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무엇엔가 홀린다는 것이 이런 것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상만사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갈 것이라고,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만 생각하며, 배낭을 꾸렸습니다.
토요일 오전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청량리에 도착, 사람보다 배낭을 찾는 편이 훨씬 더 빠르다는 사실은 예티회원 모두가 잘 아시는 대로구요. 반갑기도 해라. 오래 전 객지로 떠난 형제자매가 명절에 모이면 이런 기분일까요? 서먹함도 없이 그저 반갑구 좋으네요.
입석까지 꽉 찬 기차칸에 우아하게 앉아서 가는 우쭐한(?) 기분! 대장님 감사합니다.
청평역앞에서 물찬 돼지의 밴을 타고, 어스름녁에 도달한 산 아랫마을. 이 신선한 공기, 이 저물녁, 객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릿한 여행의 묘미.
자, 이제부터 발 밑 조심하세요. 산행시작입니다. 이미, 주위는 어둠이 깔려, 흐르는 물소리는 들리되 계곡은 보이지 않구요,
나무들도 하얀 줄기만 보이네요. 발 밑의 나뭇잎은 유난히 부시럭대구요.
대장님 말씀, "뒤에 오시는 분들 너무 처지지 마세요." 15명이나 되는 대식솔을 이끌고 가시려니, 눈앞의 산길 살피랴,
뒤따르는 대원들 챙기랴, 고생이 많으십니다. 30분 정도 지나니, 대보리 야영장이랍니다. 화전민터였다는데, 마치 예티 야영장으로 미리 조성된 듯,
적당한 간격, 넓이로 비박에는 최적의 장소였지요.
잘 아시다시피, 구워먹고, 끓여먹고, 나누어 먹다보니, 두 손은 숯깜댕이가 됐고,
추운 날씨에 앞 몸 한판 굽고, 돌아서서 뒷몸 한판 굽다보니,
어느새 배도 가득하고, 그래도 손은 계속 감자 ,고구마껍질을 벗겨 입으로 가져갑니다. 운해님, '어머, 계속 드시네.' 그러고 보니, 밤 10시가 되도록 계속 먹어댔네요. 아이구, 내 체중!!! 하지만, 너무 맛있었구요. 옛날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간듯해서 너무너무 행복했답니다.
새벽6시반, 식사시간!!! 이 감독님은 호르라기까지 불어대시네요. 늦으면 밥업다네요. 그럼 안돼지. 서둘러 산 중 조찬을 마치고, 산행시작.
대금산에서 청우산을 거쳐 약 6시간 계획이랍니다.
발 밑에서 바시락대는 낙엽. 발목까지 푸-욱 푸-욱 빠지구요. 산등성이를 따라 걸으니, 햇살은 어찌나 기분좋게 따사로운지. 해보신 분들만 아실겁니다.
맑고 신선한 바람, 마-알간 햇살. 적당히 굴곡져서 심심치않은 산등성이들.
산행시간이 너무 충분(?)했던 관계로, 우린 오후 3시 30분까지 줄창 걸어야만 했다구요.
우리를 태울 차량이 올 때까지요. 심술맞은 대장님. 덕분에 물찬 돼지에서 먹은 점심 겸 저녁은 꿀맛이었지요.
1시간의 기차 여행 후, 청량리 도착.
세상에!!! 선계에서 세속으로 돌아오는데 1시간이라니. 너무 짧지 않나요. 아쉬움 속에서 회원 여러분과 안녕을 고했습니다.
다음 산행 때 다시 뵐 때까지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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