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강수월래단 성명서
안녕하세요? 저희는 ‘청소년 강강수월래단’ 입니다.
청소년 강강수월래단은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어 4월 14일부터 5월 31일까지 한반도 운하가 건설된다고 하는 한강과 낙동강을 47박 48일 동안 걸으며 우리 강을 보고 느끼고, 한반도 운하가 앞으로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또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순례를 통하여 알아가는 ‘청소년 강을 노래하다’ 순례단입니다.
강강수월래단은 어린친구는 14살부터 많게는 19살까지의 대안학교학생과 홈스쿨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자 사는 곳은 다르지만 인간과 자연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두 발로 우리의 강을 걸으며 마음으로 느끼기 위해 ‘한 뜻’ 으로 모인 친구들입니다.
지금까지 48일 동안 강과 함께 걸으며 우리들은 강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인간이 손대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강을 바라보며 자연의 자비로움과 강의 아름다움을 느꼈지만 인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강을 보며 인간의 무책임함, 이기적인 모습에 가슴이 아프기도 하였습니다.
무엇이 이토록 강을 아프게 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단순한 인간의 욕심 때문일까요. 자연은 먹을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는데 왜 인간은 그러지 못하고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편리한 것을 가지려고 발버둥 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본 강은 자신이 살기 위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또 강은 자신을 살리며 우리 모두를 살리기 위해 흐르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다쳐가면서, 자신이 아파하면서까지 자신의 생명의 숨결을 다른 생명에게 전달해 주는 강을 보며 이 세상에 자연만큼 가슴 아픈 부모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때는 대구로 들어가면서 인간 때문에 시커먼 피부가 되어버리고 썩은 내가 나는 낙동강의 모습이었습니다. 우리가, 아니 어른들이 버린 폐수가 우리 모두의 입에 들어갈 텐데 아무런 대책 없이 그렇게 버리다니.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는 걸 이해하면서도 지금까지 자신을 해쳐도 언젠간 바뀔 모습을 생각하며 아무런 대답 없이, 아무런 소리 없이 있어준 자연에게 우리가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순례기간 중에 항상 오염되고 더러운 강만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걷는 내내 우리의 옆에는 항상 조용히, 그러나 힘차게 흐르는 강이 있었고 조금은 자연에 가까워지려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하늘은 하늘답게 제 숨을 쉬고 있었고, 나무와 풀들도, 그리고 강도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제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그러한 강을 보며 기분 좋게 웃었고 강 역시 우리를 반겨주듯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웃음 저 뒤편에는 자신을 지켜달라는, 아니 있는 그대로 있게 해달라는 쓰디쓴 미소도 있었습니다.
청소년 강강수월래단은 4월 14일부터 5월 31일까지 47박 48일 동안 걸으면서 강의 모습을 우리의 두 눈으로 생생히 보았습니다. 그리고 5월 19일. 지금까지 보아온 강의 모습과 운하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토대로 ‘강강수월래’단의 운하에 대한 생각을 ‘반대’로 결정하였습니다.
우리가 반대로 결정하게 된 이유는 네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인간의 욕심으로 파괴되어버린 강을 보며 더 이상 강의 모습이 변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자연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며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도 아닙니다. 강도 인간도 우리는 다 같은 하나의 생명입니다.
세 번째. 우리의 후손들에게 콘크리트 벽이 아닌 새와 나무와 물고기가 함께 놀고 있는 맑고 아름다운 강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네 번째. 지금도 강은 흐르고 있습니다. 흐르지 않는 강은 썩습니다. 강은 앞으로도 영원히 흘러야 합니다.
앞으로 이 순례가 끝나더라도 청소년 강강수월래단은 우리 사회에 있는 인간과 자연 모두의 문제에 주체가 되어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것이며 강을 보며 느낀 우리의 느낌을 가지고 책 등을 통해 강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할 것입니다.
인간과 자연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갈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청소년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직접 몸을 움직여 생명을 살리기 위한 활동을 앞으로도 계속 해 나아갈 것 입니다.
지금까지 누구 하나 크게 다치지 않고 건강한 모습으로 이 자리까지 오게 되어서 강강수월래단 여러분에게 정말 감사하고 지금까지 저희의 이유 있는 반항을 끝까지 봐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2008년 5월 31일 청소년 강강수월래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