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뱀 잡은 날 1편 / 단편소설. 김시화
산에서 내려오는데 커다란 살모사 한마리가 길을 막고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놈은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오늘 약초를 거의 캐지 못한 덕구를 금방이라도 물듯이 씩씩거리며 음산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갑자기 살모사를 발견한 덕구는 예상치 못한 일에 일순 움찔 하였으나 금새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놈을 잡기로 마음먹었다.
''오늘 내가 약초를 못캔 것을 산신령님이 알고 너를 보내 주셨구나. 내 너를 잡아 일당을 벌어야 겠다.''
덕구는 혼자말을 중얼거리면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나무가지를 찾았다. 마침 옆에 참나무 가지가 있었다. 그는 그것을 들고 살모사와 일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독이 센 뱀은 사람을 봐도 제 독을 믿고 도망을 잘 안치는 법이었다. 놈도 그랬다. 덕구는 쉭쉭 거리며 대가리를 앞뒤로 왔다갔다 하며 제법 위협을 가하는 놈을 참나무 가지로 몸통 부분을 세차게 후려쳤다. 그리고 다시 그것을 드는 순간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은 놈은 빠른 속도로 길옆의 제 집속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이것을 놓칠 덕구가 아니었다. 그는 재빠르게 대가리하고 몸통일부가 들어간 살모사의 꼬리부분을 붙잡고 늘어지며 잡아당겼다. 뱀치고는 꽤 커다란 이놈은 힘이 엄청나게 세었다. 하지만 마을 씨름대회에서 우승을 할 정도의 덕구의 괴력은 당해내지 못핬다. 덕구는 대가리와 몸통이 빠져나와 목을 돌려서 자신을 물려고 하는 그 놈을 그보다 한발더 빠르게 땅에 내동댕이 쳤다. 그리고 반쯤을 실신한 놈의 대가리와 아래턱을 손으로 꽉 누르고 두꺼운 약초 푸대 속에 넣어버렸다.
살모사가 약초 푸대 속에서 꿈틀대는 것을 흐뭇하게 생각하며 덕구는 산을 내려와 읍내 건강원으로 향했다. 계절이 가을이라 뱀독이 가장 강할때라서 값을 평소보다 더 쳐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머리가 반쯤 벗겨져서 실제 나이보다 훨씬 더 들어보이는 뱀탕 주인은 푸대 속의 뱀의 크기를 보았는데도 요즘 뱀탕이 잘 안나가서 5만원 이상은 줄 수 없다고 하였다.
''5만원요? 그 돈이면 푹 고아서 내가 먹고 말지요.''
덕구는 워낙 큰 놈이라 10만원은 생각했는데 그 절반밖에 못준다는 말에 실망하게 되었다. 덕구는 건강원을 나와서 일단 집에 가져가기로 했다. 그런데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마을 유지인 김무영씨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잘 지내셨어요?''
''어!! 덕구 아닌가. 난 잘 지내고 있네만. 근데 푸대 속에 뭘 넣었길래 꿈틀꿈틀 하는 감?''
''어르신. 제가 산에서 살모사 큰 놈을 잡아서 푸대 속에 넣었구먼요. 이놈이 얼마나 힘이 센지 아주 요동을 칩니다요,''
이 먈을 듣고 김무영씨는 눈이 동그레졌다.
''그런가. 괜찮다면 내가 함 봐도 되겠는가?''
'' 그러시지요. 가을 독사이고 힘이 센놈이라 약발이 좋을 것 같아서 지가 푹고아서 바로 뱀탕을 내려 먹을라 생각중입니다요.''
덕구는 약초푸댸를 살짝 열어 꿈틀거리는 살모사의 머리를 잽싸게
손가락으로 아래와 위를 꾹누르면서 낚아채 그 놈을 꺼내서 김무영씨에게 보여주었다. 흄칙한 모습으로 독을 쓰며 덕구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고 요동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김무영씨는 입이 딱 벌어졌다. 그리고 덕구에게 말했다.
''이보게. 내 요즘 몸이 허해서 금방 지치고 오한과 감기몸살에 시달리고 있다네. 내 값은 넉넉히 치를테니 이 놈을 술에 담가서 뱀술을 만들어주면 어떤겠는가?'
''어르신. 사정은 딱하지만 지도 요새 몸이 안좋아 이 놈을 푹 고아 뱀탕을 만들어 먹으려해서 이렇게 안될 것 같습니다요.''
''여보게. 사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몸이 허약해져서 마누라하고 밤일이 잘 안된다네. 자네야 뱀을 잘 잡으니 또 잡아서 뱀탕을 만들어 먹으면 되지 않겠나. 내 한 30만원 줄터이니 그걸로 뱀술을 만들어 주지 않겠나.''
30만원이란 소리에 덕구는 귀가 번쩍 뜨였다. 그리고 금새 마음이 바뀌었다. 건강원보다 무려 6배를 더 쳐주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는 살모사를 푸대 안에 다시 넣은 후에 말했다.
''어르신. 그러면 30만원 주시고 뱀술을 담을 유리통과 소주값은 별도로 주셔야 합니다요. 다해서 35만이면 될듯 합니다.''
''그러세. 내 그리 하겠네. 뱀술을 담아 가져오면 그 돈을 치르겠네.''
''알겠습니다요.''
사실 김무영씨는 절구통 같은 마누라한테 힘을 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전에 남몰래 딴살림을 차린 젊은 과부한테 힘을 쓰려고 덕구에게 정력에 좋다는 뱀술을 부탁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