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사랑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교구설정 100주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교구 100주년을 당신의 크신 은총으로 가득 채워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려야 하겠습니다. 지난 5월 7일부터 15일까지 열렸던 ‘교구 100주년 기념 경축대회’와, 특히 그 정점이요 중심이었던 ‘교구 100주년 기념 감사미사’는 온 교구민이 그 동안 쌓아 온 준비와 정성을 공적으로 주님께 봉헌하고 주님께서 베풀어주신 은총에 감사드리는 거룩한 축제였습니다. 주님께서는 이 축제를 통해 우리 모두가 거룩하신 당신의 몸과 피에 합쳐져 새로운 은총의 세기를 위한 산 제물로 봉헌되었다는 것을 우리에게 다시금 일깨워 주셨으며, 우리가 당신 안에서 기뻐하고 감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새로운 활력을 얻어 더욱 충실한 당신 사랑의 증인이 되게 하시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구 100주년 기념 경축대회’가 잘 거행될 수 있었던 것은 또한 교구의 주보이신 루르드의 성모 마리아와 이윤일 요한 성인께서 끊임없이 전구해 주신 덕분입니다. 이 땅에 말씀의 씨앗을 뿌리신 선교사들과, 피로 신앙을 증거하신 순교자들, 그리고 하느님 백성을 위해 일생을 바치신 주교님들과 신부님들, 복음의 정신을 삶으로 드러내신 수도자들과 무수한 선배 신앙인들께서 지상에서 바치신 희생과, 지금도 우리를 위해 바치고 계시는 기도의 은덕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교구 100주년 기념 경축대회’의 준비와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많은 분들이 희생과 노고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주님의 교회를 위해 애쓰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특히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시고 기도의 예물을 봉헌하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물 한 그릇의 정성도 잊지 않으시는 주님께서 친히 약속하신 대로 갚아주실 것입니다.
교구 100주년을 준비하면서, 또 100주년 기념 경축대회를 거행하면서 주님께서 우리 안에 새롭게 불붙여주신 열정은 100주년의 기념이 경축대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임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경축대회는 100주년 기념의 마무리가 아니라 정점이자 전환점이며, 우리에게는 새로운 100년의 첫걸음을 내딛는 큰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2012년 올해는 새로운 세기의 원년이며, 우리 후손들은 이 한 해를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지 뒤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구 100주년 기념이 새로운 100년의 도약으로 이어지고 모든 교구민의 삶 안에 주님께서 기꺼워하실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다음의 네 가지를 당부 드립니다.
첫째, 쇄신의 계기가 될 제 2차 교구 시노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합시다.
교구 시노드는 성령께서 친히 임재하시는 거룩한 회의입니다. 시노드 대의원으로 뽑힌 분들께서는 교회를 위해 하느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았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고, 새로운 복음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이 중대한 소명에 온 정성을 다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온 교구가 여러분에게 큰 기대를 걸고 기도와 희생으로 성원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교구민 여러분들도 성령께서 시노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주시기를 저와 함께 간절히 청해 주십시오.
둘째, 100주년 기념성전 건립을 위해 지속적인 기도와 정성을 봉헌합시다.
우리가 지어 바치고자 하는 성전은 우리가 그 지체인 거룩하신 주님의 몸을 드러내는 표징입니다. 주님 몸의 지체라는 영광스러운 소명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은 교구민 모두가 힘닿는 대로 참여해야 그 참 뜻이 드러나는 일임을 기억합시다. 우리 선배 신앙인들이 그 어렵던 시절에 지어 바친 계산주교좌성당을 지금 우리가 교구의 상징으로 자랑스럽게 여기듯, 우리의 후손들도 지금 우리가 봉헌하는 정성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입니다.
셋째, 100주년의 정신을 삶으로 드러내는 생명사랑나눔운동에 꾸준히 동참합시다.
신앙의 경축은 삶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우리에게 넘치도록 부어 주신 주님의 은총은 이웃에게로 흘러가야 합니다. 지극히 거룩한 성체성사의 신비가 주님의 지체인 우리의 착한 행실로 드러나지 않으면 우리에게 아무 소용이 없듯이, 100년을 헤아리는 은총의 역사도 오늘 우리의 삶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받은 은혜가 큰 만큼, 우리도 그 은혜를 나누어 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넷째, 교구 100주년 기념 감사미사에서 봉헌한 교구민의 다짐을 실천합시다.
이미 언급한 교구 100주년 3대 기념사업에의 지속적인 동참과 더불어, 우리는 신앙실천운동의 꾸준한 전개와 청소년 복음화를 위한 노력, 그리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헌신을 다짐했습니다. 이 다짐은 우리가 교구 100주년을 맞아 주님께 서원한 것이므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또한 ‘새 시대, 새 복음화’라는 100주년의 기치를 행동에 옮기기 위한 지침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교구민 다짐문의 내용을 실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대리구와 본당의 사목 계획에 반영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00주년의 은혜가 모든 교구민의 삶 안에서 결실을 맺어 우리의 삶으로 보이지 않는 주님을 세상에 보여 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신앙의 경축은 우리가 주님 안에서 서로 거룩한 친교를 나눌 때 완성됩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것을 보고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주님의 제자로 알아볼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인간적인 약점과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주님 안에서 한 형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은총에 힘입어 서로 짐을 대신 져줄 줄 안다면, 이 사랑의 힘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우리를 새로운 은총의 100년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교구민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이윤일 요한과 한국의 모든 성인 성녀들이여,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2011년 11월 27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대구대교구 조환길(타대오)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