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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프랑수아 앙슬로 및 크사비에 생틴의 희곡 <의회파와 왕당파>
대본 카를로 페폴리
초연 1835년 파리 이탈리앙 극장
배경 1645~1649년경 영국 서남부 플리머스 부근 의회파(청교도파)의 요새
<2009 볼로냐 시립극장 공연 / 174분 / 한글자막>
볼로냐 시립극장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미켈레 마리오티 지휘 / 피에로 알리 연출
괄티에로 발톤 경..........요새의 성주........................................................Ugo Guagliardo(베이스)
엘비라...............................발톤 경의 딸.......................................................니노 마차이제(소프라노)
조르조 경.........................은퇴한 청교도파의 대령. 발톤의 동생.....일데브란도 다르칸젤로(베이스 바리톤)
아르투로 탈보 경..........왕당파의 기사...................................................후안 디에고 플로레즈(테너)
리카르도 포르트 경.....청교도파의 장교...............................................가브리엘레 비비아니(바리톤)
브루노 로버트슨 경.....청교도파의 장교...............................................Gianluca Floris(테너)
엔리케타..........................전 왕비. 찰스 1세의 미망인.........................나디아 피라치니(메조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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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영상물 내지 해설 / 게르트 외케만 / 박제성 번역>
이 이야기는 영국 시민 혁명 당시 플리머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찰스 1세의 충성스러운 군대는 1644년 올리버 크롬웰이 이끄는 청교도들과의 전쟁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왕은 무력에 의해 쫓겨났다. 1648년 왕은 투옥되었고 소위 왕당파라 불리는 그의 옹호자들이 반란을 일으키기에 이르렀다. 다음 해 왕은 처형당했다.
제1막
청교도들이 통치하는 성에서 괄티에로 발톤 경이 그의 딸인 엘비라와 왕당파의 기사인 아르투로 탈보 경과의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원래 발톤 경은 자신의 딸을 자신의 군대의 수장인 리카르도 포스 경과 결혼시키고자 했지만, 결국 그의 정치적인 적수인 아르투로 경과의 결혼을 허락하고 말았다. 리카르도는 홀로 슬픔을 삼키지만, 충실한 친구인 부르노조차 그를 위로해 주지는 못한다.
엘비라는 삼촌인 조르죠 발톤 경으로부터 아버지를 설득하여 아르투로와의 결혼을 허락받았다는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기쁨으로 가득 차 연인을 만나기 위해 서두른다.
신랑을 환영하기 위해 성내의 사람들이 광장으로 모였다. 성주가 결혼식에는 참석하지 못할 것임을 설명한다. 그는 정치범을 런던의 법정에 세우기 위해 이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르투로는 그 정치범이 처형당한 왕의 미망인인 엔리케타임을 알아챈다. 죽음을 무릅쓰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아르투로는 엘비라의 신부용 베일을 씌운 채 결혼할 예비 신부로 속여 성을 빠져나간다. 리카르도는 그들을 알아차리고 놀랐지만, 그렇게 하여 자신의 경쟁자를 제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그들을 막지 않고 보내준다. 엘비라는 교회로 떠나기 직전 아르투로와 엔리케타의 탈출을 알게 된다. 아르투로가 사랑을 배신하고 다른 여자와 도망갔다는 믿은 채 이성을 잃는다.
제2막
아르투로가 떠난 동안 그는 반역죄로 사형을 언도받는다. 조르죠는 엘비라가 절망을 이기지 못한 채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악화되었음을 설명한다. 위안을 얻지 못한 채 그녀는 정처 없이 성 주변을 배회한다. 그녀는 모습을 나타내며 행복이 사라졌음에 슬퍼한다. 조르죠는 리카르도에게 아르투로를 구원해달라고 애원하며,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엘비라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죽을 것임을 두려워한다. 리카르도는 마지못해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고 조국과 승리, 영광을 위해 헌신할 것을 동의한다.
