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체감시간
신시 김영우 泳
시는
느림이다.
밤하늘을 엉금엉금 기어 올라
초롱초롱 눈 뜬 별을 하나 따는 것이다.
두 개 따고, 세 개를 따고 싶다고
비행기 타고 붕붕 날아 다녀서는 안 된다....
시는 항상 세상의 눈꺼풀을 하나 벗긴, 맨몸이기 때문이다.
당신과 나는 교실에 앉아 있을 때부터 고속도로 최면에 빠져 있었다.
신문은 새벽보다 빨라야 살아 남았다.
그러나 시는 깊은 잠보다 느리게 죽어서 태어난다.
언제부터인가 속도가 환호성 같은 쾌감을 주게 된 세상 속에서
시는 시대가 일으킨 바람을 차곡차곡 작은 모래시계 속에 침묵 담아
소화를 하듯 꾸역꾸역, 시간을 타고
세상을 읽으며 사람을 읽으며 자연을 읽으며
때로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사소한 것들에 고개를 기울이기도 하며
그렇게, 살아야 사는 세상 속에서 죽어야 태어나는 것이 되어 세상에 나온다.
당신이 한 편의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장 넘기기를 약속 시간을 깬 애인을 기다리듯 한참
기다려야 한다.
시의 체감시간은 사랑하는 마음 만큼이다.
부글부글 끓는 3분 라면 옆에 놓인 한정식의 유혹이다.
영양실조에 걸린 당신의 영혼을
포동포동 살 찌우기 위해
시인들은 오늘도
느리게 느리게 한 편의 시를 말라간다.
나도, 지금 쓰는 시를 한참 들여다본다.
쓰다가 읽고 또 읽고 처음부터 다시 읽고
이것이 하나의 몸이 되기까지
살아서 흐읍 후 숨 쉴 때까지
의사와 부모가 태아의 심장을 보듯
첫댓글 잘 봤습니다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교류하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