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N 부산 교통방송 4시의 교차로 2부 <헬로 시조>코너 23회 방송 녹취
(2016년 4월 30일 토요일 16시 30분~40분 방송,94.9Mhz)
MC; 이병준
출연(해설); 세계시조시인 포럼 대표 최연근 시조시인
※ Chord + <오후의 시조> 23회 방송 녹취
MC Ment
이 시간, 왠지~ 옷매무새부터 바르게 해야 할 시간입니다.
바르고 아름다운 현대시조의 세계로 동행해주실 분,
세계시조시인포럼 최연근 대표 자리하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최/안녕하세요.
MC/오늘 소개해 주실 시조는 어떤 시조인가요?
최/오늘도 지난주에 이어 우리들의 얘기가 있는 시조를 소개할까 합니다. 먼저 유헌 시조시인의 <윤슬>입니다.
********** BGM 잔잔하게 깔아주세요 **********
윤슬
유 헌
고요히 바라보는 너의 눈동자에,
노을 붉게 깔리더니 잔별이 총총하다
잔잔한 바다 저 멀리 수평선이 되는 나
MC/지난 시간에 시조는 짧아서 지루하지 않다고 했는데 시조는 이렇게 모두 짧은가요. 그리고 짧다고 꼭 지루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최/그렇습니다. 길다고 지루하고 짧다고 지루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시조는 그렇지 않습니다. 시조는 룰이 정해져 있는 정형시이기 때문에 절제의 미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소개해 드린 시조가 기본형인 시조 한 수라고 하는데, 초장, 중장, 종장으로 나누어 3장 6구 12음보 45자 내외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룰을 지켜야 하기에 많은 내용을 절제된 표현으로 구성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시조는 짧으면서 지루하지 않습니다.
MC/그럼, 모든 시조가 이렇게 짧나요? 긴 시조도 있지 않나뇨?
최/맞습니다. 노래로 널리 불러지고 있는 <가고파>는 10수에 달하는 긴 시조입니다. 하지만 노래를 만들거나 역사적 배경을 담기위한 의도적이 아니면 1수에서 3수까지의 시조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1수의 짧은 시조가 기본형이고 그 기본형에서 시조의 맛과 멋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개해 드린 이 시조가 그런 맛과 멋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시조는 애잔하고 외롭지만 느긋하게, 갈등과 애환에 가득 차있지만 아름답게 단장하고 있는 그런 맛을 담고 있는 시조입니다. <윤슬>이라는 제목으로 유혹까지 하고 있네요. 아시다시피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반짝이는 잔물결을 말하는데 유헌 시조시인은 노을 붉게 깔릴 쯤 반짝이는 윤슬에서 깊은 감회에 젖은 너의 눈동자를 보았을 것입니다. 그 눈동자는 지나온 날들의 애환이며 갈등이며 외로움인 것입니다. 아니 멀리 떠나보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일 수도 있고 아직도 내려놓지 못하는 미련일 수도 있습니다. 마침내 이러한 모든 것들이 잔별이 총총하듯 윤슬로 수없이 바다에 쏟아져 반짝인다고 유헌 시조시인은 그 모든 것들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갈등과 외로움과 회환이 고요히 바라보는 너의 눈동자에/ 노을 붉게 깔리더니 잔별이 총총하다/ 잔잔한 바다 저 멀리 수평선이 되는 나임을 알게 된 것입니다. 잔별이 총총하듯 쏟아지는 윤슬이라 할지라도 저 멀리 수평선일 뿐이며 그래서 바다는 잔잔하다고 유헌 시조시인은 그 심정을 은유하고 있습니다.
MC/다음은 어떤 시조를 소개해 주실 건가요.
최/다음은 김정 시조시인의 <천칭의 시간>입니다.
********** BGM 잔잔하게 깔아주세요 **********
천칭의 시간
김 정
저울의 두 힘들이 팽팽히 마주 서서
먼지처럼 앉았다 이는 하루해 짧다 해도
달팽이 등짐을 지고 한 생을 넘고 있다
MC/이 시조를 듣고 있으니까 문득 생각나는 게 있는데요, 천칭으로 잴 수 있는 우리 삶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실제로 잴 수는 없겠지만 달팽이 등짐만큼 무거울까요?
최/글쎄요, 삶의 무게를 어떻게 잴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삶의 무게는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각자 그 무게만큼 다른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말씀하신대로 달팽이는 그 등짐만큼의 무게로 한 생을 살아가는 걸까요? 김정 시조시인은 삶의 무게를 천칭의 시간으로 재고 있습니다. 먼저 저울의 두 힘들이 팽팽히 마주 서야 그 무게를 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형평이 맞게 균등해 지니까요, 아니 그것은 생과 사의 형평일 수도 있고 선과 악의 형평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일 것입니다. 그렇게 살아온 삶의 무게를 잴 수 있는 시간은 하루해처럼 짧은 시간에 불과하며 그 무게 역시 먼지처럼 앉았다 이는 무게임을 알기에 삶의 무게를 재는 천칭의 시간은 아무도 가름할 수 없는 무한의 시간일 것입니다. 이러한 시간을 달팽이 등짐을 지고 한 생을 넘고 있다고 김정 시조시인은 그 시간들을 되돌리고 있습니다. 그 무한의 시간이 삶의 무게이며 그 무게로 달팽이 등짐처럼 지고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MC/이 시조는 결국 주어진 삶에 충실 하라는 건가요. 하지만 그 충실히 살아간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최/네, 그렇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듯이 삶은 볼 수 없는 시간들입니다. 결국 천칭의 시간은 보이지 않는 시간입니다. 시조를 쓴다는 것도 보이지 않는 것을 쓰는 것입니다. 문득 생각이 나는데요, 혹 21그램이라는 영화 본적 있나요. 행복을 찾아 범죄를 저지르고 끝내 불행해진다는 내용인데 이 영화에서 말하는 메시지는 우리가 살아야하는 그 찬란한 인생의 무게는 얼마이며 영혼의 무게는 얼마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 무게를 어떻게 잴 수 있었겠습니까. 결국 죽음을 보면서 무게를 짐작합니다. 살아있을 때와 죽었을 때의 무게 차이가 21그램이라는 것을 짐작하죠. 그래서 영혼의 무게가 21그램일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과학적 근거는 없는 겁니다. 어쨌든 삶의 무게는 보이지 않고 느끼지 않지만 달팽이가 등짐을 지고 일생을 살아 가야하듯 그런 운명적 무게인 것이라고 김정 시조시인은 삶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MC/그 무게만큼 지고 다시 낭송해보겠습니다.
********* BGM 잔잔하게 **********
<천칭의 시간-다시낭송>
********* BGM UP & DOWN ************
MC/그 무게를 느꼈나요.
최/네, 이 짧은 시조에서도 그런 무게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시조만이 갖고 있는 힘입니다.
MC/다음 주에는 어떤 시조 소개해 줄 건가요.
최/네 다음 주에는 5월의 이야기가 있는 부모를 주제로 한 시조 소개 하겠습니다.
이말라 시조시인의 <어머니> 정은정 시조시인의 <보고파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