3막
아르투로가 떠난 동안 엘비라는 미쳐가고 있다. 그녀는 잠시 정신이 돌아오지만 다시금 착란을 일으킨다. 엘비라를 만나기 위해 아르투로는 몰래 성에 잠입하여 엘비라와의 오해를 풀지만, 곧 호위병들에게 발각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다시 한 번 자신을 버리는 것으로 엘비라는 착각하고, 그들은 아르투로를 체포하여 사형 집행인에게 보내려고 한다. 그때 크롬웰이 왕당파를 물리쳤다는 소식과 함께 스튜어트가의 협력자들을 용서한다는 전갈이 도착한다. 엘비라는 정신이 되돌아오고 아르투로와 결혼을 할 수 있게 된다.
=== 프로덕션 노트 : 복원된 벨리니의 청교도들 === <영상물 내지 해설, Kenneth Chalmers, 박제성 번역>
모든 레퍼토리를 통틀어 소프라노와 테너를 위한 고난이도의 기술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낭만주의의 안개와 멜랑콜리로 둘러싸인 분위기로 충만해 있는 벨리니의 청교도는, 스타 비히클(흥행성이 높은 스타의 매력을 돋보이게 만들 목적으로 기획된 공연물 : 역주)과 시대극의 매력적인 복합체로서 전세계 오페라 하우스의 달력을 장식할 특별한 '이벤트 물'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 무대의 디자인과 연출을 맡은 피에르 알리에게 있어서 이 작품은 "어떻게 해서든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상황으로 만드는 음악"으로서, 일화적인 측면들을 벗겨내고 흑백에 가까울 정도로 음색의 팔레트를 축소한 연극적 스타일을 적용했다. 그 결과 각 상황들에 투영된 벨리니의 창조적인 대응들의 범위는 보다 선명해졌을 뿐만 아니라, 무대장치는 자연에 가깝도록 강화되었다. 벨리니 오페라에 등장하는 청교도들은 자신들의 요새 주위에서, 그리고 그 안에서만 등장한다. 유일한 이방인들은 왕당파인 아르투로와 그의 탈출을 도와주는 죄수로서, 이들이 포위되어 있는 듯한 분위기는 계속 지속되어 마지막 축하 장면까지도 해소되지 않는다.
동시에 지휘자인 미켈레 마리오티는 벨리니가 "신사"인 것에 중점을 두며 그의 음악은 "근본적으로 귀족적인 특성"을 요구한다고 생각했다. 성악 파트들의 장식음들을 포함한 모든 것들은 "균형감각을 가지고" 처리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가 지적했듯이, 이 작품에는 너무 옛날 혹은 너무 앞날의 작품처럼 보일 수 있다는 본래적인 위험 또한 도사리고 있다. 과도한 장식은 음악을 롯시니로 되돌아가게 하지만, 동시에 딱 한 번이지만 2막을 종결하는 조르죠와 리카르도의 격정적인 2중창인 "나팔을 울리자"에서는 베르디 오페라의 혁명적인 열기를 예견하기도 한다. 자신의 작품이 이탈리아에서 공연될 수 있도록 텍스트에 내재되어 있던 위험천만한 자유주의 사상을 기꺼이 희생시켰다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이 오페라는 전체적으로 일종의 모순에 노출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이 지점에 청교도 혁명의 이야기를 말하기 위하여 귀족적인 스타일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신사적인 벨리니가 서 있는 것이다.
