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요즘은 경미범죄의 비범죄화라고 하여 벌금형을 대신하여 전과자가 되지 않는 과태료로 대체하는 경우에도 많이 쓰인다.
가끔은 징벌적 성격의 과태료도 눈에 띄는데 벌금은 징역형과 균형을 맞추느라 큰 금액을 과하지 못하기에 과태료로 전환하여 엄청난 액수의 금액을 부과하기도 한다.
수천만원의 과태료도 흔하다.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는 조사의 거부 기피 방해에 대하여 2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였다.
문제는 과태료 부과 및 징수절차이다.
벌금은 형사소송이라는 엄격한 소송절차가 수반되고 그 과정에서 피의자의 인권보호에 만전을 기하고자 한다.
과태료는 비송사건이라서 소송형태가 아니다.
과태료부과에 관한 일반법이었던 비송사건절차법을 본다.
먼저 제1편 총칙의 규정.
제10조(「민사소송법」의 준용) 사건에 관하여는 기일(期日), 기간, 소명(疎明) 방법, 인증(人證)과 감정(鑑定)에 관한 「민사소송법」의 규정을 준용한다.
제11조(직권에 의한 탐지 및 증거조사) 법원은 직권으로 사실의 탐지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증거의 조사를 하여야 한다.
제13조(심문의 비공개) 심문(審問)은 공개하지 아니한다. 다만, 법원은 심문을 공개함이 적정하다고 인정하는 자에게는 방청을 허가할 수 있다.
제14조(조서의 작성) 법원서기관, 법원사무관, 법원주사 또는 법원주사보(이하 "법원사무관등"이라 한다)는 증인 또는 감정인(鑑定人)의 심문에 관하여는 조서(調書)를 작성하고, 그 밖의 심문에 관하여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조서를 작성한다.
제15조(검사의 의견 진술 및 심문 참여) ① 검사는 사건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하고 심문에 참여할 수 있다.
② 사건 및 그에 관한 심문의 기일은 검사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제16조(검사에 대한 통지) 법원, 그 밖의 관청, 검사와 공무원은 그 직무상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재판을 하여야 할 경우가 발생한 것을 알았을 때에는 그 사실을 관할법원에 대응한 검찰청 검사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제17조(재판의 방식) ① 재판은 결정으로써 한다.
② 재판의 원본에는 판사가 서명날인하여야 한다. 다만, 신청서 또는 조서에 재판에 관한 사항을 적고 판사가 이에 서명날인함으로써 원본을 갈음할 수 있다.
③ 재판의 정본(正本)과 등본에는 법원사무관등이 기명날인하고, 정본에는 법원인(法院印)을 찍어야 한다.
④ 제2항에 따른 서명날인은 기명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다.
제18조(재판의 고지) ① 재판은 이를 받은 자에게 고지함으로써 효력이 생긴다.
② 재판의 고지는 법원이 적당하다고 인정하는 방법으로 한다. 다만, 공시송달(公示送達)을 하는 경우에는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따라야 한다.
③ 법원사무관등은 재판의 원본에 고지의 방법, 장소, 연월일을 부기(附記)하고 도장을 찍어야 한다.
제20조(항고) ① 재판으로 인하여 권리를 침해당한 자는 그 재판에 대하여 항고할 수 있다.
② 신청에 의하여만 재판을 하여야 하는 경우에 신청을 각하한 재판에 대하여는 신청인만 항고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제4편 보칙에서 과태료재판에 관하여 몇개의 조문을 두었다.
제247조(과태료사건의 관할) 과태료사건은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과태료를 부과받을 자의 주소지의 지방법원이 관할한다.
제248조(과태료재판의 절차) ① 과태료재판은 이유를 붙인 결정으로써 하여야 한다.
② 법원은 재판을 하기 전에 당사자의 진술을 듣고 검사의 의견을 구하여야 한다.
③ 당사자와 검사는 과태료재판에 대하여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항고는 집행정지의 효력이 있다.
④ 과태료재판 절차의 비용은 과태료를 부과하는 선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선고를 받은 자가 부담하고, 그 밖의 경우에는 국고에서 부담한다.
⑤ 항고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을 인정하는 재판을 한 경우에는 항고절차의 비용 및 전심에서 당사자가 부담하게 된 비용은 국고에서 부담한다.
