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는 양남 외에도 주상절리 지형이 하나 더 있다. 서악지구의 선도산 주상절리가 그것이다. 서악서원 위 선도산 입구에서 구멍바위 유적지를 지나 용작계곡에 들어서면 약 150m에 걸쳐 주상절리와 계곡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양남 주상절리는 규모가 크고 및 접근성이 좋아 관광자원으로 개발되어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졌지만, 이곳은 규모가 작고 접근성 또한 다소 어려워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나 알려져 있다.
압력 등의 환경변화에 의해 암석 표면에 수직 또는 수평 형태로 나타나는 많은 균열된 틈이나 선들을 절리(joint)라고 한다. 그리고 주상절리(columnar joint)는 화산폭발 시 분출한 용암이 식어서 굳을 때 암석 표면의 수축점을 따라서 균열이 발생하고, 이러한 균열선을 따라 기둥 모양의 특이한 바위가 형성된 것을 말한다. 선도산에 주상절리가 있다는 것은 곧 선도산이 아주 오래전 화산폭발에 의해 형성된 것임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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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선도산 일대 지질도
선도산 일대 지질은 크게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그림 1). 이를 생성 시대 순으로 나열하면 퇴적암-안산암 및 규장암-변성 퇴적암-충적층이다. 가장 먼저 생성된 것은 산사면 일대 넓게 분포하고 있는 퇴적암이다. 약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 당시 경주를 포함한 경상도 일대 곳곳에는 엄청난 규모의 호수들이 있었다. 퇴적암은 그 호수 속에서 만들어진 암석이다.
그로부터 약 3~4 천만년이 흘러, 그 때까지만 해도 호수였던 이곳에 화산폭발이 일어나 화산지형을 만들어 놓게 된다. 화산폭발로 땅속의 용암(마그마)이 지표 위로 흘러나와 식은 것이 안산암이다. 또 그와 비슷한 시기에 마그마가 땅 속을 뚫고 올라오다가 땅 위로 분출하지 않고 지하 얕은 곳에서 그대로 식은 것이 규장암이다.
이 때 지하 깊은 곳에 있던 마그마가 기존의 퇴적암을 꿰뚫고 올라오면서 그 주위 퇴적암에 엄청난 열을 가해 구워버려 변성 퇴적암을 만들어 놓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충적층은 아주 오랜 세월동안 비바람에 침식된 산정 부위의 암석들이 잘게 부서진 상태로 운반 및 퇴적작용에 의해서 만들어졌으므로 가장 최근에 형성된 지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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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선도산 일대 지질도 세부
이러한 선도산 일대의 지질적 구성에서 주상절리는 규장암 지대에서 생성되어 있다(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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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주상절리가 시작되는 지점(그림 2의 A)
작은 시멘트 다리에서 오른쪽 오솔길로 접어들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수 십 미터의 밋밋한 골짜기를 지나게 된다. 그리고 이내 무언가 신비롭기도 하면서 조금은 오싹한 기운이 감도는 주상절리 초입부가 눈에 띈다(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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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1> 주상절리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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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2> 주상절리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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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3> 주상절리들의 모습
계곡 안으로 들어서면 갑자기 계곡이 깊어지고, 각종 형상의 주상절리가 6~7천만 년 전 자신이 만들어지던 모습을 드러낸다(그림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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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규장암과 퇴적암의 경계지점(그림 2의 B지점)
이렇게 약 150m 정도를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그 사이 조금씩 경사가 가팔라지다가 계곡 좌우측으로 색깔 구분이 비교적 명확한 지점이 나온다(그림 5). 이곳은 규장암과 퇴적암의 경계 지점이다. 왼쪽이 규장암이고 오른쪽이 퇴적암(변성 퇴적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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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규장암이 퇴적암을 뚫고 올라온 경계지점
이 지점에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이번에는 규장암이 퇴적암을 뚫고 올라왔던 경계 지점의 모습도 볼 수 있다(그림 6). 사진 왼쪽이 퇴적암이고 오른쪽이 규장암이다. 이 작은 경계선 하나에 수 천 만년의 시간 간극이 있음을 생각하며 보면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신비함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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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다시 퇴적암 지대로 접어들면서 밋밋한 골짜기가 이어진다
이 구간을 지나고 나면 퇴적암 지대가 되는데, 이곳부터는 자연이 선물한 한편의 드라마가 끝이 나고 다시 밋밋하고 평범한 골짜기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