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현대사를 미소짓고 보게 만드는 한편의 영화
옛음악과 명사(名士)들을 대거 동원,
7080 세대를 위해 만든 듯한 영화
TV 드라마 <응답하라, 1994>. 타이틀이 왜 이런(?)지 궁금해 보니 90년대 서울의 대학가 하숙집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꽤 재밌다. 뭘 응답하라는지는 여전히 아리송한데, '아날로그'의 마지막 세대들이 추억할 만한 청춘의 순수한 열정, 사랑의 열병 등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
'1994년'. 이 해에 선보인 명작 반열의 영화가 한편 있었으니 《포레스트 검프》이다. 어른이 돼서도 동심의 순수성을 가진 톰 행크스의 연기가 돋보이고, 지난 20세기 후반의 급변스러운 사회상을 코믹하게 그려 재미와 감동을 모두 갖게 해준다.
윈스톤 그룸의 1986년 동명 소설에 기반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이 영화는 상영 기간 전 세계서 6억7천7백만 달러를 벌어 거대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는데, 아카데미 상 부문에서 작품상, 시각효과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6개의 상을 섭렵했으니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의 곡절 많은 현대사(1960-70년대)를 다소 '지진아'로 자란 포레스트 검프란 인물이 부닥치는 우연의 연속으로 배열한 것이 스토리 구성의 매력. 역사에 기반한 너무 황당치 않은 한 개인의 우연과 성공, 순수하고 아름답지만 오래 함께 하지 못하는 애틋한 연인 이야기 등이 그렇다.
무엇보다 영화의 보너스로 여겨지는 사운드 트랙이 무려 32곡. 2001년 《스페셜 콜렉터스 에디션》으로 재발매된 사운드 트랙에서는 2곡이 더 추가돼 입이 쩍 벌어지게 만든다. 다양한 장르의 대중음악을 망라했다고나 할까, 힙합에 빠진 요즘 10대들이 들으면 '아, 이런 거구나' 하고 전 세대들이 향유한 음악세계를 속성으로 거진 알 만큼 풍성하다.
케네디, 존슨, 닉슨 등 역대 미 대통령들과 비틀즈 멤버인 존 레논을 조연격으로 연기케(?) 한 것도 뛰어난 감독의 발상.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줄거리 또한 매력적이어서 자세히 소개해 본다(오는 크리스마스, 온가족이 함께 볼만하지 않나 싶다).
[줄거리]
조지아 주 서배너의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던 포레스트 검프는 그 옆에 앉아 있던 한 여성에게 그의 삶 이야기를 들려 준다.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버스 정류장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이 계속 바뀐다. 어떤 사람은 믿지 못하겠다는 태도를 취하기도 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짓는 사람도 있었으며, 또 재미있게 듣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등교 첫날 포레스트는 제니(Jenny)라는 한 소녀를 만난다. 그 둘은 끈끈한 우정을 맺는다. 포레스트와 제니는 함께 시간을 보냈고 제니는 포레스트를 못살게 구는 아이들로부터 포레스트를 지켜낸다. 포레스트의 지능 지수(IQ)가 평균 이하(75)였지만 뛰어난 달리기 실력으로 앨라배마 대학교의 미식축구 선수로 입학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학 졸업 뒤 그는 군에 입대하였고 여기서 버바(Bubba)라는 이름의 친구 한 명을 사귀게 되었다. 그 친구는 포레스트에게 전쟁이 끝나면 새우잡이 사업을 같이 하자고 약속하였다. 둘 다 보병으로 베트남 전쟁에 보내졌고, 잠복을 하던 가운데 친구 버바는 전투에서 죽고 만다. 다행히 파편에 두 다리를 잃게 된 소대장 댄(Dan)을 비롯한 소대 다수를 포레스트는 빠른 달리기 실력을 발휘해 구해내고, 명예 훈장도 받게 된다.
포레스트가 엉덩이에 탄을 맞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가운데 탁구에 대단한 소질이 있음을 알아낸다. 이로써 미국이 중국에 화해 제스처로 첫 시도한 핑퐁 외교의 탁구 선수로 선발돼 경기도 치른다. 그 공로로 대통령을 만나는 등 특별휴가 중이던 그는 워싱턴 D.C.에서 반전 모임이 일어나는 가운데 히피족 스타일로 살고 있던 제니와 다시 만나게 된다. 재회의 기쁨은 잠깐이었다. 히피 생활에 푹 빠진 제니는 부랴부랴 일행들과 떠나고, 포레스트는 존 레논을 만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포레스트는 탁구 패들(라켓)을 만드는 회사와 연계돼 광고를 하고 큰 돈을 얻는다. 이 돈으로 전시에 죽었던 친구 버바와의 약속대로 새우잡이 배를 산다. 이때 댄이 포레스트와 고기잡이에 합류한다.
초기에는 새우잡이에 어려움을 겪지만 허리케인 속에서도 포레스트가 운영하는 배만이 살아남고 엄청난 양의 새우를 잡는 행운을 잡는다. 이 돈으로 댄은 '애플(Apple)사'에 돈을 투자하고 포레스트는 그의 여생을 재정적으로 안전하게 보낼 수 있게 된다(오늘날 글로블 기업이 된 IT계의 거물 애플사를 사과주스 만드는 회사 정도로 생각하면서).
