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암의 하루
오늘은 무인년 7월 초하루 300일 기도 중 17일째를 맞이했다.
입제 전날인 음력 6월 14일 이른 아침 새벽기도를 마치고 법당을 나서다가 종각 밑에서 큰 거북이를 발견하고 부처님 진신사리를 친견케 했었는데, 입제일인 6월 보름 이른 아침에도 손바닥 만한 거북님이 초가토굴 지붕위에 앉아 있었던 것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모셔왔다.
큰 거북을 만났을 때(법당 종각 밑에서 발견)나 작은 거북(지붕위에서 발견)을 맞이했을 때 모두 부처님 진신 사리를 친견케 하고 법당에서 잠시 놀게 하고는 공양간 앞 작은 물통에 놓아 주었다.
다음날 모두 오어사 호수에 넣어 주었다. 못내 보낸 것을 아쉬워하다가 또 다음날 은적암 토굴에 갔다가 토굴 아래 계곡 상류에서 새끼 거북 한 마리가 외롭게 놀고 있기에 맞이하여 모시고 왔다.
지금은 4마리(충청도 어느 불자가 청 거북을 가지고 왔다)를 더하여 5마리가 되었는데 매일 거북님들이 노는 것을 보고 즐거움을 느낀다. 돌 위에서 등 말리며 놀다가 재빨리 물로 뛰어 들곤 하는 모습이 무척 상큼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중에서 계곡에서 모시고 온 거북님은 돌 위에서 놀다가도 내가 들여다보면 긴 목을 쭉 내밀고는 쳐다보기만 하고 물로 뛰어 들어가는 일이 없다. 매우 신기한 일이다. 무엇인가 아는 모양이다.
과연 큰 거북이들이 이러한 수백 척의 낭떨어지 벼랑을 어떻게 올라 왔으며 초가집 위에까지는 어떻게 올라 갔는지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해상용왕의 사신인지도 모르겠고, 부처님 진신 사리 친견법회를 한다함을 미리 알고 며칠 전부터 오어사 호수를 떠나 긴 여정을 오르고 왔는지, 음력 6월 3일에 부처님 진신 사리를 모시고 오셨으니 약10일 이상은 되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그리고 작은 거북님은 등을 보니 몇 번 굴렀던지 등에 부딪친 흔적이 역력하였다. 아무튼 믿기 어려운 일이다. 나 혼자만 본 것이 아니다. 기도하러 왔던 신도님들 모두 같이 보았다.
그건 그렇다 치고 바로 어제 8월 2일 음력 30일에 난데없이 초췌한 수좌승 한분이 아침 공양 때 법당으로 잽싸게 올라가더니 내려오시고는 <주지스님 저 법당에 모신 사리를 이곳에 봉안 하실 겁니까?>하고 묻기에 <예 그렇습니다> 하였더니 스님께서 대뜸 주머니 지갑을 꺼내고는 부적 같은 종이에 싸 두었던 사리를 꺼내면서 <내가 몇 년 모시던 사리인데 함께 모셔 주십시 요>하더니 법명을 묻는 나의 말을 받기도 전에 사리를 받아 쳐다보고 돌아보니 금방 바람같이 사라져 버렸다. 하늘로, 땅으로,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다. 그것 참 희한 한 일이다.
옛날 같으면 문수보살 화현이니, 관세음보살 화현이니, 부처님 화신이니 하며 설화의 꽃이 무성할 터인데 요즘 이런 얘기를 누가 믿겠는지, 그러나 공양주보살과 사무장 이처사가 함께 공양하다가 받았으니 거짓은 아닌 것이다.
또한 코가 시원치 않게 비염 감기 증상이 있길 레 사진 검사 했더니 축농증 비염이라 하여 5일째 치료하며 약을 복용하는데도 도저히 효험이 없다.
그런데 음력 그믐 그러니까 어제 저녁때 오후에 병원치료하고 왔는데 정신스님(사리기증스님)이 만나자 하여 만났더니 귀하고 귀한 보물 중 보물을 나에게 기증하였다.
정신스님은 만나기 전 나에게 큰 아주 좋은 소식이 있다하더니 바로 이것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 선물을 태국서 가지고 왔는데 그 중 세계에서 제일 귀한 보물이라 하였으니 마음에 큰 환희와 믿음이 더욱 증감 하였다.
저녁에는 경주에서 일본행 부처님 석가 불(향나무 재질) 관세음입상(청 동재질)을 여러 가지 성물로서 복장을 모두 마치고 새벽 1시경에 잠이 들었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비몽 사몽간에 스님 한 분이 감기약 같은 캡슐 약 몇 알을 억지로 나에게 먹기를 강요하여 복용 하였더니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콧물도 없고 낮에 약도 안 먹고 병원에도 안 갔는데도 지금껏 건강한 코가 지속되고 있다. 내일도 두고 볼 일이다.
이와 같은 일이 예전 칠불사에서 기도 정진 할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 후 나는 아주 좋은 체험을 했었다.
요즘은 새벽 4시 30분에 기상 도량 석, 종성, 5시에 예불, 능엄주 1편, 석가모니불 정근 15분, 백팔 참회문 108배, 발원문하여 6시 15분 에 기도 마치면 해가 중천에 떠 있고 매미소리 새소리··· 운제산은 묵직하면서도 시원스러운 능선 각선미를 자랑한다.
산신각 앞 봉우리 화엄봉을 바라볼 때마다 산봉우리의 모양이 너무나도 화장찰해라 기이할 따름이다. 화엄봉이라 함은 화엄학의 대가이신 양대맥 원효스님과 의상스님께서 모두 그 봉우리에서 수행정진 하셨으며 누구나 보기만 하면 화엄봉이다라 함을 스스로 알 것이기 때문이다.
사시 때는 신묘장구대다라니를 7편 한다. 저녁시간은 모두 합쳐 1시간정도, 아무튼 몸과 마음이 제자리를 찾고 있으며 옛날 정진 할 때의 그대로 돌아감을 분명히 느낀다.
불기 2542(1998)년 음 7월 1일 저녁 11시 4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