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로 거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주택거래신고제ㆍ개발이익환수제 등 불안요인이 산적해 있는데다 노무현 대통령의 ‘집값 챙기기’발언까지 보태져 매수세가 살아날 조짐이 안보인다.
눈치 빠른 실수요자라면 이럴 때 급매물을 노려볼 만하다. 대출금을 못갚은 투자수요나 집을 제때 팔지 못해 시세보다 싸게 내놓은 매물이 적잖다. 하지만 값이 싸다고 덜컥 낚아채서는 안된다. 시세가 오를 만한 곳인지, 하자는 없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급매물 두루 포진=최근 급매물은 특정 지역이나 평형에 한정되지 않고 고루 나온다. 경기가 얼어붙었음을 반영한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 중에는 내년 초의 개발이익환수제 도입을 앞두고 손절매하려는 사람도 있다. 최근 강남구 개포지구나 강동구 고덕ㆍ둔촌지구에는 시세보다 1000만∼3000만원 싼 매물이 나온다. 개포동 남도공인 이창훈 사장은 “콜금리 인하후 최저가 매물은 몇 개 소진됐지만 시장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추가 급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반 아파트도 싸게 살 수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공식 시세는 31평형이 6억1000만∼6억5000만원, 34평형이 7억∼7억6000만원이지만 실제로는 각각 5억7000만원과 6억6000만원 안팎에도 매입할 수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대치동 부동산마트 강봉대 사장은 “간혹 해외이민이나 새 아파트 입주 등에 쫒겨 내놓는 매물이 특히 싸다”고 말했다.
분양권중에는 최초 분양가 이하로 떨어진 매물이 수두룩하다. 상대적 비인기지역의 일반 아파트 분양권이나 서울 강남에 있어도 소규모 주상복합아파트는 분양가보다 500만∼1000만원 정도 싼 물건을 고를 수 있다.
◇급매물 공략 이렇게=급매물은 매수자 우위에서 계약조건을 밀고 당길 수 있다. 따라서 느긋한 자세로 필요한 자료를 꼼꼼히 따져보고 매입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출금을 못갚아 내놓는 것들은 가압류ㆍ가등기 등 권리관계가 복잡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먼저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후 반드시 채무관계를 깨끗이 정리한다는 조건으로 사야 한다.
급매물이라 해도 지역은 가려야 한다.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 시세회복이 요원한 곳은 아무리 싸더라도 거들떠 보면 안된다. 특히 천안ㆍ아산권이나 부산ㆍ용인ㆍ의정부시 일부지역 등 미분양 아파트가 많이 쌓인 곳은 기존 아파트나 분양권 시세가 오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유의해야 한다.
자금여력이 충분한지도 체크할 사항. 급매물은 급전이 필요해 내놓는만큼 잔금 납부시기를 앞당겨줄 것을 요구하는 매도자가 많다. 통상 계약부터 잔금납부까지 1∼2개월 걸리나 급매물은 10∼15일로 짧아지기도 한다.
계약 전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인터넷에 소개된 시세는 매수자들의 일방적인 호가이거나 하루하루 달라지는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거래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입주민의 항의로 시세를 낮춰 싣지 못하는 곳도 적지 않다.
텐커뮤니티 김경미 팀장은 “인터넷 시세를 참고로 반드시 현지 중개업소를 통해 실거래가를 확인하고, 가격협의가 가능한 지도 타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에 믿을 만한 중개업소를 사귀어 두면 수고를 덜 수 있다. 강동구 고덕동 가람공인 정병기 사장은 “급매물이 나오면 그 가격에 매입하겠다고 미리 예약한 사람부터 연결해주기 때문에 매입희망 가격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매입 시기는 가급적 올해 안에 결정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다. 내년 이후 주택시장이 불투명하지만 일단 올 연말에 저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추석 직후 반짝 거래가 이뤄질 수 있으므로 이때를 피해 비수기로 접어드는 11∼12월께를 겨냥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시간과공간 한광호 사장은 “종합부동산세와 1가구 3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로 올해 안에 정리하려는 급매물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며 “실수요자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적극 공략할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