제249조(과태료재판의 집행) ① 과태료재판은 검사의 명령으로써 집행한다. 이 경우 그 명령은 집행력 있는 집행권원과 같은 효력이 있다.
② 과태료재판의 집행절차는 「민사집행법」의 규정에 따른다. 다만, 집행을 하기 전에 재판의 송달은 하지 아니한다.
형사소송은 원고인 검사와 피고 및 그 변호인 간에 치열한 공방을 거쳐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려고 하는 반면 과태료는 법원이 비송사건으로 다루므로 판사가 일방적인 과태료재판을 벌여 금액을 정한다.
원고와 피고 개념도 없고 행정관청이 끼어들 여지는 더욱 없다.
과태료부과사건은 위 법률 제11조에 나온대로 직권탐지주의에 의하기에 법원이 인지하여야 재판이 개시된다. 법원은 행정부와의 접촉을 병적으로 꺼리기 때문에 사건을 인지할 방도가 없었다. 행정부 말단 공무원이 법원에 과태료 부과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알리는 것도 거의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 덕분에 대다수 과태료 조항은 집행여지가 없어 사문화되었다.
설령 과태료재판이 열린다고 해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판사 혼자서 결정한다. 검사가 끼어들 수는 있지만 검사라고 별다른 정보가 있을 리 만무하고 행정공무원들이 무서운 검사에게 위반행위를 제보할 리도 없으며 검사 역시 하찮게 여기는 일반직 공무원들의 걱정을 덜어주려고 대형 형사사건에 드는 시간을 쪼개 과태료 부과사건에 신경을 쓸 리도 없었다.
행정부에서는 경미범죄의 비범죄화 일환으로 형벌의 과태료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하였는데, 이는 행정법의 영역에서 검사 등의 역할을 기대하지 않거나 자신들의 역할을 늘려보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
그러나 과태료재판이 위와 같은 꼴이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웠다.
행정부는 과태료에 대하여 자신들의 부과하고 이의가 있으면 자신들이 개입하기를 원했다.
그렇게 되면 과태료는 사실상 행정처분화하고 불복은 행정쟁송으로 다투게 되어 버리는데 이는 검찰의 입장에서는 수용할 수 없는 권한박탈이었다.
그래도 법제처는 대통령까지 움직여 집요하게 추진한 결과 일부의 양보를 얻어냈다.
그리하여 얻어진 것이 종전의 개별법에 의한 과태료 부과 징수 절차였다.
표준적인 모델을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제41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과태료는 통계청장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부과·징수한다.
②제1항에 따른 과태료 처분에 불복하는 자는 그 처분을 고지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부과권자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③제1항에 따라 과태료 처분을 받은 자가 제2항에 따라 이의를 제기한 때에는 부과권자는 지체 없이 관할 법원에 그 사실을 통보하여야 하며, 그 통보를 받은 관할 법원은 「비송사건절차법」에 따른 과태료 재판을 한다.
④제2항에 따른 기간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과태료를 납부하지 아니한 때에는 국세 또는 지방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한다.
여기에서 보듯이 과태료는 일단 행정관청이 부과 징수하도록 하였다.
부과를 받은 상대방은 이의제기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강제징수를 당하게 된다.
그러나 일단 이의가 제기되었을 때가 문제이다.
이 경우는 바로 과태료재판으로 전환되는데 그 결과로 행정관청이 부과한 과태료처분은 부과 자체가 없었던 일로 되기 때문이다.
만약 당초의 부과가 유효하다면 행정행위의 일반적 효력에 따라 공정력 불가쟁력 불가변력 둥이 발생하며 이의가 제기되면 행정쟁송에 따라 부과관청은 피청구인 내지 피고인의 지위에서 자신의 처분이 정당한 처분이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과태료재판은 원고도 피고도 없고 판사 혼자 결정하기에 당초의 처분은 허공에 뜨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부과징수절차의 개선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켰다.
판사가 부과하게 되면 어쨋든 구체적 타당성을 살리는데는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지만 법에 대하여 소양이 부족한 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감사에서 지적당하는 것을 꺼리는 일선 행정공무원들은 무조건 법정 최고금액의 과태료를 부과하려 든다.
