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짧지 않은 여정, 108 사찰 생태기행을 다니며 출간한 시리즈 완간 기념 세트. 경치 좋은 사찰을 찾아 놀이삼아 떠나는 사람들의 길라잡이용 도서가 아니다. 우리의 자연을 생각하고 산사의 숲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숲은 그곳에 사는 사람을 닮는다고. 그래서 도시의 숲은 시민들을 닮고, 산사의 숲은 그 절에 사는 스님들을 닮는다.’는 저자의 생각이 담겨있다.
사찰 생태기행은 동식물만을 관찰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산속의 사찰을 찾아가는 것이므로 사찰의 외형적인 전각에도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단순히 감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각 개·보수 불사의 진행상황, 마당 관리 상황, 경내 생태조경 등등 인위적 환경 조성과 같은 환경 전반에 걸친 탐문조사를 함께 한다. 이렇듯 사찰을 찾아드는 들머리부터 대웅전 등 주요 전각이 세워진 경내,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지는 고개와 산까지 발길을 따라 산사의 주변을 순차적으로 찬찬히 살펴본다.
백 년, 이백 년 아니 그보다 더 긴 시간이 흐른 뒤, 서기 2000년대의 숲 생태를 가늠하는 잣대이고 싶다.
한 사람의 생명을 건 공력... 《108 사찰 생태기행 _산사의 숲》은 사찰생태연구가 김재일 선생이 2002년부터?7년에 걸쳐 전국 108개 사찰을 생태모니터링한 결과를 기록한 전 10권의 시리즈물이다. 원고지 총 분량 7500매, 사진 자료 5000매, 편집에 소요된 시간이 3년이라는 물리적 방대함에 앞서 이 시리즈의 완간에는 한 생태연구가의 생명을 건 공력과, 지금 이 땅의 자연환경과 삶의 모습을 세심하게 기록해 후손들에게 생태 변화의 잣대를 마련해 주겠다는 속 깊은 소망이 담겨 있다. 소설가, 국어 교사라는 경력에 시민운동가, 그리고 출가의 이력까지 덧붙이면 충분히 독특한 경력을 지녔음에도 저자 김재일 선생은 어떤 경력에 앞서 사찰생태연구가임을 자임한다. 그만큼 사찰생태에 깊은 관심과 애정이 있기 때문일 터이다. 저자는 개발 이데올로기의 팽배로 인해 이 땅의 자연 피해가 극심하게 드러나기 시작하던 1990년대부터 자연 생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자연 생태에 관심을 가지면서 선생은 변해만 가는 이 시대 자연의 현재를 정확히 기록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생각에 떨치고 일어나 숲을 찾아 나섰다. 수많은 숲 가운데 산사의 숲을 생태모니터링하게 된 것은 저자의 종교적 관점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 땅의 숲 가운데 산사의 숲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숲 생태의 고유성과 자연성을 잘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객관적 기준이 더 크게 작용했다. 이 시대의 숲에는 무슨 나무와 풀들이 있고 어떤 곤충이 살며 무슨 새들이 날아드는지, 산사의 숲에 기대어 살아가는 모든 생명과 그곳에 놓인 전각이나 탑, 바위 하나까지 그 숲에 들어섰을 때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발에 밟히는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기록에 멈추지 않고 숲에 깃든 동식물이 생명이듯 숲도 하나의 생명으로 보아,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 숲이 자란다며 숲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질 것을 조근조근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의 숲에 대한 사랑과 관심의 작은 결과물이랄 수 있는 이 시리즈의 책들을 들고 훗날 이 땅에 온 어느 누군가가 자신이 밟았던 행적을 되짚어 길을 나서길 바라며, 더불어 이 책들이 이 땅의 생명(자연) 변화를 관찰하고 깨닫는 잣대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