화 쓰기를 가르친다. 함께 수업한 교사 가운데 한 해에 한 명을 문단에 데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는 “세상이 아무리 교권을 짓밟고 스승을 존경하지 않더라도 우리 교사는 아이들의 영혼을 키우는 최고의 교육자라는 자긍심을 잃지 말자고 후배 교사들을 위로하고 싶다”고 했다.
“동화작가보다 선생님이라는 이름을 더 소중하게 여기면서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생활하는 것 자체가 바로 동화이기 때문이죠. 이들의 가슴 속에 따스한 선생님으로 남고 싶습니다. 일 년 밖에 안 남은 교직 생활… 아이들과 교감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 자리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은 베풀고 나누는 것뿐입니다.”
박 교장은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하면서 받은 인세(印稅) 모두를 제자들을 위해 쓰고 있다. 전교생에게 생일 선물로 동화책을 건네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에겐 남몰래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천생(天生) 교사’라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