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창포와 보령호 봄 나들이
23, 04, 13
보령 무창포와 보령호를 당일로 다녀왔다.
서울에서 아침 8시 출발해
무창포해수욕장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 반경,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으로
외출을 자제하라고 예보된 날이라
버스 차창으로 보이는 세상은 안개 속 같았다.
그러나 天路歷程을 더불어 걸어가는
믿음의 가족들과 함께해서 감사한 날이었다.
무창포해수욕장
보령시 웅천읍(熊川邑) 관당리(冠堂里)에
자리한 무창포해수욕장은
탁 트인 풍경이 볼거리다.
해변 한 모퉁이에 있는 수산물 시장
2층 식당에서 바라보면 1.5㎞에 달하는
백사장이 축구장 예닐곱 개를
연결해놓은 것처럼 넓고 가지런하다.
조선시대에 군수물자를 비축하는
군창지(軍倉址)였던 무창포는
1928년 서해안 최초로 해수욕장을 개장했다.
물이 맑고 갯벌이 단단하다고 하는데
온 세상을 부옇게 가리는 미세먼지로
해변에 나가 걸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보령이 고향인 동행이 오찬을 대접해주었다.
식당 주인이 중학교 동기라고
푸짐한 인심을 상차림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주꾸미가 제철이라고......
무창포 해변에서 보이는 건너편 석대도
한국판 모세의 기적
이곳의 자랑거리다.
한 달에 4~5차례씩 바다 갈라짐이 일어나는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 그것이다.
해변의 중간지점부터 바닷가 앞
무인도인 석대도까지
약 1.5㎞가 갈라지며 길을 내준다.
처음 간 사람이 그런 큰 선물을
기대하기는 과욕이라 말로만 들었다.
한적한 해수욕장
모래사장을 뛰어 다니는 어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보령호
웅천천을 막아 건설한 보령댐은
주변 산세와 어우러져 풍광이 수려한
드라이브 코스로 사랑받는 곳이다.
오랜 가뭄으로 댐 수위가 많이 내려가 있었다.
봄이면 2,000여 그루의 왕벚나무에서 피는
벚꽃이 장관을 이룬다는데
지난주에 내린 봄비로 인해
아쉽게도 벚꽃이 끝물이었다.
때 아닌 동백이 반겨주고.....
할머니의 4월
시장 한 귀퉁이
변변한 돋보기 없이도
따스한 봄볕
할머니의 눈이 되어주고 있다
땟물 든 전대 든든히 배를 감싸고
한 올 한 올 대바늘 지나간 자리마다
품이 넓어지는 스웨터
할머니의 웃음 옴실옴실 커져만 간다
함지박 속 산나물이 줄지 않아도
헝클어진 백발 귀밑이 간지러워도
여전히 볕이 있는 한
바람도 할머니에게는 고마운 선물이다
흙 위에 누운 산나물 돌아앉아 소망이 되니
꿈을 쪼개 새 빛을 짜는 실타래
함지박엔 토실토실 보름달이 내려앉고
별무리로 살아난 눈망울 동구밖 길 밝혀준다
- 전숙영·시인 -
첫댓글 지난주 하던일 다 접어두고 속초에 갔더랬습니다
마음과는 다르게 황사로 뿌연 하늘과 땅
그래도 좋았습니다
집을 떠나고 하던일도 멈추고 떠난다는 것
잠깐의 쉼이,,,
그 날 강릉에 산불이 나서 시커멓게 탄 집들과 산
그리고 더 까맣게 속이 탔을 사람들의 표정을 보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냥 집으로 갈까 부부는 망설였습니다
하루 저녁을 묵고 모래사장을 거닐고 바다가 보이는 커피숖에서
멈때리다 저녁에 올라왔습니다
아굴라님의 온유함이 사진과 글속에서 따뜻하게 전해져옵니다
내 마음도 밝아졌습니다.
미세먼지가 심술부리던 날
서해안 바닷가 찾아가는 사람이나
산불이 나던 날 동해안을 찾아간 사람이나,,,,,
오십 보 백 보네요.
카메라 매고 다니면서
날씨 탓 환경 탓하지 말라고 배웠는데
이왕이면 좋은 날이면 얼마나 좋아요?
모두가 요즘 힘들다는데
한가하게 카메라 매고 다니는 것이
주민들에게 어찌 비칠까 생각되었습니다.
그래도 찾아와서 반가워하는 이들이 더 많으리라
스스로 생각하고 다녔지만요.
어릴 적 부르던 동요가 생각납니다
<산 높고 물 맑은 우리 마을에
움 돋고 꽃피는 봄이 왔어요
한 겨울 땅 속에 잠자던 개구리
바스스 잠 깨어 뛰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