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안 하기"
2019.12.18~2020.01.17의 치앙마이 한달살기는
내 삶을 좀 더 버라이어티하게 바꿔나가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 같다.
은퇴 후 소원했던 ''다양한 세계와의 만남''이라는 목표는
상당부분 만족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너무나 원했던 남미와 아프리카 대륙 여행을 한달간씩,
인도대륙을 20여일간 여행하였다.
<님만해민 One Nimman 광장에서>
너무 큰 대륙들이어서 깊이 있게 들여다 보는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적어도 내가 관심이 있었고 궁금했던 도시와 사람,
풍경과 문화들을 조금씩 살펴볼 수 있었다.
사이사이 가까운 동남아 지역이나 국내를
아내와 단둘이 또는 친구나 모임그룹들과 함께 다니면서
시간이나 프로그램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여행의 즐거움을 맛보기도 하였다.
<올드타운 Akha Ama Cafe 에서>
그 가운데 제주 한달살기는 특별한 경험을 주는 여행방식이었고,
이번 치앙마이 한달살기의 동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정한 지역에서 장기간 머물다보면
조급하지 않게 지역의 풍광과 문화들을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고,
자연스러운 동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역사회와의 공감각을 키워나갈 수 있다.
제주와 마찬가지로 치앙마이 한달살기는
치앙마이라는 지역사회의 문화와 풍광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
치앙마이라는 지역을 한달살기의 목적지로 선택한 것은
다분히 최근의 체류여행(Living Tour라고도 한다) 흐름에 편승한 것이다.
<올드타운 Akha Ama Cafe 에서>
많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이미 검증되었으며
특별히 한국의 추운 겨울을 피해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는
현실적 고려가 크게 작용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한국인들이 이미 10여년 전부터
장기체류하고 있었고,
그들이 구축해놓은 한인 네트워크와 정보 인프라도
활발하고 안정되어 있었다.
''아이러브 치앙마이''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매우 활성화되어
여행 전, 여행 중의 필요한 정보를 대부분 쉽게 얻을 수 있다.
<올드타운 동문 Thapha Gate 앞 라탄거리에서>
교민회나 교회, 동호회 등의 한인 조직들도
온, 오프에서 매우 잘 소통하고 있는 듯했다.
특히 인터넷 강국 한국인의 온라인 네트워크
활용능력이 큰 기여를 하고 있었다.
이들 네트워크는 교민과 여행자들의 상호소통에 중요할뿐 아니라
이를 통해 갈등의 자정기능을 보이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 국민다운
놀라운 힘이었다.
<올드타운 서문 Suan Dok Gate>
치앙마이는 고대 란나 왕국의 수도다운 위엄과 아름다움을 지닌 도시이며,
동시에 급속도로 성장하는 현대적 도시이기도 하다.
고대왕국 란나(Lan na)의 흔적은 올드타운뿐만 아니라
시 외곽 변두리에서도 여전히 향기를 내뿜고 있다.
그것은 사원이나 성곽뿐 아니라 의상의 직조, 그릇의 문양,
처마의 조각, 상점의 간판디자인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님만해민 One Nimman에서>
현대화된 치앙마이는 상품으로 가득찬 거대한 쇼핑몰,
Grab 썽태우 시내버스 택시 씨클로 등 잘 조직된 교통 인프라
관광객들에게 최적화된 음식과 숙소 마사지샵 등
여러 관광 인프라에서 확인된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치앙마이인들의 아름다운 삶의 태도이다.
그들은 친절하고 여유롭고 평화로웠다.
항상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건 치안이다.
늦은 밤의 골목산책에도 전혀 불안함을 느끼지 않는 곳이다.
<노을녁 Wat Suan Dok 에서>
치앙마이 도로엔 건널목 신호등이 거의 없다.
차량 위주의 교통체계인 셈인데,
따라서 사람들은 차들이 빨간불에 멈춰섰을 때
헤집고 길을 건너야 한다.
그때마다 외국인들은 종종걸음으로 바삐 뛰어 건너지만,
토종 치앙마이인들은 결코 뛰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그들은 천천히 여유있게 길을 건넌다.
<Cafe ' Cottontree Coffee Roasters' 에서>
그들의 그런 행동은 운전자들이 그들을 기다려주고
보호해줄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달 체류동안
어떤 교통사고 소식도 듣지 못했다.
그들은 말한다. '결코 서두르지 마라'
우리 삶에서 그렇게 서둘러야만 하는 일들이 대체 얼마나 될까?
<Nimman haemin 길가 담벼락>
나는 그들이 식당에서 쇼핑몰에서 길거리에서 썽태우 속에서
누구 한사람 큰소리를 내거나 화내는 표정을 보지 못했다.
그들은 조용하고 평화롭다.
그들의 친절성은 몸에 밴 천성과 같아서 자연스럽고 익숙하다.
관광대국 태국인들의 가장 강력한 인프라가
바로 그들의 친절함이라는 평가가 있기도 하다.
<숙소 그린힐 COTTONTREE 카페의 아트라테>
치앙마이 한달살기는 내게 새로운 경험과
삶의 다양성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여 주었다.
앞으로의 삶에 있어 좀 더 느슨하고 여유로우며
타인에게 친절하고 진정으로 마음이 평화롭기를 기대하는
기회였다고 할 것이다.
편안하고 행복한 한달이었다.
치앙마이인들에게 감사한다.
첫댓글 얼마전 치앙마이 스무 날 살기 하고 온 사람입니다. 우연히 접하고서 한 숨에 한달을 다 읽었네요.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이쿠! 감사합니다. 지루하셨을텐데....
아무튼 감사하군요.
치앙마이는 다시 가고 싶은 곳이지요?
벌써 그립네요.
곧 다시 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