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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맺힌 그리움으로 피어났다는 전설이 있는 능소화!
그리움의 꽃이라고 합니다- 청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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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덩굴이 있는 풍경! 박노희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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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를 따고
장석남
내 서른 여섯 살은 그저 초여름이 되기 전에 살구를 한 두어 되 땄다는 것으로 기록해둘 수밖에는 없네. 그것도, 덜어낸 무게 때문에 가뜬히 치켜올라간 가지 사이의 시들한 이파리들의 팔랑임 사이에다가 기록해둘 수밖에는 없네.
살구나무에 올라
살구를 따며
어쩌면 이 세상에 나와서 내가 가졌던 가장 아름다운,
살구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손아귀를 펴는 내 손길이
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나무 위의 저녁을 맞네
더 이상 손닿는 데 없어서
더듬어 다른 가지로 옮겨가면서 듣게 되는
이 세상에서는 가장 오랜 듯한, 내 무게로 인한
나뭇가지들의 흐느낌 소리 같은 것은, 어떤
지혜의 말소리는 아닌가
귀담아 들어본다네
살구를 따고 그 이쁘디이쁜 빛깔을 잠시 바라보며
살구씨 속의 아름다운 방을 생각하고
또 그 속의 노랫소리, 행렬, 별자리를 밟아서
사다리로 다시 돌아와 땅에 닿았을 때 나는
이 세상을 다시 시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 서른여섯 살은 그저 어느 저녁
살구를 한 두어되 따서는
들여다보았다고 기록해두는 수밖에는 없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