벨리니가 선택한 작품은 당시 최신작으로서 영국 시민 혁명을 다룬 유명한 프랑스 희곡인 '의회파와 왕당파'였다. 1834년 4월 우연히 이 작품을 보게 된 작곡가는 자신의 숙부에게 "영감의 빛"이라고 편지를 써 보내며, "시인이 저에게 시구들을 내려줄 것이라 희망하며, 수요일부터 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바로 그 전 해에 파리로 온 벨리니는 자신의 경력에 있어서 필연적인 다음 단계를 밟은 뒤, 그에 앞서서 롯시니가 서사극 <귀욤 텔>(윌리엄 텔)로 이루었던 것처럼, 프랑스에서 위엄있는 작품을 선보이며 파리 오페라 극장의 저 높은 곳으로 서서히 올라가고자 했다. 그러나 자신의 요구대로 계약을 할 수 없게 되었던 벨리니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점이었던 파리 오페라 극장 대신 이탈리아 극장을 선택했다. 이 무대를 위해 작품을 쓸 당시의 그는, 주제의 선택 및 낭만주의 시대의 음악적 심상과 공간적인 영향들에 대한 탐구에 있어서, 웅장하고 서사적인 음악극을 위한 오페라 하우스 스타일의 안목을 이미 가지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1827년 밀라노에서 작곡한 벨리니의 <해적>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이 부르는 광란의 장면(길고 애조 띤 솔로 잉글리쉬 호른이 서주로 등장하는)은 어디까지나 고전주의적 맥락에 의거한 확장된 레치타티보와 아리아 라고 말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이와 유사한 장면으로서 청교도에 등장하는 정신적으로 불안한 엘비라의 광란의 장면은 무대 밖에서 그 목소리가 느닷없이 들려오며 시작되는데, 이는 곧 시작될 아리아의 효과적인 반복구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벨리니가 제목을 선택했을 때 음악이 어떻게 들려야 할까를 즉시 생각해낼 수 있었다면, 서정적 무대를 위해 써야한다는 함정을 피해갈 수 있게끔 리브레티스트(대본가)에게 요구했어야만 했다. 그 능력이 의심스러운 작가는 아마추어의 귀족인 카를로 페포리 백작으로서, 이탈리아에서 정치적 이유로 추앙된 이 인물은 파리지엥 살롱 사회를 작곡가에게 소개해왔다. 페포리의 순수한 문학적 배경은 그로 하여금 시적인 고상함에 경도되도록 했지만, 그는 작곡가에게 "파리에서는...이탈리아어를 모르기 때문에 사이가 좋던 나쁘던 신경쓰지 않습니다"라고 써보냈기도 했고, 엘비라가 미친 것에 대해 조르죠가 이야기하는 대목인 "꽃으로 장식된 머릿결"에서는 사포식의 4행연과 같은 비오페라적인 것들을 사용하여 그 발음이 모호하도록 했다.
벨리니는 1835년 1월 24일 청교도의 초연이 이루어진지 8개월 뒤에 서거했다. 프랑스의 그랜드 오페라를 청탁받으리라는 희망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고, 그래서 이 작품은 그의 마지막 음악적 유언이자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얼어붙은 발걸음으로 남게 되었다. 이 작품의 구성에 있어서 충격적인 측면 하나는, 고전주의적 요소임을 암시하는 장치로서, 주역들이 오직 하나의 조성으로만 노래 부른다는 것이다. 오페라는 D장조로 시작하고 끝을 맺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모든 혼 파트와 시작부의 합창을 비롯하여, 지휘자 마리오티가 행복함을 표현하는 조성이라고 규정지은 것으로서, 약혼자가 도착했음을 알고난 뒤 삼촌과 함께 부르는 엘비라의 2중창 마지막 장면, 그가 입장함과 동시에 사랑에 대한 찬미를 노래부르는 "사랑하는 이여", 기쁨이 넘쳐흐르는 폴로네이즈 풍의 엘비라의 아리아 "나는 귀여운 처녀" 등등 모두 D장조로 작곡되었다. 이와는 반대로 D단조는 아르투로가 등장하여 저 멀리서 들리는 엘비라의 혼란스러운 노래소리를 듣게 되는 3막 폭풍 장면의 조성으로 사용된다.