그래서 행정처분의 기준처럼 과태료도 부과기준을 정하게 되는데 많은 중앙부처와 자치단체에서 행정처분기준을 부령으로 정하듯(전에 본 바와 같이 법원은 법규성을 인정해 주지도 않는데) 과태료 부과기준도 법령이나 조례로 정하고자 하였다.
그렇지만 과태료재판이 제기되면 당초의 부과처분은 없었던 일이 되기에 법원을 기속하니 마니 하는 문제 자체가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이 경우 과태료 부과기준은 훈령으로 정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위반행위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강제징수를 당하게 되어 있어 이의제기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렇지만 실제 이의제기가 거의 없었는데, 이는 과태료재판을 한다고 하여 금액을 깎아줄 것 같지 않아서 그런 측면도 있다.
수천만원, 수억원의 과태료의 경우는 변호사에게 매우 좋은 일감이고 판사는 변호사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좀 깎어 주어야 하는데 문제는 변호사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보다 큰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행정부 공무원들이 강제징수라는 엄청난 수단을 부여받았음에도 체납처분에 따른 물리적 충돌을 꺼려 체납을 정리할 마음이 없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과태료는 설령 나중에 납부해도 연체료가 전혀 붙지 않기에 예전처럼 금리가 높은 경우 체납할수록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행정법령에는 어리숙한 부분이 많았는데 이처럼 행정상 금전적 제재에 대하여 연체료 개념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대표적인 사례이다.
금전채권은 무조건 이자가 붙는다는 민법의 기본원리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법리란 것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은 아니지만 보편적인 공리를 법조문에 반영한 민법에 대한 이해조차 없는 자들이 행정고시를 통해 공무원이 되고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가 되는 세상이다.
과태료의 경우 상당수가 중앙정부의 사무이고 위임사무의 경우는 원칙적으로 부과금액은 정부에 귀속되고 자치단체는 부과징수비용을 보전받아야 하는데 이 부분도 제도 운영이 엉망진창이었다.
국가는 기관위임사무의 처리비용을 지방재정법상 교부금(이는 교부세와 구별된다)으로 보전해야 하지만 기획재정부 예산실 사람들은 교부금이란 용어 자체를 거부하여 자신들의 소관법률인 보조금에 관한 법률에서는 자치단체에 주는 지원금 중 교부세를 제외한 모든 것을 보조금으로 규정하고 동법 시행령 별표에 열거된 항목 외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든다. 그리고 교부세란 국가가 자치단체에 지원하는 만병통치약으로 간주하고 있다. 지방재정조정제도와 국가의 지방재정 지원제도를 구별할 줄 모르는 청맹과니들인 척 하고 행정자치부는 이런 점을 굳이 지적하려도 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자치단체도 과태료 징수금액을 국고로 올려보내려고 들지 않고 행정자치부는 기획재정부를 설득하여 기관위임사무에 대한 과태료 수입을 자치단체가 갖도록 하는 규정을 지방재정법에 신설하였다.
거기다 자치단체의 재정사정이 갈수록 악화되자 자치단체들은 체납액 정리작업에 공을 들여 채권추심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를 꾸리기도 하였다.
법무부는 과태료제도가 자신들이 관장하는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데 체납자가 많다는 등의 지적이 나오자 뒤늦게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에서는 체납자에 대하여 엄청난 가산금을 물리고 감치명령까지 하는 등 극단적 처방을 하고 있다.
그리고 경미범죄의 비범죄화와 관련하여 형벌과 과태료의 구분이 상대적으로 된 점을 고려하여 과태료의 경우에도 형법총칙 유사한 규정들을 적용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부과징수절차에서는 과태료 재판에 따르도록 하는 등 달라진 점이 없다.
검찰은 법원과 매우 불편한 관계이지만 법률전문가로서 자신들의 권한을 지키는데는 공조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행정부는 법률적 지식이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과태료제도가 갖는 여러 문제점을 보면 행정부와 법원 등 법률가집단이 권한 다툼만 할 것이 아니고 제도가 실효성을 갖고 합리적으로 디자인되도록 협조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아울러 법리적 소양을 제대로 갖춘 로스쿨 출신들이 양성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그들이 행정부와 법원 검찰을 잊는 가교역할을 해 줄 것도 기대해 본다.
지방자치에 대한 무지, 특히 지방자치의 핵심쟁점이 되어 가는 지방재정제도에 관한 근본적 무지에 대해서도 따끔한 지적을 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