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고통과 불안, 우울, 무기력함을 호소하시는 분들을 보면,
명확한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만성적인 에너지 저하 상태에 있다는 거죠.
이 때 사람들이 범하는 흔한 착각 중 하나가 뭐냐면,
나에게 어떠한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이걸 찾아내서 고치고 싶어한다는 겁니다.
요즘 예전이랑 달리 만사가 귀찮고, 짜증나고, 심사가 날카로워졌다.
분명 내 정신건강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걸 거야.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 상담소를 가 봐야 할까?
비유하자면,
보일러를 아무리 틀어도 집이 도통 따뜻해지지 않을 때,
사람들은 보일러가 고장났다고 생각하며 보일러 기술자를 부르려 하겠죠.
하지만, 기술자가 와서 하는 말이 이렇다면 어떨까요?
보일러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다만, 기름이 없어서 그래요. 기름 넣은 지 얼마나 되셨나요?
연료 부족이지 고장이 아니다.
인간은 에너지가 있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어요.
이는 보일러나 스마트폰 시스템만큼이나 굉장히 단순한 원리입니다.
다만, 에너지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걸 인식하고 대응하는 과정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일 뿐,
만약, 스마트폰처럼 인간의 생체 에너지를 측정해서 0~100%까지 수치화해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
우리 스스로 정신건강을 챙기는 일은 훨씬 더 수월해질 겁니다.
에너지가 10% 밖에 없다는 걸 확인하면, 누구나 에너지를 충전할 것이고,
에너지가 충전되면, 공부든, 일이든, 인간관계든 얼마든지 참고 버티며 수행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겨날 테니까요.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내 에너지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① 일상생활이 버겁게 느껴질만큼 힘들다면,
내 정신상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일차적으로 에너지 저하 문제를 의심한다.
② 이후 일이나 공부, 인간관계 등에서 한 발 물러나, 내 에너지를 회복하는데 총력을 기울여 본다.
이러한 과정에서 심신이 안정되고, 일상 생활 수행력이 다시 높아졌다는 것이 느껴진다면,
에너지가 다시 회복되면서 정상화되었다고 판단하면 된다.
③ 에너지 충전에 총력을 기울였는데도 불구하고 일상 생활에 대한 기능성이 나아지지 않았다면,
그 때는 나의 내면 자체에 특정한 문제가 생긴 건 아닌가 하고 의심해봐야 한다.
전문가 상담을 권장한다.
사람들의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잘 쉬고, 잘 먹고, 잘 자면 내일 아침 일어났을 때 에너지가 충분히 회복될 거라고 기대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나, 세 끼를 꼬박 챙겨 먹거나, 하루에 8시간 가량 자는 것 등은
기껏해야 저속 충전에서 중속 충전에 지나지 않는 일들입니다.
즉, 하루종일 일하고 내면의 배터리가 10%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집에 들어오면,
저녁을 아무리 잘 먹고, 잠을 아무리 잘 자도, 내일 아침 일어났을 때,
에너지가 50% 이상 충전되지 않은 상태로 깨어나게 된다는 겁니다.
이상한 일이죠.
밥도 잘 먹고, 잠도 많이 잤는데, 왜 이렇게 매일 아침이 찌뿌둥한 것일까?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
신체적인 문제일까? 정신적인 문제일까?
지긋지긋한 만성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모든 문제의 원인은 우리가 고속 충전을 위한 시간을 좀처럼 갖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매번 저속/중속 충전기만 달고 사니까,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생기는 거죠.
그렇다면, 에너지 고속 충전은 어떠한 과정에 해당할까?
인간에게 에너지 고속 충전의 공식은 단 한가지입니다.
바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
센터에 찾아오시는 분들께 레파토리처럼 물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최근 한달동안 행복감을 만끽했던 순간들을 몇가지 말씀해 보실 수 있을까요?
그러면 한결같은 반응이 나와요.
한 일이분 고심해 보다가 두세가지 이벤트 정도를 말하죠.
그러면서 말씀하세요.
제가 요즘 상태가 이래서 절 위한 시간을 보낼 여력이 없네요.
시간을 따로 뺄 수가 없어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거든요.
그렇다면 이미 문제는 명확해진 것입니다.
이제껏, 날 위한 시간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행복이라는 감정을 그만큼 소홀히 대했기 때문에,
에너지를 무작정 쓰기만 했지, 쓴 만큼 채워놓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에너지 은행에서 계속 마이너스 통장만 땡겨 쓰고 있던 셈인 거죠.
에너지 빚은 점점 늘어만 가고, 이를 갚아나갈 생각을 안하고 있으니,
에너지 재정 상태에 문제가 생겨 결국에는 뻥하고 터져버리는 거예요.
이 모든 과정의 핵심은,
현대인들이 그만큼 자신을 돌보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가꾸며 살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럼 무얼 위해 살고 있을까?
글쎄요. 무엇일까요? 자존심? 돈? 책임감? 타인의 인정?
확실한 거 하나는 한국인들의 일생에서 행복은
성공한 삶, 누가 봐도 잘 나가는 인생을 위해서라면 마땅히 희생될 수 있는 감정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에너지 충전은 자녀를 키워야 하는 기혼자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게임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날 위해 시간을 빼야 하는데,
일하랴, 애들 챙기랴, 나이 드신 부모님 챙기랴 하다 보면,
아무래도 내 시간을 갖기가 힘들잖아요.
따라서, 반드시 부부 상호간에 상대방의 취미 생활을 존중해 주고,
이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각자의 시간을 보장해 주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너한번, 나한번 돌아가면서 행복한 시간을 주기적으로 즐기게 되면,
집에 돌아와서 고양된 그 감정이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게도 전파가 되어 기분 좋은 선순환이 이루어지게 돼요.
하지만,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어라는 심정으로,
부부 모두 가정과 일에 메여 서로의 책임감만 강조하게 되면,
결국에는 가족 구성원 모두 에너지가 바닥나 사소한 일들도 참지 못하고 서로 다투게 됩니다.
에너지가 많을 땐 충분히 참고 넘어갈 수 있는 일들도, 에너지가 바닥나면 도저히 참아줄 수가 없기 때문에,
서로 날선 말들과 행동들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그러한 과정이 반복되며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것이죠.
결국 가장 좋은 관계는
내가 좋아하는 일과 상대방이 좋아하는 일 모두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며,
서로의 행복을 위해 모든 배려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 관계입니다.
이러한 관계가 가능한 집은 항상 모든 난로의 연료가 충분하므로,
아무리 혹독한 겨울이 온다한들,
가족 모두 서로를 위한 노력을 통해 충분히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저와 제 가족에게 꼭 필요한 글 이었어요.
감사해요. 헌번 더 생각케 해요
누가 더 힘든가 가지고 다투는게 아니라 행복해져야 하는건데 쉽지 않습니다.
배워본적이 없어서요..화목한 가정에서 성장하는게 얼마나 중요한건지 깨달아가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