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관람 소회

[이이(e.e)]

다녀와서 후기 사례를 검색 해보니 늘 그렇듯 평가는 제각각이다. 좋았다, 아쉬웠다 그리고 대체로 좋았다, 등 개인성향이 개입하는 문제니 당연하다. 그 중 내 입장은 거장의 시선전에 대해선 '큰 기대 큰 실망' 또는 '소문난 잔치 부실 밥상' 정도 그리고 에드워드 호퍼전은 그럭저럭 괜찮았다고 말하겠다.

오랜 만에 서울행 ktx를 탔고 덕수궁옆 서울시립미술관에 도착했다.
폐전이 임박해서 그런지 전시장 내부도 크게 붐비지 않았다. 사진은 1층 전시장만 허용이라는 안내원들의 목소리가 연신 뒤통수에 쏘아졌다. 
동일인의 유화인데 무슨 차이로 허용/비허용으로 구분되었을까? 
혹시 일부는 재생산품(Reproduction)? 
의아했지만 뭔가 이유가 있을 터 쓸데 없이 생각하느라 괜한 에너지 낭비 않기로 한다.

드디어 에드워드 호퍼를 직접 느껴볼 현장에 섰다. 르네상스 3대 거장이나 고흐 고갱~등 학창시절 이론으로나 배운 인상주의 미술은 미술 문외한도 읊을 정도지만, 사실상 미술관련 관심자나 종사자가 아니면, 에드워드 호퍼는 크게 익숙한 이름은 아직 아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내 눈에 들어왔고 그림의 컨셉이나 분위기가 나의 정신세계를 대변하는 듯 해 바로 최애 화가가 되었다.

전시장 내부는 (내 나쁜 시력 때문인지 모르지만) 특히 다른 전시에 비해 더 어둡게 느껴졌다. 공간 구획도 모호하고 그림도 잘 보이질 않았다. 
차라리 손바닥 미술관의 편리함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생활을 위해 그려야 했던 삽화들 그리고 그림의 계획서인 습작들 등 작은 액자에 담긴 소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명성은 단순 연필선도 가치롭게 할테니...( 그의 그림 작업 설명 차원의 친절한 기획이겠지만 쪽수 채우기 또는 물량공세의 의혹도)

전시된 작품 중 내가 꼭 현장 확인하고팠던 작품은 단 하나 걸려 있었다. 아쉽지만 그나마 로또 5등격.
비록 소품들이 많긴 했지만, 그림 완성을 위한 과정별 기획이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는 습작들을 보니 책상에 앉은 그의 모습이 보였고 그림도 엔지니어링이나 다름없는 작업이란 걸 새로이 알게 되었다. 
그의 생애를 관통하는 작품활동을 엿볼 수 있단 측면에서 크게 서운한 전시는 아니었다.

이어 국립중앙박물관의 영국국립미술관에서 빌려왔다는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전으로 향했다.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유럽 미술의 흐름을 섹션별로 나누어 전시한다고 미디어에서 거창하게 나팔 불길래 대단한 규모인 줄 알았다. 계단을 오르내릴텐데 내 체력으로 다 뗄 수 있을까, 아예 종교화, 신화와 궁정(귀족)화들은 건너뛰고 바로 인상주의로 직행해야지 했던 나는 김칫국을 제대로 마신 거였다.

인상주의를 꼼꼼히 볼 요량으로 앞 시대는 설렁설렁 보며 지나왔고 그림 몇 개 안 보았다 싶었는데 출구가 보였다, 설마, 하며 안내원에게 문의하니 전체 작품수가 52점이란다. 헐~~
52점, 사조 흐름별 10점 미만, 뒤통수 맞은 느낌이랄까. 양보단 질이겠지, 애써 다독였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일반적 유명 작품은 없었다. 빌려오는데 돈도 많이 들고 협상하기 힘들었을 건 이해한다만 라파엘로, 티치아노, 카라바조, 푸생, 벨라스케스, 반다이크, 렘브란트, 고야, 터너, 고갱, 마네, 모네, 르누아르, 반 고흐 등, 거장의 이름을 빌려 사기친 거나 다름없이 느껴졌다.
그 이름들이면 한국인들은 무조건 얼씨구좋다, 할 것으로 보았나 보다. 가장 인기 없는 작품을 골라 온 또는 주는 대로 받아 온 느낌이었다.
다시 맨 앞으로 돌아가 하나씩 암기하듯 보았지만 아쉬움을 지울 순 없었다..

좁은 전시장에 사조별로 나눈다고 몇 개 안되는 그림들을 구획져 놓으니 더 옹색하게 느껴지는 데다 사람은 많고 보고 싶은 그림은 없었고 ‘거장의 시선전’은 개인적으론 가성비 별로인 전시회였다.
아울러 기획, 가져온 작품, 사기성 홍보 등 우리나라 아직 문화적 하위임을 느끼게 한 전시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