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 시인의 본 53 선지식 19차. 47.드들강의 노랫소리
드들강의 노랫소리
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얼어 붙은 땅에서도 새로운 꽃을 피울
몸 단장을 하고 있는 드들강
봄은 멀리에서 비를 몰고 온다.
봄은 배고픈 이들에 주어진 고통
참고 견디는 인욕을 배워야 한다는
전설이 있어서 오히려 슬픈 기다림이다
내가 드들강의 전설을 알게 된 이유는
사랑이라는 것이 소멸해버리고 있던 시절
무등산 너머로 떠오르는 반달 같은
그러한 눈썹을 하고 있던 꽃
나에게 주어진 것은 바로 시라는 이름으로
내 심장 속을 울리는 고구려 북소리 같은
아름다운 날의 강연을 하던 날이었다
좁은 길목에 모여든 사람들 가운데
유독 눈에 들은 꽃을 보았다
밤이면 하늘에 별이 되었다
밤에 나타난 꿈이 있었는데
어린 동자들이 출동하여 군사놀이를 하고
전쟁에서 폐한 장수 같은 몸을 보이더니
금시 돌이 되어 등장하는 전쟁 놀이를 하고
어딘 가로 달려가는 아이들이 있었던
그 아이들에게 전하는 노래는 바로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남이다
시인을 노래하는 것이야 행복
그러한 행복을 노래하는 밤은
밤 하늘에 떠 있는 별이 된다.
시인이란 이름을
얻는다는 것이 어떠냐고
그렇게 물으니 대답은
참으로 행복이어요
하루에도 만나지 않으면 눈이 선하여
발걸음도 옮길 수록 생각나는 꽃이 피어
봄을 부르는 까마귀의 노래 소리가 들린다.
까마귀의 노래 소리를 듣고 있으니
꿈에 보았던 아이들이 까만 눈동자
눈동자는 내 몸에 들어와 멈추어 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눈을 감으려 해도 감을 수 없는
하나의 사연이 떠오르고 있어
나는 시를 창작한다.
시를 사랑하는 몸이 되어서
천 길 먼 길이나 되는 길을 간다.
하루에도 쉬지 않고 걸어간다.
발등이 부어터지는 몸으로
그리움으로 잠을 청하는 날을 기다려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전설이다
드들강에 전설이 나에게 나타난다.
전설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행운이다
누가 누구를 그리워하겠나
그리움으로 산다는 것은 참 좋아
어느덧 지나가는 겨울밤이 있어도
봄을 기다리는 것이 있어 나를 잠들게 한다.
저물어 오는 길목에서 차를 한잔 하고
지난 일을 하나둘씩 회상하면서
그날에 우리가 갈대밭 고향에서 보았던
허수아비 옷자락을 깔고 앉아 시를 쓰고
서로 당 독하던 밤이 생각이 난다.
밤은 참으로 행복한 밤이었다
하늘에 별이 떠 있는 모습을 바라본
그날을 회상하는 것은 나를 시인이란
이름으로 이름을 던지는 것이라고‘
그렇게 말을 하고 말을 몰고 달린다.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가야 할 길을 가르쳐주세요.
백제의 도공들이 일본으로 끌려가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전설 같이
나에게도 그러한 전설을 창작하게 한다.
전설의 드들 강의여
그대는 어서 옷을 벗어라.
그리고 그대는 어서 몸을 씻어
몸에 향기를 풍기는 땅에서 피우는 쑥
향기를 풍기어 다오 어서 향기를 풍기어 다오
그러함 그리움을 목욕을 하고 기다려
향기로운 몸에서 풍기는 봄 향기는 드들강
드들강에 눈을 뜨고 있는 버들 강아지
버들 강아지는 사랑을 속삭이네
사랑을 속삭이고 있네
2023년 2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