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좋아해서 ‘이걸 해서 먹고 살고 여기서 번 돈을 가지고 음악을 해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만 두려고도 몇 번 했었는데 ‘편하게 살아야지' 해도 그게 안 되더라고요. 언이 형도 좀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언이 형이 이런 얘길 했었거든요. “음악이라는 게 그렇게 쿨하게 투잡으로 할 수 있을 만큼 녹록한 게 아니지 않느냐” 듣고 보니 맞는 말이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직장 집어치우고 여기까지 왔죠.
김기자: 이언 씨는 JASS에서 보컬과로 들어가셨나요? 의외인데요 .
이언: 예 (웃음)
지이: 보컬이니까요. 그리고 전공과목하고 레슨수업 제외하고는 거의 공통과목이니까 많이 다르진 않아요 .
김기자: 지이 씨 옛날이야기도 궁금한데요. 어떻게 음악을 접하고 시작하게 됐는지 .
지이: 음악적인 집안은 아니었고 이글스라던가 라이오넬리치 등 누님이 듣던 팝음악을 들으면서 처음 음악을 접했어요. 꼬마 때였는데 꿈은 여전히 프로그래머였고.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친구들끼리 노래방으로 출근 도장 찍으러 다니고 그랬죠. 기타를 친 건 고등학교 때인데 학원비를 빼돌려서 기타학원에 다녔어요. 대학에 들어가면서 집에 사실을 말하고 입학선물로 기타를 받아서 치기 시작했죠.
김기자: 음악하면서 공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지이: 그래서 공부가 좀 등한시 됐어요. 그래서 아직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웃음 )
류감독: 저 학교 다닐 때 그런 얘기가 있었어요. 서울대에서 개그맨이 나오면 우리나라의 역사가 변할 거다.
서경석 이후로 이상한 친구들 많이 나오더라고요. 김태희도 있고. 그런 현상들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봤는데요. 제가 고 3때 학력고사 첫 세대였거든요. 수학Ⅱ시간이었는데 매일 애들이 졸고 그러니까 답답하셨는지 선생님이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여러분 중에 혹시 똑똑한 사람이 있다면 제발 경영대나 법대, 의대에는 안 갔으면 좋겠다. 남들이 전혀 돌보지 않는 과에 가서 뭔가를 만들어 사회가 좀 골고루 발전했으면 좋겠다.” 그 말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에 남아있는데 이쪽 씬을 보면서 행복한 것은 다양한 후배들,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친구가(지이씨) 내 후배인 것 같은데. 제가 동문회 가면 완전 또라이 취급받거든요. 동문들이 다 교수인데 저 혼자 이상한 사람이죠. 게다가 전공과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사람들끼리 뭔가 이렇게 네트웍을 만들어서 생활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뷰가 원래 정해진 포맷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야기를 좀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른 생각들, 다른 이야기들. 근데 인터뷰 하러 오면 매번 제가 인터뷰를 해요. (웃음)
한 가지를 일례로 들면 최근까지 정책계발 연구원에 있었는데 나와서 축제라는 걸 기획하면서 느낀 것이 “어쩜 이렇게 기획자하고 뮤지션하고 다를까” 하는 겁니다. 뮤지션은 그냥 왔다가 노래 몇 곡 부르고 가고, 그게 과연 축제일까? 페스티벌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데. 뮤지션에게 있어 음악이 자기 업이고 업이라면 그것을 기쁘게 해야 되는데 말입니다. 락페스티벌이 그렇게 많아도 페스티벌이 안 되는 이유가 있어요. 우선은 뮤지션과 기획자의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다는 것. 뭔가 다른 것들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 다른 것이 밑바닥부터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 인터뷰 할 때 꼭 따라와서 그런 걸 물어봅니다. 덧붙여 왜 그렇게 됐나도.
오늘은 좀 다른 질문을 하나 할께요. 사실 저도 문화를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집이기도 하면서 실제로 굉장히 내부 갈등이 심하거든요. 더 안정되게 갈 수도 있는데. 음악 씬에서도 대안들을 많이 찾아요. 일차적인 의미에서 못의 음악을 인디 음악이라는 말 자체로 표현하기도 싫지만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음악을 하나의 업이라고 표현했는데 어떻게 하면 그게 가능할까요?
그리고 10년 후에 어떨지 궁금해요. 그걸 연구하는 게 여기에서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이거든요. 크래쉬 같은 경우 91년도에 시작해서 2005년도 지금까지 버티고 있잖아요. 근데 그 다음엔 어떻게 될까? 그 친구들의 나이가 있는데. 그 사례들이 우리나라의 문화정책이라는 것에 좀 연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합니다만 .
지금까지는 감성이 앞서가는 친구들이 계속 그걸 갖고 버티고 ‘난 이것밖에 없어'라는 심정으로 살아왔던 케이스가 대부분이라면 음악가지고 먹고 살 수 있는(?) 공부 잘하는 친구들에게 그걸 좀 물어보고 싶네요 .
지이: 어려운 문제네요. |
첫댓글 못에 한걸음 더 빠져든것 같아요...좋은 인터뷰 해주시는 김기자님 감사합니다^ ^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비단 못뿐만이 아니라, 음악하시는 분들이 그저 위대 하게만 느껴지네요;; 명성이나 인기...그런것이 아니라...그 열정이 참 위대합니다...
아, 정말 진지하고 감동적인 인터뷰입니다. 수고, 그리고 감사! 가난하더라도 위대한 뮤지션을 기대한다면 욕심일까요? 못 만쉐이~
읽으면서 정말 즐겁고 좋았습니다... 좋은 정보도 됐고...화가 치밀기도 했지만..^^..불끈...사진을 못봐서 아쉽다는...하하..정말 좋은 인터뷰~
고맙습니다.
관객 사진에 제 뒷통수가 보여서 깜짝;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여러가지를 알게 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꼼꼼하게 쓰신 느낌이 살아있네요 그 느낌 때문에 더 진지하게 읽었습니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줄, 한마디 ..굉장히 좋고 의미있는 글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많은생각을 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
기사 잘 읽고 갑니다...
그들과 만나다 - 코너도 흐믓~
장문의 인터뷰 감사합니다^^... (김기자님께도, 못멤버들께도^^) 감동적이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많은걸 느낄수 있었어요....울나라 뮤지션들의 현실이라던가...좋은 인터뷰 감사합니다.! 못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게 된거 같아요!!
좋은 글 감사~ 못에게도 감사!
좋은 인터뷰 감사합니다... 못이 너무 좋아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좋은 인터뷰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못 카페로 퍼갈께요^^..
많은 정보가 되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좋아요 ^ ^
못 너무좋아요 ㅠㅠ
목소리와 베이스에 미쳐있어요 ㅋㅋ 음.. 오늘같이 비오는날은 좀더 심하게 ;;
아 너무 좋아요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김기자님대단해요~ 언이오빠의목소리를들으면서읽었는데...2005년도에는언이오빠가저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