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우수 과학자들의 리스트나 다름없는 HCR(Highly Cited Researcher) 6,300명 중 한국인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가장 많은 인원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으로 4,099명이다. 부끄러운 통계지만 한국인은 겨우 4명만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미국의 1,000분의 1, 일본의 65분의 1에 그치는 수준이다. 노벨상과 필즈상 수상자는 대부분 이 6,300명 안에서 배출되고 있는데 매년 10명 정도인 수상자 수를 감안하면 한국에서 수상자가 배출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실정이다. 이 통계가 사실상 국내 이공계 분야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하면 심한 표현일까? 최근 이과를 선택하는 학생 수가 문과를 선택하는 학생 수를 역전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른바 ‘이공계의 부흥’이라 할만하다. 10년이 넘게 이어져 온 이공계 기피현상이 막을 내리고 다시 부흥기로 접어들 것이라는 추측과, 막연한 기대심리가 교육계에서 부상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능에서 이과 선택 인원이 문과 선택 인원보다 많아졌다고 해서 이것을 이공계의 부흥이라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의견이다.이과 선택 수험생 왜 많아졌나?전문가들은 최근 이과 역전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명문대 진학률’과 ‘의치대 정원 확대’를 꼽았다. 학생 수가 많아 경쟁률이 높은 문과에 비해 이과는 학생 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명문대 진학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수능에서 ‘수리 가’ 영역의 1등급은 6,000여명에 그치는 반면 ‘수리 나’ 영역의 1등급은 30,000여명이 넘는다”면서 “이과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또 하나의 원인은 의치대 정원 확대다. 의학전문대학원이 폐지되고 다시 의대 체제로 돌아오면 입학 정원이 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동시 작용한 탓도 있다. 의학전문대학원의 존폐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는 대학이지만 거의 모든 대학들이 의대 체제로 회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밖에 이유로는 수리 나형에도 미적분 문제출제, 대학의 수학과학 특기자 전형의 확대 등이다. 이과 선택의 이유가 하나 같이 대학 진학이라는 단기적인 목표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과학고, 영재학교 등 명문고 영향이과 선택 인원이 많아진 저변에는 바로 과학고와 영재학교 등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을 배출하는 학교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최근에는 자사고와 외고에서도 수리 가 영역을 선택하는 학생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은 2000년대 초반 영재교육 활성화 붐을 따라 육성된 인재들로 영재교육의 특성상 이공계에 더 적합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에 따라 각 대학들에서도 더 뛰어난 인재를 뽑기 위해 수학과학 특기자 전형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논술비중은 점차 축소되고 수학과학적 창의성, 사고력에 비중을 두는 학교도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달라지는 입시 변경안 매년 대학입시는 크고 작은 변화 속에서 치러지게 된다. 2012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지난해와 달라진 핵심 내용은 크게 수능 시험의 변화, 수시모집의 미등록 충원 기간 설정, 대입전형 간소화로 요약할 수 있다. 1. 대입전형 간소화 및 논술고사 폐지·축소대학교육협의회는 3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 200개 대학의「대입전형 간소화 등을 위한 주요 수정사항」을 발표했다. 이는 전형유형이 너무 복잡하다는 학부모 및 수험생의 의견을 반영해 동일전형에서 모집단위별로 구분되거나 지원 자격 및 전형요소의 반영이 유사한 전형유형을 통합하고,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논술고사의 반영비율을 낮추거나 모집인원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각 대학들의 대입전형 간소화는 일부 특기자 전형을 통폐합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아 여전히 전형유형이 복잡하고, 논술고사 역시 서울대 등 국립대 일부가 폐지했을 뿐 상위권 대학은 대부분 비중만 축소하고 논술고사를 계속 치르고 있어 학부모와 수험생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기에는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표 1] 전형유형수(전국 200개 대학 기준)
구분
변경 전
변경 후
비고
전형유형
정원 내
2,477
2,180
369개 감소
정원 외
1,210
1,190
11개 감소
합계
3,678
3,298
380개 감소
[표 2] 논술고사 모집대학
구분
변경 전
변경 후
변경 후
반영 대학수
47
41
6개교 감소
모집인원
22,468
16,832
5,654명 축소
2. 수능-EBS 연계율 강화와 쉬운 수능교육과학기술부는 2월 16일 수능을 예전보다 쉽게 출제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수능과 EBS연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쉬운 수능의 출제로 사교육을 억제하고 입학사정관제 등 새로운 입시전형이 도입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수능점수 몇 점 차이로 당락이 바뀌는 시대가 지났다는 이유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시행해 온 EBS 연계율을 올해에는 수험생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출제하겠다고 발표했다.[표 3] 수능-EBS 연계율 관련 주요내용
구분
내용
일관성 있는 난이도
영역별 만점자 비율이 1%가 유지되도록 수준조절
EBS 체감 연계율 강화
-지나치게 변형하지 않고 출제-문항 변형의 경우 핵심개념 또는 원리는 그대로 적용-중요하게 다루는 내용이나 개념 활용 유형의 비중을 늘리고 지문, 그림, 자료, 표 등을 활용
EBS 교재수 축소 및 강의개편
-언, 수, 외 영역 45권→24권으로 절반 수준-3단계(수능특강, 10주 완성, 파이널)→2단계(수능특강, 수능완성)-6단계 수준별 강의를 3단계 초, 중, 고급으로 단순화
수능출제과정 개선
현장교사 출제참여 확대
하지만 현 입시제도에서 정시모집의 절대적인 역할과 수시모집의 최저학력기준으로 활용되어 당락을 좌우하는 수능이 쉽게 출제될 경우 한 문제에 등급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수험생의 시험 부담이 오히려 증가할 우려가 있다. 또한 수능이 변별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논술과 면접, 입학사정관제 등 다른 전형요소의 강화를 통해 학생의 선발을 하게 돼 학부모 및 수험생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3. 수시 모집인원 증가 및 추가모집 실시2012학년도 수시 모집 정원은 237,640명으로 전체 모집 정원의 62.1%에 달한다. 수시 모집 비중은 2007학년도에 51.5%로 정시 모집을 추월한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60%를 넘어섰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1.4%(4,859명)가 늘어났다. 또한 2012학년도부터는 수시모집에서 결원이 발생할 경우 미등록충원이 가능하게 됨에 따라 실질적인 모집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시모집의 관문이 넓어진다고 인식하는 수험생들이 늘어나게 되면 더욱 더 수시모집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2011학년도 각 대학별 수시 모집 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대학들이 2010 학년도에 비해 모집 인원이 증가했지만 경쟁률도 상당히 상승했다.4. 입학사정관제의 확대입학사정관 전형은 지난해에 비해 4개교가 확대된 122개 대학에서 실시하며, 모집인원은 41,250명으로 증가하여 전체모집 정원의 10.8%에 해당된다. 대학에 따라 학생부 우수자, 리더쉽 우수자, 농어촌 전형 등 대학마다 각각의 특성에 맞게 전형유형과 명칭을 세분화하여 선발하고 있다. 문제는 입학사정관제로 선발되는 신입생의 선발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이론 인해 이를 준비하는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입시 정보가 부족해 입학사정관제 합격을 위해 도리어 고액의 상담을 받거나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기도 하고, 입학사정관제에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어 수능, 논술, 내신 모두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