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신불산)에 다녀와서...
언제:2023년 10월 8일
코스: 신불산자연휴양림/영축산/신불재/신불산자연휴양림 약10.6km,6시간소요
영남알프스는 ①가지산(1,214M), ②운문산(1,188M), ③천황산(1,189), ④신불산(1,159M), ⑤영축산(1,081M), ⑥고헌산(1,034M), ⑦간월산(1,069M), 1,000M이상의 7개의 산군을 말한다.
식지 않을 것 같은 여름의 열기도 어느새 사그라지고 아침저녁으로는 싸늘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하루하루 보는 가을서정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차를 타고 가면서 찻길언덕에 피어있는 코스모스와 쑥부쟁이 들국화가 완연한 가을을 알린다.
꼭 산행길이 아니어도 스치는 차창풍경 속에서 가을낭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울창한 숲과 깊은 계곡 바위들이 산을 이루어 사시사철 아름다운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산!
여름을 배웅하고 가을을 마중 나온 영남알프스 신불산으로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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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푼 마음은 벌써 신불산에 가있다.
기대가 큰 만큼 설레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힘들었던 일상에 얼룩진 폐부를 씻어주는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짙푸른 갈잎소리와 계곡물 소리가 자장가를 부르며 어서 오라 손짓하며 환호의 인사를 건넨다.
세상에서 여기밖에 없는 길, 태어나서 처음보고 처음 걷는 길!
항상 처음보고 처음 걷는 길은 낯설고 새롭고 궁금하기에 설레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산길로 들어서자 숲속은 가을의 편지를 쓰고 있다.
가을이 타닥타닥 익어가는 소리가 소슬바람에 실려 오고 바람이 전하는 풀잎향기에 떠밀려 가을 속에 잠긴다.
두꺼운 열기를 토해냈던 여름도 지나가고 가을빛의 날카로움에 발걸음은 산속으로 파고든다.
진초록의 싱그러움과 녹음으로 뒤덮인 산길을 따라 저 멀리 산과 하늘이 만나는 곳까지 한 걸음 한걸음 걸어가 본다.
산 정상을 향해 한발 한발 오르는 마음은 인생의 어려운 역경을 하나하나 헤쳐 나가는 논리와 같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하루가 다르게 채색되어 가는 추색의 빛깔만큼 마음도 조급하다.
괜스레 마음이 바빠진다.
이 길을 따라 아랑곳안고 속도를 내어본다.
험준한 산은 아니라 해도 높은 산 낮은 산 할 것 없이 오르막은 언제나 힘들고 숨 가프다.
힘들게 걸어가는 오름길은 말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거친 숨소리가 매우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몸은 고달프지만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맑다.
차츰 고도를 높여가는 영남알프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갚아오는 호흡만큼 목적지도 가까워진다.
서서히 산행속도를 낮춰보지만 차오르는 숨소리는 어쩔 수 없다.
스스로를 비우고 산에 오르면 오를수록 마음은 더욱 비워지고 낮추게 하는 것이 산이다.
힘이 들어도 그 뒤엔 달콤함과 행복함이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 순간을 생각하며 묵직해진 발걸음에 힘을 실어본다.
길은 좀 심술마저도 내주는 경치만큼은 인색함이 없다.
눈길 두는 곳마다 여러 폭에 산수화가 그려진다.
이 길만 지나면 영축산이다.
영축산으로 가는길!
예쁜 들꽃들이 여기저기서 가을바람에 얼굴을 내밀며 자리바꿈에 한창이다.
미녀라도 만난 듯 가슴이 뛴다.
무슨 꽃일까?
꽃 이름이 무엇일까?
한참을 생각해본다.
곱게 매달려있는 꽃잎이 엣 아낙네의 속치마처럼 수줍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헤어짐 뒤엔 또 다른 만남이 있다.
처음 보는 꽃은 그만큼 더 귀하고 자주 보는 꽃은 그만큼 더 반갑고 산에서 만나는 꽃은 그래서 어느 하나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모든 사물과 풍경에 눈을 맞추며 걷다보니 어느덧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여분이 흘렀다.
영축산 정상
청명한 하늘아래 장쾌히 뻗은 능선의 파노라마가 한눈에 들어오고 오르는 이에게 최고의 조망을 선사한다.