집으로 돌아와 지내는 며칠 사이 어머니의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어느 날 제니가 만나러 돌아오자 포레스트는 그녀에게 청혼한다. 그녀는 이를 거절하지만 사랑의 뜻으로 그와 잠자리를 같이 한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찍 그를 떠난다. 무슨 생각인지 포레스트는 달리기를 하기 시작한다(왜 달리는지 언급은 없다. 어린시절 제니가 말한 "위험할 때 뛰어라"를 연결시킬 수 있을 뿐). 달리다보니 어느새 대륙을 가로질러버리기를 3년 반, 그가 유명하게 되자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그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현재로 돌아와, 포레스트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까닭이 텔레비전에서 자기를 본 제니가 자신을 방문해 달라는 편지를 보냈기 때문이라는 것임을 되새긴다. 찾아온 그에게 제니는 그와 같은 이름의 아들을 소개시켜 준다. 포레스트는 그 아이가 자기 아들임을 모를 정도로 아둔하지는 않다. 또 제니는 자기가 지금 한 바이러스(HIV로 추측)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고 포레스트에게 말한다.
가족이 된 세 명은 앨라배마 주의 그린보(Greenbow)로 돌아온다. 제니와 포레스트는 마침내 결혼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녀는 죽음을 맞는다. 영화는 포레스트가 아들이 처음 등교하는 날에, 학교 버스를 기다리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명대사]
"인생은 초콜릿 상자"
한 소년이 어머니와 병원에 와있습니다. 의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합니다. 소년이 듣는데도 대놓고 말이지요.
“아드님의 척추는 정치인의 도덕성처럼 휘어 있습니다(Your son's back is as crooked as a politician's morals).”
소년의 급우들도 병신(retard), 낙오자(loser)라며 손가락질합니다. 의사가 소년의 어머니에게 “댁의 아이는 다릅니다(Your son is different)” 라며 노골적으로 ‘차이’를 언급한 것처럼, 급우들의 언어도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politically incorrect)’ 차별 및 모욕의 언어폭력이지요. 그런 말을 듣고 올 때면 소년의 어머니는 힘주어 말해 줍니다.
“넌 누구와도 다르지 않아(You're no different than anyone else is).”
소년의 IQ는 75입니다. 게다가 늘 다리 교정기를 차고 다녀야 하기에 동네 악동들은 틈만 나면 그를 놀리거나 위협합니다. 대학에 간 뒤에도 그는 늘 위태로워 보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불량배들의 추격을 피해 달리는데 그 사이 교정기가 마디마디 조각나 떨어져 나갑니다. 바람처럼 달리는 그의 모습은 그 순간 자신의 모든 신체적 한계를 떨쳐내는 은유이자,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은유이기도 합니다.
그의 이름은 포레스트(톰 행크스)입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의 주인공이지요. 그에게는 지적 발달장애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얼간이란 ‘하는 짓’이 얼간이 같은 사람이야(Dumb folks are folks who act dumb)”라고 일러준 어머니의 말처럼, ‘정상인을 자처하는 얼간이들의 휘어진’ 시각을 꼬집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포레스트의 눈은 누구보다 아름답고 위대하기에 이 영화의 포스터는 “당신도 포레스트 검프의 눈으로 바라보면 세상은 틀림없이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The world will never be the same once you've seen it through the eyes of Forrest Gump)”라는 홍보문구를 부각시켰지요.
포레스트 검프는 1950년대부터 30년 동안 미국의 현대사를 관통하며 시대의 관찰자 역할을 해냅니다. 케네디 대통령을 만난 직후 베트남전에 가 전우를 구하는 전쟁영웅이 되고, 탁구를 빼어나게 잘한 덕에 미국이 중국과 벌인 핑퐁 외교의 현장에 서기도 합니다. 닉슨을 만난 직후 워터게이트 사건의 현장을 목격하여 제보하기도 하고, 전역한 뒤엔 ‘애플’에 투자해 큰 사업가가 됩니다.
그런 그에게도 삶의 이유가 있습니다. 어릴 때 유일한 소꿉친구였던 제니를 찾아 사랑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니는 세상을 떠돌며 유랑의 삶을 삽니다. 어릴 때 가정폭력의 희생자였던 제니는 그걸 극복 못하고 스스로를 일탈의 중심에 방치하여 급기야 AIDS 환자가 됩니다. 이렇듯 영화는 포레스트 검프와 제니의 삶을 대비시켜 ‘의미와 목적이 있는 삶을 사는 게 인생의 목적(The purpose of life is a life of purpose)임을 설파합니다.
‘포레스트 검프’에는 주옥 같은 명대사가 많지요. 그 중 으뜸인 보석은,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서 무엇일 집을지 아무도 모른다(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You never know what you are going to get)"이지 싶어요. 살아가면서 어떤 초콜릿들을 집을지 알 수는 없지만, 목적이 있는 삶을 살면 분명 원하는 초콜릿을 집게 될 것이니까요.
- [문화일보] 이미도의 '인생을 바꾼 명대사'에 게재된 칼럼
♤♠♡♥
무고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불러오는 <왕따와 아동학대>! 요즘 사회적 이슈가 여기서도 등장하네요.
포레스트 검프의 눈에 비쳐진 세상 풍경 - 오후의 햇살이 가득한 정원의 벤취입니다.
- Forrest Gump Suite -
앨런 실베스트리(Alan Silvestri)가 이 영화를 위해 작곡한 여러 모음곡인데,
주인공인 검프가 의족에 의지하지 않고 달리는 장면, 탁구대회에서 우승하는 장면 등...
여러 장면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