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정한 중급 영어를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Jules-상효]

어정정한 중급 영어를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중급은 보통 Intermediate 이라고 표현합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신뢰받는 외국어 구사 능력 평가 기준의 하나로 꼽히는 CEFR(Common European Framework of Reference for Languages)은 A1 부터 시작하여 A2, B1, B2, C1, C2까지 총 여섯개로 레벨을 나누고 있는데, 이 중 대략 중간 두 단계를 중급(Intermediate)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하~중중 단계라 할 수 있는 3번째 B1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의사소통이 무난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보다 한 단계 위인 B2는 보통 Upper Intermediate, 고급 단계로 넘어가기 직전인 중상급에 해당하는 단계로, 대략 보다 전반적인 주제에서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으로 복잡한 문맥 이해가 가능하고 원어민과도 크게 어려움없이 명확하고 상세하게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며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대체적인 공인 영어 시험 기준으로 말하자면, B1 은 iBT TOEFL 86점이나 IELTS 5.0 정도, B2는 iBT TOEFL 109점까지 혹은 IELTS 6.5 까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름 중급이라는 할 수 있는 학생들이 스스로의 영어 레벨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이것 저것 나름 꽤나 공부도 했고 분명 누가봐도 초급은 아닌데, 탄탄한 중급이나 중급 이상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찝찝하다는 얘깁니다. 어딘가 기본기에서 구멍이 났나 싶어 기초부터 다시 다져보려 해도 내용이 너무 쉽고 뭔가 내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싶어 이내 손을 놓기도 하고, 반대로 고난도의 내용에 도전했다가 쓴 맛(?)을 보고 자신감이 흔들리기도 한다는 고민을 종종 듣곤 합니다.

고급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부분이 크게 부족하거나 찝찝한 부분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위의 CEFR 의 기준에 비추어도 어딘가 아쉬운 곳이 있고, 공인 영어 시험 성적도 생각보다는 덜 나오는 그런 중급 아닌 중급 학습자라면 전반적인 영역에서의 꼼꼼한 점검과 다지기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확실히 차별화된 중급 이상의 영어 실력이 드러나게 할 수 있는 조건과 이를 충족하기 위한 학습 전략은 무엇일까요?

1. Grammar (문법)

(중급 학습자를 위한 문법 교재 - Grammar in Use Intermediate)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통할 수준의 문장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 초급이라면, 중급 이상은 거기에 더해서 자신이 하는 말의 정확한 의도나 느낌까지도 상세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너무 너무 피곤하고 졸릴 때 초급 학습자는 I'm really tired and sleepy. 정도로 표현하지만, 중급 이상의 학습자는 이에 더해 일주일 동안 자래도 잘 수 있겠다는 의미로 I could sleep for a week. 같은 더욱 생동감있는 표현을 더할 수 있습니다. 이 때 could 는 진짜로 일주일을 자겠다는 것이 아니라 '말이 그렇다는' 의미를 전달하지요. 이렇게 보다 구체적이고 생생한 의미 전달을 위한 문장 구조 조절이 가능한 것이 어정정한 중급 탈출의 첫번째 조건입니다. 많은 분들이 나름 문법 공부 많이 했다고 무슨 문법이 더 필요하냐고 하는데, 단순히 문법 규칙을 많이 알고 문법 오류가 적은 문장을 말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생동감있고 효과적인 의사 전달을 위해 얼마나 문장 구조를 잘 써 먹느냐가 핵심이지요.

꾸준한 학습으로 중급 레벨까지 도달한 학생들의 경우 사실 완전히 새로이 배워야 할 문법 사항은 별로 없습니다. 그보다는 기존에 암기형으로 배웠거나 문제 풀이용으로만 사용한 문법을 보다 실질적으로 효과적인 의사 전달을 위한 도구로 새로이 튜닝(!)하는 의미로서의 문법 학습이 필요합니다.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는 Grammar in Use (Intermediate)은 이러한 튜닝을 위한 최적의 교재입니다. 문장 연습량이 부족하다면 Azar 의 Understanding and Using English Grammar 의 Workbook 을 추천하고요.