맑은 하늘아래 펼쳐진 산들은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눈앞에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 보인다.
몇 걸음 차이로도 확연히 달라지는 산의 얼굴!
계곡 못지않게 안개구름을 두른 듯 아스라한 능선이 환상적이다.
힘겨운 여정을 보상이라도 하듯 눈앞에 펼쳐 보이는 풍경과 가을의 빛깔들을 이곳에서 마주하니 가슴이 벅차온다.
짙푸른 능선사이로 높낮이가 다른 상정들이 한 폭의 아름다운 산수화가 되어 나무와 억새풀사이로 파고드는 가을빛이 보석처럼 영롱하다.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을 어찌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산에서도 삶에서도 중요한건 바로 지금이다.
여름 내내 초록의 향연을 베풀었던 활엽수들이 추색단장을 하기위해 즐거운 연주를 한다.
성미 급한 갈잎들은 단풍이 들기도 전에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가 하면 추색 빛으로 곱게 물들인 나무도 있다.
어느새 계절에 맞춰 여물어 가고 있는 숲속세상!
떠난 계절의 자리마다 잊지 않고 스며드는 가을은 여린 고개를 살며시 내밀고 있다.
더웠던 여름은 세월의 뒤로 살며시 꼬리를 감추고 옅은 색지처럼 번져가는 가을의 물들임이다.
그 세상 속 풍경들은 그야말로 한 폭의 전원처럼 평화롭다.
바람도 쉬어간다는 영축산 능선에서 소박한 점심 한 끼 때우기로 한다.
그저 자연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다.
먼저 온 산대장님이 하늘아래 터를 잡고 점심상을 차렸다.
모두 다 바리바리 싸들고 온 솜씨를 풀어낸다.
금새 차려진 성찬!
김치찌개, 생선구이, 돼지머리, 낙지복음, 풍성한 과일과 회 무침 그리고 술까지-
비록 진수성찬은 아니더라도 함께한 반찬거리가 많으니 이보다 더 좋은 만찬은 없을 것 같다.
하늘아래에서 오고가는 건배 잔에 우정을 실어 맛난 음식을 먹는 즐거움은 또 다른 맛이다.
가을의 낭만을 즐기며 산속에서 먹는 즐거움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거대한 자연의 품에서 오붓함을 느낄 수 있는 행운은 삶에서 그리 많지 않다.
행복은 누구나 말하듯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아주가까이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배낭 속에 남은 과일과 간식거리 그리고 사탕 한 알이라도 나누어 먹는 즐거움에 오늘 나는 행복나무 하나 심었다.
가을의 낭만을 즐기며 자연의 바람과 맑은 공기가 양념으로 추가된 반찬을 덤으로 얻어 산속에서 먹는 즐거움, 요 맛에 산행하는 산님도 있을 거다.
일상이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사소한 재미 소박한 즐거움 그 작은 것들이 산 위에선 늘 큰 행복이 된다.
이게 인생사의 또 다른 맛이 아니겠나?
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달큼한 시간이 행복을 실어 추억이 되어 서서히 흐른다.
능선에서 만난 풍경은 언제나 감동이다.
하늘도 바람도 구름도 풍경이 되는 곳 이곳에선 사람도 풍경이다.
천황산과 운문산 가지산까지 헤아릴 수 없는 산자락과 고갯마루가 눈인사를 건넨다.
지금 서있는 이곳은 영남알프스의 행렬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훌륭한 조망 터다.
사방이 확 트인 산 그리매가 너울너울 펼쳐져 장엄한 파노라마가 연출된다.
아기자기한 숲속 길 넘나드는 작은 움직임들이 한 편의 서정시처럼 구성지다.
제각각 다른 이름을 가진 산정이지만 능선은 어깨동무를 한 채 하나의 길이 되어 천상과 지상을 가린다.
때로는 가까이에서보다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더 잘 보이는 법!
제아무리 높고 험한 산이라도 멀찍이 떨어져서 보면 한없이 아름답고 부드럽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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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안 풀리던 삶의 문제도 산 위에선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때가 있다.
숫한 시름에 복잡하던 마음도 인정사정없이 뒤를 쫒던 시간도 요동치던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 한곳!
구름만이 조용히 제갈 길을 가며 흐르고 있다.
