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울산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를 다니던 B(40) 씨는 작업 중 사고로 오른쪽 손가락 5개가 모두 절단됐다. 어릴 때 사고로 왼쪽 팔을 잃어 오른쪽 팔로만 생활해 오던 B 씨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사고였다. 이번 사고로 오른쪽 손가락마저 잃게 되면 일상생활은 영영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고 직후 B 씨는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수부외과 전문의가 없어 할 수 없이 서부산센텀병원으로 이송됐다. 8시간 동안의 재접합 수술과 조직이식술 끝에 다섯 손가락은 모두 재건됐다. 지금은 글씨 쓰기, 수저 사용하기 등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됐다. B 씨는 "사고를 당한 후에 손을 더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될 거란 생각에 정신적 고통이 무척 컸다. 하지만 손가락 재접합으로 제2의 인생을 선물 받았다"며 의료진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B 씨의 경우 다른 손가락은 절단 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쉽게 재접합이 가능했으나 엄지손가락은 심하게 눌려 수술이 어려웠다. 그래서 엄지발가락의 피부를 떼어내 손가락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수술을 진행했다.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몸의 다른 부위에서 조직을 떼어와 이식하는 '유리피판술'로 오른손 손가락이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회복된 것이다.
3년간 1천건 이상 재접합 수술
성공률 90% 미세기술력 정상급
경험 갖춘 전문의 24시간 대기산업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작업현장에서 안전사고로 인한 부상 중에서 수부 손상이 38.6%로 가장 많다. 그러나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절단사고 후에 장애를 안고 사는 환자가 20%에 이르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인한 사지 절단 사고는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요즘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사고가 많아 이에 대한 대책과 관심이 필요하다.
절단 사고를 당하면 주변 사람이나 환자가 당황하면서 응급조치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재접합 성공률을 높이고 더 나은 기능 회복을 위해선 절단 부위의 보관이 중요하다. 이럴 때는 깨끗한 거즈나 헝겊으로 싼 뒤 비닐 봉지에 담은 다음 밀봉하고, 이를 다시 얼음이 채워진 비닐에 넣어 가지고 오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사고를 당하고 빠른 시간 내에 병원으로 이송해서 재접합 수술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세수술이란 머리카락 굵기보다 가는 실로 수술용 현미경을 보면서 혈관이나 신경 등을 봉합하는 수술이다. 절단된 사지의 재접합, 각종 외상이나 종양 환자의 재건수술, 장기 이식 수술 등에 사용되는 외과 수술의 한 영역이다.
우리나라에 미세수술이 도입된 것은 1970년대 후반이다.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젓가락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우리 민족의 특별한 손재주와 꾸준한 연구로 비약적인 발전을 해 왔다. 아시아권에서는 한·중·일 3개국이 가장 앞서 있는데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2월 개원한 서부산센텀병원은 부산·울산·경남 지역 최대의 수지접합 전문병원이다. 수부 및 미세수술센터에서 지금까지 1천 건 이상의 수지 재접합술, 300건 이상의 유리피판술(조직이식술)을 시행했다.
깨끗한 절단의 경우에는 90% 이상의 재접합 성공률을 보이고 있어 국내 미세수술 분야의 선두권에 있다. 수부 및 미세수술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많은 임상 경험과 실력을 갖추고 있는 미세수술 전문의가 24시간 대기하고 있어 사고 후 최단시간 내에 성공적인 재접합 수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국의 환자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이같은 수술 성적과 진료시스템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미세수술 분야인 '수지접합 전문병원'으로 지정받았다.
서부산센텀병원의 또 다른 장점은 연구와 교육활동이다. 매월 국내 전문의들을 초청하여 강연을 진행하고 있고 대한수부학회, 대한미세수술학회 등 국내학회와 국제학술대회에 논문 발표를 해오고 있다. 김용진 병원장은 종아리 부위에서 혈관을 연결시킨 상태에서 피부판을 떼어와 발목이나 발등 부위의 피부를 덮어주는'비복동맥 피판술'을 1995년에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2011년에는 손바닥 부위의 피부를 이용하여 손가락 부위의 피부를 재건시키는 '유리 무지구 피판술'을 국내에 처음 보고했다. 김병군 의료전문기자 gun39@busan.com
김용진 원장팀은
서부산센텀병원 김용진 원장은 수부 미세수술 파트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수부외과 전문의다. 부산·울산·경남에서 유일한 미국 수부외과학회 회원이며 현재 대한미세수술학회 회장으로 학회를 이끌고 있다.
동맥을 연결시킨 상태에서 피부판을 떼어와 상처 부위를 덮어주는 비복동맥 피판술을 국내에서 처음 시술했고, 자가이식한 뼈와 발가락을 이용해 손가락을 재건하는 유리조직 이식술을 지역에서 처음 시술했다.
서부산센텀병원 정형외과 7명의 전문의 중에서 4명이 미세수술 및 수부외과를 담당하고 있다. 부산대의전원 외래교수이며
대한손상예방협회 본부장으로 있는 서영석 박사, 침례병원 한서병원 정형외과 과장으로 근무했었던 함동길 과장, 미국 보스턴 하버드의대에서 연수를 마친 이상현 박사가 미세수술을 담당하고 있다. 김병군 기자
손상을 치료하는 의료진들이 손상을 예방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얼마나 큰 인술인가를 느끼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