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체육 탁구 고수란?
얼마 전 군대이야기를 예능으로 풀어낸 프로가 있었습니다. '진짜사나이'라는 프로인데 이 프로가 인기가 높았다고 합니다. 인터넷을 보니 군대에 대한 추억을 불러준 괜찮은 예능이라는 평가와 군대의 진실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예능은 예능일 뿐인데..
군대는 계급 사회입니다. 장교가 있고, 하사관이 있고, 병사가 있습니다. 외국의 군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일상 생활에서는 계급이 작동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군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의 군대는 일상생활에서도 계급이 작동됩니다. 군생활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이런 점 때문입니다. 훈련소 시절이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동기들밖에 없어서 일상생활은 대단히 자유롭습니다. 물론 조교들 눈치를 보지만... 하지만 훈련소 생활이 끝나고 배치가 떨어지면 이야기 달라집니다. 계급이 작동됩니다.
탁구장에서 탁구 잘치는 사람을 “고수님”이라 부릅니다. 저는 이 말이 참 거슬립니다. 탁구를 잘 치는 사람은 고수, 못 치는 사람은 하수.
어떻게 부르던 호칭이야 별 상관없지만 그렇게 부르면서 고수는 대접을 받고 하수는 눈치를 보는 것이 거슬린다는 겁니다.
탁구는 기본적으로 먼저 배우면 잘 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실력이 느는 시간은 사람마다 달라 운동 신경이 좋거나 나이가 젊거나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빠릅니다.
생활 체육에서 탁구는 직업이 아닙니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탁구를 치는 것입니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리고, 땀을 흘려서 나의 체력을 증가시키고 살을 빼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경기를 하면 승부가 나누어지는 스포츠라서 그런지 탁구를 치면서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은 실력이 느는데 나는 늘지 않는다고 한탄하거나, 나 때문에 게임 졌다고 자책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도 실수 남발하면서 파트너가 좀 실수하면 타박도 줍니다.
생활 체육인 탁구에서 고수는 탁구를 잘 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탁구 실력은 좀 떨어지지만 환하게 웃으면서 회원님들과 정겨운 대화를 나누면서 탁구를 즐기는 사람이 진정한 고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탁구 경기를 할 때는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하고 경기에 지면 깨끗이 승복하면 됩니다. 그러면 게임에 졌더라도 아쉬움은 남지만 스트레스는 받지 않습니다. 다음에 이기면 됩니다.
묵묵하게 탁구를 치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기보다 실력이 부족한 분을 만나도 조용히 응대해주신 회원님들 보면 관장인 저도 고개가 숙여집니다.
서로를 배려하면서 즐겁고 활기차게 탁구를 치는 사람이 진정한 “탁구 고수”입니다.
집합 금지 기간 답십리 탁구장 바닥에 니스칠 했는데 냄새가 많이 가셨지만 아직은 조금 나니 환기가 잘되도록 탁구장에 먼저 오신 분이 창문 열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마스크를 쓰고라도 운동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