작곡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각기 다른 환경에 맞게 변경하는 세계에서, 결정판 악보라는 것은 신기루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벨리니의 때이른 죽음의 영향으로 청교도는 어떤 면에 있어서 작곡가의 마지막 결정없이 남겨지게 되었는데, 여기 2009년 볼로냐 무대는 2008년 10월 베르가모에서 열린 도니체티 페스티벌에서 첫 선을 보인 파브리치오 델라 세타에 의한 새로운 판본을 적극 수용한 중요한 공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새롭게 복원된 패시지들은 전적으로 친숙하지 않은 것만은 아니다. 서덜랜드, 실스, 네트렙코 등등이 마지막 합창의 환호에 앞서 무아지경의 카발레타인 "아! 느껴져요, 나의 사랑하는 천사"를 노래부른 것을, 여기서는 엘비라 및 아르투로를 위해 모든 동료들이 함께 부른다. 그리고 3막에서 이들의 듀엣 이전에 등장하는 복원된 부분은, 과거에는 그렇게 연주되었던 것으로서, 벨리니 자신의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이 무대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것이다.
2004년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는 이 작품을 자신의 레파토리에 추가했는데, 이 프로덕션 이전에는 비엔나에서 단 한 차례 공연했을 뿐이다. 청교도들의 요새 안에서 유일한 이방인인 아르투로의 행동들은 계속하여 왕당파로서의 충성심을 보여준다. 플로레즈는 이 인물에 대해 "대단히 낭만적인 인물로서 일종의 모험가"라고 파악하면서, 그가 입장하면서 부르는 벨리니안으로서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아리아를 "사랑에 대한 고백"이라고 말했다. 그루지아 출신의 소프라노 니노 마차이제는 처음으로 엘비라 역을 맡은 것으로서, "나는 귀여운 처녀"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근본적으로 기쁨으로 가득 차 있는 성격을 잘 표현해냈다. 여주인공이 마지막 장면에서도 이와 유사한 기쁨을 느낄 때, 다시 한번 똑같은 폴로네이즈 리듬이 등장한다는 것은 대단히 놀라운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듯 충만한 기쁨에도 불구하고 엘비라의 성격을 규정짓는 것은 현실로부터의 기나긴 도피로서, "아, 교회로 오세요"의 흐느끼는 페이소스로부터 "오세요, 내 사랑, 하늘에는 달이 떴네요"의 길고 우아한 녹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엘비라의 음악에 특별한 개성을 부여할 수 있다. 마차이제는 이렇게 덧붙였다. "주위의 모든 것이 사라졌기 때문에, 엘비라는 도망치고 있는 것이겠죠."
=== 교정판에 대한 노트 === <영상물 내지 해설, Giovanni Gavazzeni, 박제성 번역>
청교도의 교정판을 책임진 파브리치오 델라 세타의 말을 빌리자면, 이 판본의 주된 원칙은 "작곡가가 작곡한 모든 음악을 발표하고 연주되었던 것들을 기입하여 연주가들로 하여금 각기 다른 복합적인 판본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서, 몇몇 경우는 작곡가가 의도한 것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벨리니 시대의 현실 모습들과 평행선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정당하다." 파리 초연 전에 벨리니는 청중들의 앙코르 요청이 의도한 것보다 공연 시간을 길어지게 만든다는 견해에 따라 자신이 작곡한 몇몇 부분들을 삭제하기로 마음먹었고, 이후 조금 더 잘라내었다. 이 연주에서는 세 개의 패시지들이 복원되었다. 첫 번째는 이르투로, 엔리케타, 리카르도의 트리오인 "운명이 당신과 나를 갈라놓고자 한다면"(1막)로서, 델라 세타는 이 대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삭제 장면은 벨리니가 초연이 이루어진 저녁 이후에 삭제한 확률이 높은 대목으로서, 보다 분명하게 보이기 위한 일시적인 조치라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째는 3막 2장에서 부르는 엘비라와 아르투로의 2중창인 "아, 용서해 주오...그녀는 비참했고"와, 전체가 안단테 소스테누토 칸타빌레인 "당신을 처음 본 그날부터"다. 벨리니는 이 부분을 결정적으로 삭제하고자 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성악 악보의 초기 판본에는 이 부분이 온전히 포함되어 있고, 이후로는 연주 전통의 일부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리니는 '길다는 이유로 마지막 리허설까지' 이 대목들을 없앴다고 말했다." 마지막 첨가 부분은 3막 피날레에 등장하는 엘비라와 아르투로의 카발레타(3막 3장)인 "아! 느껴보세요, 나의 사랑하는 천사여" 부분이다. 델라 세타는 "해석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자료(작곡가에 의한 것과 아닌 것 모두)를 제공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기에 필요한 정보를 주어, 결과적으로 출발점으로서 이 판본을 사용하여 창조해 낸 공연이 모든 음악가들에 의한 결실임을 알리는 것"이 이 교정판의 의무라고 기술했다.
