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시인뉴스포엠]
■ 김윤환의 시로 듣는 인생 에세이(18)
환승
전선용
암울한 시간이 동굴처럼 막막해서
시계부속이 오류를 일으키며 째깍거립니다
나는 가고 너는 오는 다리 위에서
고독이야말로 죽기 좋은 명분
가장 어둡고 밝은 교차로 0시
도시가 벚꽃처럼 집니다
밝아 올 아침은 흐드러진 꽃 따위와 상관없어
어제까지 막장 드라마를 보았고
클라이맥스가 뻔해서 슬프게 웃었습니다
소주 둬 병을 들이켠 민낯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기척 없이 다가온 호명에 고개를 숙입니다
안온한 죽음을 부르는 꽃비가 계절을 덮을 때
짐승이던 내가
비로소 사람 말을 합니다
나는 이제,
순탄할 뿐입니다.
―전선용 시집, 『지금, 환승 중입니다』(도서출판 움, 2019)
‘환승’은 갈아탄다는 것인데, 인생의 대체적 목적지는 두 말할 것 없이 평안(平安)이다. 그것은 욕구의 충족을 이룸으로 얻게 되는 만족감일 수도 있고,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 수행의 종점일 수도 있다. 따라서 환승은 인생길에서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불가피성 선택이라는 점에서 운명일수도 있고, 희망일 수도 있다. 시인이 노래하는 환승의 조점은 ‘사람됨’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즉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사람의 말을 하는 돌이킴의 찰라가 바로 환승점이다. ‘짐승이던 내가 사람 말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시인 자신의 고해(告解)일 뿐 아니라 독자에게도 동일한 환승을 제안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타고있는 인생열차에는 무엇을 싣고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화물칸에 실려 도살장으로 가는 짐승은 아니리라. 누구나 사람의 말을 하고 사람의 노래를 하기 위해 지금 움켜지고 탔던 짐들을 풀어헤칠 때이다. 시인은 시 ‘환승’을 통해 영혼이 있는 모든 이의 순탄한 길은 ‘사람됨의 길’을 발견으로부터 출발하게 됨을 잔잔히 들려주고 있다 - 김윤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