2. Receptive Skills (소화 능력)

듣는 것이건 읽는 것이건 중급 이상이라면 영어로 된 내용을 빠르면서도 효율적으로 소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장 하나를 듣거나 보았을 때 문장 구조를 확인하고, 단어들을 확인하고 그제서야 '아, 이런 의미구나' 하는 식의 소화 능력으로는 더 이상의 발전이 어렵습니다. 영어로 된 정보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효율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는 영어 실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입니다. 영어 시험의 청취와 독해 영역이 바로 이를 측정하는 것이지요.

영어를 잘 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다량의 노출'을 꼽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간이라도 소화 능력이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노츌량은 엄청나게 다릅니다. 하루 30분씩이라도 후자가 간단한 지문 하나를 겨우 소화할 동안 전자는 뉴스 클립 몇 개를 듣고 신문 기사 몇 개를 읽어냅니다. 단순히 노출량에서만 전자가 유리한 것이 아닙니다. 노출량이 많으면 그 안에서 문법과 어휘등도 상당히 자연스럽게 습득됩니다. 흔히 영어는 처음에는 좀처럼 늘지 않다가 어느 순간에 확 는다는 말을 하는데, 제가 오랫동안 여러 학생들을 관찰한 바로는 이 어느 순간에 확 느는 시점이 영어 문장 소화 능력이 향상되면서 영어 노출량이 급격히 느는 시점과 비슷하게 일치하더군요.

특히 해외 연수 등으로 말하기가 어느정도 익숙한 학생들 중에 청취나 리딩을 소홀히 하고 상대적으로 skill 이 떨어지는 분들이 귀국 후 서서히 영어가 정체되거나 심지어 퇴보하는 경우가 있는데, 노출 부족과 소화 능력 불균형으로 인해 생기는 현상입니다. 말만 유지하려고 하지 말고 리딩과 청취를 보강하세요. 리딩과 청취가 말하기의 받침대 역할도 해 줄 것입니다.

3. Fluency In Speaking (능숙함) 

초급과 중급은 일단 딱 영어를 대하는 자세에서 차이가 납니다. 중급은 확실히 초급보다 능숙하지요. 특히 말하기에 있어서 같은 인사말도 중급은 보다 자연스럽습니다. 처음 배우는 표현이나 문장도 중급은 보다 빠르게 능숙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는 그만큼 중급의 입이 다양한 문장 형태와 스타일에 익숙해 져 있다는 의미이죠. 따라서 진정한 중급 또는 중급 이상으로 도약하려면 그만큼 다양한 문장 패턴과 표현 등을 입이 낯설어 하지 않을 때까지 연습해야 합니다.

중급에 맞는 표현과 대화 패턴을 충분히 연습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실습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종종 갖는 것이 좋습니다. 소위 free talking 수업만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교실 밖에서 영어를 쓸 기회가 없는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그것만으로는 입이 패턴에 익숙해지기 어렵습니다. 중급도 초급처럼 듣고 따라하고 반복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4. Vocabulary (어휘)

(원어민들도 보는 어휘 증진 교재들 - Vocabulary Builders)

해외에서 전철 안이나 공원 등에서 사람들이 신문의 십자말 맞추기(cross word puzzles)하거나 어휘책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서점에서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을 위한 것이 아닌 원어민(native speakers of English)을 대상으로 한 어휘 증진 교재(vocabulary builders)들을 꽤 볼 수 있습니다. 영어는 원어민이라도 교육 정도나 직업, 기타 생활 환경 등에 따라 어휘력의 차이가 상당히 큰 언어입니다. 하물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이라면 영어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끊임없이 어휘를 익힐 필요가 있겠죠? 소위 영어 고수라는 분들도 잘 보면 어휘 만큼은 꾸준히 계속 공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급 이상에 걸맞는 영어를 소화할 수 있고 구사할 수 있으려면 그에 필요항 어휘 학습이 필수입니다. 매일 혹은 주 단위로 일정량의 표현들을 꾸준히 익히는 습관은 초급부터 고급까지 레벨을 막론하고 권장되는 중요한 영어 학습 습관의 하나입니다.

CEFR 의 B1(중급1단계)에서 C1(고급입문단계)까지 도달하는 데에 대략 300~400 시간의 학습 시간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극히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이고, 여기에는 매우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적절한 학습 설계도 이 변수 중의 하나가 될 수 있겠죠? 좀 더 smart 한 중급 탈출을 원하는 여러분께 제 글이 유용한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http://www.julienglish.com

Julien, 박상효

[개척자]

정말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