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편향(偏向:한 쪽으로 치우침)
“주는 영이시니 주의 영이 계신 곳에는 자유가 있느니라.”(고린도후서 3:17)
최근(2023년 4월) 믿기 어려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아마 한국 사람들은 신문이나 유튜브 등에 난 소식을 들었을 것입니다. 내용인즉, 대구 시립예술단이 2023년 5월 재개관을 앞둔 구청 공연장에서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합창’를 연주하려고 계획했는데, 이 계획을 취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 이유는 대구시 산하에 있는 ‘종교화합심의위원회’가 ‘환희의 송가’가 종교 편향적인 곡이라며 공연을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이 심의위원회 위원이 9명인데, 규정에 단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공연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이번 베토벤 ‘환희의 송가’도 심의 위원 중 한 사람(불교 대표)가 이 곡 중에 ‘신(神:God)’이라는 단어가 나와, 종교 편향적이라며 반대를 해서 결국 부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대구에서는 이 위원회의 일부 위원의 반대로 헨델의 ‘메시아’ 공연도 취소된 바 있습니다.
이에, 대구의 음악인, 음악 애호가들은 2023년 4월 20일, 대구 동성로에서 대구시 종교화합위원회가 베토벤의 9번 교향곡 연주를 금지한 일에 대해 비판하며, 고전 예술 상당수가 종교나 신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다, 세계적 거장의 작품을 종교적 이유로 감상할 수 없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성토하였습니다.
우리는 대구 사태에 대해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미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구라파는 물론 러시아, 그리스 등지가 지난 2,000년 동안 기독교 문화권에 속하였고, 거기서 나온 거의 모든 음악, 미술, 조각, 연극, 희곡, 문학 작품이 기독교적 요소가 들어가 있습니다.
대구의 경우처럼 종교색을 배제하고 전혀 종교색이 없는 음악, 미술, 조각 등의 모든 작품을 찾으면, 이제 우리는 서구의 거의 모든 예술을 배제해야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입니다.
그럼 한국의 전통 예술, 음악, 춤, 미술, 문학 등에 종교적 색체가 조금이라도 들어가 있으면, 연주를 할 수 없는 게 아닌가요? 기독교적 요소가 있으면 불교나 무교에서 반대하고, 불교적 요소가 있으면 기독교에서 반대하고, 유교적 요소가 있으면 기독교와 불교에서 반대하면 도대체 무슨 음악과 미술과 문학과 드라마가 연출될 수 있을까요?
온 세계가 대 음악가로 추앙하면서, 베토벤의 곡을 연주하는 세상에 ‘신’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다고 연주를 하지 못하게 하면 ‘신’자 들어간 모든 음악은 연주곡에서 빼야겠네요.
온 세계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교향곡을 한국에서만, 그것도 대구에서만 연주를 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 지나가던 소가 웃겠네요. 오늘날 지구촌 세상에 살고 있는 인류는 서로 다른 문화를 공유하면서 감상하고, 즐기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않습니까?
헨델의 메시아처럼 본격적으로 예수님의 일생을 그린 오라토리오는 타 종교인들이 볼 때, 기독교 편향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메시아 중에 나오는 Hallelujah는 비단 기독교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과 음악인들도 연주하고, 감상하는 세계적 명곡입니다.
종교적 편향을 따지는 편협한 마음으로는 진정한 예술을 감상하거나 연주할 수 없습니다. 예술은 예술로 인정해야지, 거기 종교라는 안경을 쓰고 보면 안 됩니다. 수많은 대구 시민들이 듣기 원하는 세계적 교향곡을 단 한 사람 때문에 들을 수 없어서, 다른 도시에 가서 들어야 한다면 이것은 참으로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술은 마음의 문을 열고, 예술 그 자체로 감상해야지 단어 하나 때문에 제외 시켜야 한다는 사람은 예술이나, 음악을 논할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지금이라도 대구시는 이런 편협한 사람을 제외시키고, 또 그 위원회의 규정을 고쳐 다수결로 해야지, 화백(和白)제도도 아니고, 만장일치가 돼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도 아닙니다.
바울 선생은 말씀 하셨습니다. “주의 영이 계신 곳에는 자유가 있느니라.”(고후 3:17) 자유인은 편협한 사람이 아니고, 포용의 사람입니다. 우리 모두 주님 안에서 자유를 향유하며 살아갑시다. 샬롬.
L.A.에서 김 인 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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