=== 작품해설 === <2011년 4월 20일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명곡 명연주
벨리니, 청교도
벨칸토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 벨리니의 마지막 작품
1835년 1월 파리에서 초연
낭만주의 예술의 핵심어는 광기와 천재성입니다. 천재성을 타고난 예술가들은 세속적인 방식으로 세상과 타협하거나 소통하지 못해 광기로 치닫게 되고, 그런 중에 불멸의 예술작품을 탄생시킨다고 동시대 사람들은 믿었습니다. 그때문에 19세기 전반의 벨칸토 오페라에도 실성한 주인공들이 넘쳐납니다. 젊고 순수한 주인공들이 부당하고 불합리한 세상에 대한 저항력이 없어 미쳐버리는 것이라고 기꺼이 이해하며 관객은 그들의 가혹한 운명에 눈물을 흘리지요.
조아키노 로시니, 가에타노 도니체티와 함께 벨칸토 오페라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빈첸초 벨리니(Vincenzo Bellini, 1801-1835)는 프랑수아 앙슬로(Francois Ancelot)의 [공화파와 왕당파]를 토대로 한 카를로 페폴리(Carlo Pepoli)의 대본으로, 도니체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와 쌍벽을 이루는 또 하나의 벨칸토 걸작 [청교도]를 1835년 1월 24일, 파리 이탈리앙 극장(Theatre-Italien, Paris) 무대에 올립니다. 이 오페라에도 역시 도니체티의 여주인공 루치아와 비교할 만한 실성한 여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공연시간은 세 시간이나 걸리지만 선율의 아름다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되는 작품입니다.
오페라 [청교도]의 이탈리아어 원제는 ‘이 푸리타니(I Puritani)’인데요, ‘이(I)’는 복수형 정관사입니다. 1645년 영국 내전 중 올리버 크롬웰(Oliver Cromwell, 1599-1658)이 이끄는 청교도 공화파 군(軍)은 왕당파에 승리를 거뒀습니다. 승리한 크롬웰은 스튜어트 왕조의 국왕 찰스 1세를 처형하고 실권을 장악했지요. 크롬웰을 비롯한 이 혁명세력은 영어로 ‘퓨리턴’이라고 부르는 ‘청교도(淸敎徒)’로, 원죄설을 특별히 신봉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인간이 원죄를 저질러 에덴동산에서 쫓겨났으므로, 세상에서 사는 동안 이 원죄를 끊임없이 속죄하여 구원에 이르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청교도의 삶은 구원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여정이었으므로, 인간은 욕망으로 타락할 수 있는 원초적 죄인임을 기억하며 구원받기 위해 항상 자신을 엄격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극단적인 도덕적 태도를 견지했습니다. 안식일에는 오로지 하느님을 찬미해야 한다는 성경 구절을 문자 그대로 지켰기 때문에, 청교도들이 정착한 미국 뉴잉글랜드에서는 일요일에 청소나 목욕을 해도 처벌받았고 불을 지펴 요리를 하는 것도 엄금했다고 하지요. 그래서 토요일에 미리 음식을 해놓았다가 일요일에는 그 찬 음식을 먹었다고 합니다.