신불재로 내려가는 길!
바람 따라 흔들리는 마음을 쫒아간다.
해발 1000m를 오르내리며 이어진 능선에 만발한 억새꽃들!
은빛억새의 물결로 산 전체가 출렁인다.
아무러치 않게 너울대는 억새꽃 속에서 하늘 끝에 닿을 듯 서성대는 마음을 만난다.
하늘과 바람 그리고 억새와 걷는 길!
완만한 내림 길이라 가을빛 만끽하기에도 좋다.
눈을 돌려 지나온 길을 뒤돌아본다.
뒤를 따라온 길은 이미 추억속의 옛길로 변해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은 한 폭의 그림을 펼쳐놓은 듯 보이는 곳마다 풍경이다.
그 속에서 걷는 마음은 흔들리지 않을 재간이 없다.
아니 어쩌면 그 흔들림이 좋아 사람들은 이곳에 왔는지도 모른다.
내 마음을 아는지 억새는 바람을 제 몸에 싣느라 부산하다.
제 몸에 실은 바람을 어디론가 떠나보내려는 억새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지네들끼리 부딪치고 흐느적거리며 사각거린다.
어느 곳이든 제 몸이 있는 곳을 아랑곳하지 않고 좋아하는 바람이 불어오면 억새는 바람을 그냥 제 몸에 싣는다.
세상살이 처한 순간 삶의 주인공이 되어야한다는 말처럼 억새는 바람을 기다리다가 바람을 만나는 순간 세상의 주인이 되어버린다.
바람 한줄기도 놓치지 않으려고 일제히 한곳을 향해 서로 부딪치는 모습에서 숭고함이 보인다.
누군가의 염원을 안고 하늘에 이르고자 함일까?
내 작은 염원도 저들 사이에 끼워 넣고 싶다.
모진겨울을 지나는 동안 빈 몸이 되어 서걱대는 억새 앞에서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는 자연의 섭리를 생각해본다.
초가을에 피기 시작해 늦가을까지 머무는 억새꽃은 산이 가을을 주는 마지막 선물이다.
억새꽃 향기가 시들면 가을마저 저물 것이다.
억새꽃이 출렁이는 예쁜 길을 따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어느새 신불재에 도착했다.
가을 빛 일렁이는 아름다운 산에 올라 꽉 막힌 세상을 내려다본다.
맑은 하늘아래 지평선과 수평선의 경계마저 아련한 풍경!
그 소중한 경치가 눈에도 마음에도 벅차게 밀려온다.
산 아래 세상이 고개를 숙일 때 그제 서야 산은 가을을 알린다.
자연의 변화는 사람의 힘으로 거시릴 수도 없고 더구나 정복할 수도 정복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세상에서 물든 욕심 산에 올라와 들여다보면 티끌 같아 보잘 것 없어 보이는데 왜 그 진리를 버리지 못할까?
그래서 나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으며 거친 호흡에 버려야할 무게를 바람결에 실어본다.
능선은 무거운 짐을 실은 채 바람이 되어 내달리고 구름이 되어 흘러간다.
산 위에서 겸손히 나 자신과 산의 경계를 허물 때 마음은 바로써 씨가 되고 노래가된다.
풍경도 열매도 가진 것이라면 모두 내어주면서도 언제나 푸르게 영글어있는 산의 품!
조금씩 내안을 비운다.
하산길!
여정의 끝 계곡물이 시처럼 흐르고 풍경은 음악처럼 번진다.
높은음 낮은음 자주오가는 어려운 노래처럼 오르고 내리는 걸음이 반복 되 어느새 산길은 하산지점에 다다른다.
작은 일에도 크게 웃을 수 있고 만나는 모든 이가 반가운 곳!
그곳이 산이다.
오늘도 회색빛 도시를 탈출해 아름다운 자연이 만들어낸 선물을 한 아름 안고 아침에 환송을 받으며 나섰던 그 자리로 다시 돌아온 발걸음이 가뿐하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자연이준 감동을 자유롭게 가슴에 담아 일상으로 향한다.
함께 동행해주신 회원님께 감사드리며 먹거리에 대해 늘 신경써주신 집행부님께 감사의 말 전한다.
중앙신협산악회 파이팅!
푸르리(김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