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단독국회 저지를 위한 국회 로텐더홀 농성장에서
느닷없이 한나라당이 민생을 챙긴다며 부산을 떨고 있습니다. 비정규직법 처리를 해야 한다는 핑계로 여야합의 없는 상태에서 단독국회를 열어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 가능토록 하는, 즉 재벌에게 신문과 방송을 안겨주는 언론관계법 등 MB악법 처리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런 시급한 정황에서 저희 민주당 ‘다시 민주주의’와 ‘국민모임’ 소속 의원 18명은 여야합의 없는 한나라당의 법안 처리 기도를 막기 위하여 국회본회의장앞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의사를 외면한 채 일방으로 치닫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행태를 보며 솟구치는 울분과 기울어져 가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대한 염려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로텐더홀에서 낮밤을 지내다보니 몸은 많이 지쳐있습니다. 그러나 정신은 더욱 또렷해지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불의한 의도를 저지하는 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보루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믿기 때문에 저를 포함한 우리 민주당 의원들은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상임위 회의실이나 본회의장이 아닌 로텐더홀에서 농성하는 모습이 좋게 보일 수 없습니다. 안타까운 시선으로 때로는 비판적 입장에서 염려하시는 국민들이 계시다는 것도 저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는 우리가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함이 있습니다.
저희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정국 이후에 국정의 정상화를 위해 대통령 사과, 책임자 처벌, 특검, 국정조사 및 검찰개혁 등 최소한의 요구를 하고 있지만 여당은 오불관언(吾不關焉)입니다. 도대체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현 정권은 단독국회를 열어 자기들 뜻대로 모든 것을 처리하겠다고 합니다. 이는 철저한 국민 무시이며, 야당 무시이고, 의회주의를 원천적으로 거부하는 폭거(暴擧)입니다.
169석의 거대 여당 한나라당은 청와대가 지시하는 깜빡이등만을 보며 다수의 힘으로 모든 것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습니다.
여당 독주는 심각한 폐해를 낳습니다. 지난해 예산 심의시 정부의 감세 정책을 우리 민주당은 조목조목 비판하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명박정권이 내놓은 감세정책은 결국 있는 자들을 더 있게 하고 없는 자들을 더 없게 하는 부자만을 위한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다수의 힘을 빌려 감세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 결과가 무엇입니까? 경기가 살아나서 서민들의 생활이 나아졌습니까? 결국 5년간 99조원의 막대한 재정 손실을 가져와 국가재정의 위기를 초래하고 국가부채만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당장 올해 큰 폭의 세수 감세가 예상되면서 정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이 정권은 부자감세를 위한 세수 부족분을 서민들에게 주는 혜택을 없애거나 줄여서 메우려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정권입니다. 국민의 고통을 치유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피눈물을 쏟게 하다니 참으로 야박한 정권입니다.
그 때 감세법안 통과를 강하게 저지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막급입니다.
이런 정권이 일부 재벌에게 특혜를 주는 일을 위해서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일에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국민이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 국민의 70%는 특정 재벌과 특정 신문에 방송을 주는 언론 독과점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재정관계법과 다르게 언론관계법은 불가역성(不可逆性)으로 한 번 고쳐지면 다시 제자리로 돌린다는 것이 정말 어렵습니다. 따라서 어떤 희생을 하더라도 반드시 이를 막아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가 우리 민주당에 주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나설 수밖에 없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충정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반드시 MB 악법 통과를 저지할 것입니다.
이것만이 국민을 제대로 섬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2009. 6. 29
국회의원 김 영 록 올림
(민주당, 해남․진도․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