연인이 사라질 때마다 실성하는 여주인공
오페라가 시작되는 1막의 장소는 영국 플리머스 근처 청교도군의 요새로, 성벽을 지키는 파수꾼들이 아침 교대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곧 아침 전례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성 안에서는 발톤 경의 딸 엘비라(소프라노)의 혼례식 준비가 한창입니다. 바리톤 주인공 리카르도는 사랑하는 엘비라와 결혼을 못하게 되어 상심하고 있지요. 원래 성주 발톤 경은 엘비라를 리카르도와 맺어주기로 약속했지만 엘비라가 왕당파인 아르투로(테너)를 끔찍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동생 조르조(베이스)에게서 듣고 생각을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결혼식 신랑이 리카르도가 아니라 아르투로라는 사실을 조르조가 엘비라에게 알려주자, 절망에 빠져 있던 엘비라는 뛸 듯이 기뻐합니다.
이제 신랑 아르투로가 도착해 엘비라에게 아리아 ‘사랑하는 이여, 그대에게(A te, o cara, amor talora)’로 간절한 사랑을 확인시킵니다. 스튜어트 가의 중요한 여죄수를 런던의회로 호송하는 책임 때문에 발톤 경은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는데, 신랑 아르투로는 여죄수의 신분에 관심을 갖고 접근해, 그녀가 크롬웰에게 처형당한 스튜어트 왕조 찰스 1세의 왕비 엔리케타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엘비라가 나타나 결혼식을 앞두고 잔뜩 들뜬 표정으로 명랑한 아리아 ‘나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랑스런 처녀(Son vergin vezzosa in vesti di sposa)’를 부른 뒤 준비를 하러 들어가자, 아르투로는 결혼식 전에 왕비를 구출하기로 작정하고 그녀를 말에 태워 요새를 빠져나갑니다.
리카르도가 길을 막지만, 이 기회에 엘비라를 얻을 수 있겠다고 판단한 그는 아르투로와 왕비에게 도망갈 길을 열어줍니다.하객들 앞에서 아르투로가 다른 여인과 도망친 사실을 알게 된 엘비라는 실성해버립니다. 착란 상태에서 엘비라는 자신이 아르투로와 함께 교회 제단 앞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객들은 그녀를 동정합니다.
2막 배경은 성 안의 홀입니다. 조르조가 나타나 미쳐버린 엘비라의 상태를 성안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리카르도는 의회가 아르투로에게 사형을 선고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엘비라가 나타나 실성한 채로 ‘그대의 부드러운 음성이 나를 부르고(Qui la voce sua soave)'를 노래합니다. 그녀는 삼촌 조르조도 리카르도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 가여운 모습을 본 리카르도도 마음이 움직이고, 조르조는 그런 리카르도에게 ‘자네가 연적을 살려야 하네(Il rival salvar tu dei)’라고 간곡히 호소합니다. 아르투로가 돌아와야만 엘비라가 살 수 있다는 것이지요.
3막은 성 부근에서 펼쳐집니다. 아르투로는 도피 중에 한 번이라도 엘비라를 다시 만나고 싶어 요새 쪽으로 몰래 다가와서, 옛날 엘비라와 함께 부르던 사랑의 노래를 부릅니다. 그때 요새 안에서 엘비라의 노래가 들려오고 두 사람이 재회하게 되는데요, 아르투로를 보자 엘비라는 금방 제정신으로 돌아옵니다. 두 사람이 만나지 못한 시간은 석 달이었지만 엘비라는 ‘당신을 3백 년 동안 기다렸어요’라고 말합니다. 아르투로가 왕비를 구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자 엘비라는 이를 납득하고 재회의 기쁨을 노래합니다(‘그대를 품에 안으리(Vieni fra queste braccia)
그때 리카르도가 나타나 아르투로를 체포하자 엘비라는 다시 실성상태에 빠집니다. 형장으로 끌려가는 아르투로를 바라보며 고통받는 엘비라와 아르투로, 리카르도, 조르조가 함께 4중창 ‘버림받은 줄 알고 있는 가여운 그대여(Credeasi misera)’를 노래합니다. 그러나 사형이 집행되려는 순간 크롬웰의 전령이 달려와 사면 소식을 알립니다. 다시 정신이 돌아온 엘비라와 아르투로는 뜨겁게 포옹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연인을 축복하면서 오페라는 막을 내립니다.
고음에 시달리는 고난도의 벨칸토 테너 배역
시칠리아 지방에서 태어난 벨리니는 나폴리 음악원에서 하이든, 모차르트, 페르골레시의 음악을 배우며 작곡가로 성장했습니다. 1824년 로시니의 오페라 [세미라미데]를 보고 결정적으로 오페라에 헌신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활동 초기부터 관객과 제작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뛰어난 실력으로 벨리니는 젊은 나이에 이미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 작품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곱상한 외모와 세련된 매너로 사교계에서도 인기를 끌었지만 늘 병약했던 벨리니는 오페라 [해적]을 작곡할 때 만난 대본가 펠리체 로마니와 함께 [몽유병 여인], [노르마] 등의 히트작들을 발표했으나, 파리로 이주한 뒤 마지막 오페라 [청교도]를 발표하고 34세로 병사했습니다.
아르투로 역은 ‘하이 F’의 고음까지 불러야 하는(실제로 이 음을 제대로 낼 수 있는 테너는 거의 없습니다) 엄청난 고난도의 레제로 테너 배역입니다. 엘비라는 여러 번의 실성 장면을 드라마틱하게 연기하며 유연한 콜로라투라 기교를 구사해야 하니 역시 어렵습니다. 리카르도와 조르조 같은 저음 가수들까지도 콜로라투라 기교를 소화하는 동시에 깊이를 갖춘 드라마틱한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한 번 무대에 올리기가 결코 쉽지 않은 작품이지요.
벨칸토 창법은 강약의 폭이 좁아 가수는 대단히 큰 음량을 만들어낼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성량을 치밀하게 조절하는 것, 그리고 발음을 분명하게 해 빠른 패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음계를 아무리 빠른 템포로 오르내리더라도 그 음들 사이를 분명하고 매끄럽게 연결하는 레가토(legato)가 벨칸토 창법의 관건이지요. [청교도]는 베르디 오페라들에 비해 오케스트레이션은 덜 극적이지만, 성악의 선율만으로도 지루할 틈이 없는 벨칸토 오페라 최고의 보석입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엘비라-아르투로-리카르도-조르조 순
[음반] 마리아 칼라스, 주세페 디 스테파노, 롤란도 파네라이, 니콜라 로시 레메니 등, 툴리오 세라핀 지휘,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53년 녹음, EMI
[음반] 존 서덜랜드, 루치아노 파바로티, 피에로 카푸칠리, 니콜라이 기아우로프 등, 리처드 보닝 지휘,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및 로열오페라하우스 합창단, 1974년 녹음, Decca
[DVD] 안나 네트렙코, 에릭 커틀러, 프랑코 바살로, 존 렐리아 등, 패트릭 서머스 지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산드로 세퀴 연출, 2007년 메트로폴리탄 실황, DG(한글자막)
[DVD] 니노 마카이제,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 가브리엘레 비비아니, 일데브란도 다르칸젤로 등, 미켈레 마리오티 지휘, 피에르 알리 연출, 볼로냐 시립극장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2009년 볼로냐 시립극장 실황, Decca(한글자막)
첫댓글 174분 장편물입니다...마치는 시간 감안하셔서 참석 여부를 결정하시기를!!!
현재 오페라 극장에서 일반적으로 공연되는 <청교도> 판본의 경우 150분 전후인데 비하여, 이 공연은 174분에 달할 정도의 장편 공연입니다. 174분으로 늘어난 이유는 본문 말미의 <교정판에 대한 노트>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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