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2159A24C5445DCDB32)
![](https://t1.daumcdn.net/cfile/cafe/26601B4C5445DCDB29)
산행일시 : 2015.8.14. 오전 12:20 ~ 8.15. 오전 11:00
산행코스 :
1일차(8.14. 오전 12;20~오후 5:20) / 화엄사 - 화엄사 매표소 - 화엄사계곡 - 무넹기고개 - 돼지령 - 임걸령 - 노루목 -
반야봉 - 삼도봉 - 화개재 - 토끼봉 - 명선봉 - 연하천 대피소 - 형제봉 - 벽소령 대피소 - 덕평봉 - 칠선봉 - 영신봉
- 세석 대피소 (도상거리 30km/ 17시간 소요)
2일차(8.15. 오전 03:00~오전 11:00) / 세석 대피소 - 촛대봉 - 삼신봉 - 연하봉 - 장터목 대피소 - 제석봉 - 통천문
- 천왕봉 - 중봉 - 써리봉 - 치밭목 대피소 - 유평계곡 - 유평리 - 대원사 탐방안내소 (도상거리 18km / 8시간 소요)
행여 지리산에 오르시려거든 /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르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 노을을 품으려거든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시려 거든
불일 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 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 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 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사장의 모래알 처럼 겸허하게 오고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칠흑어둠 걷어가며 하늘길 노고단을 오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576104955D0183C09)
밤 12시 20분, 지리산 화대종주의 들머리 화엄사 탐방안내소를 들어선다.
노고단까지 7km, 성삼재에서의 비교적 편한 출발점을 마다하고 전원일치의 의사로 고행길을 자청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299A3B55D0128506)
"화대를 염원하는 산객은 많지만 화대를 품에 안은 산객은 그리 많지 않다."
단일산으로는 가장 긴 거리의 종주코스, 국내 최장의 화대종주.
과연 그걸 품을 지는 지리산을 안아보고 지리산에 안겨본 다음의 일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514D45055D018220D)
올려다본 하늘은 온통 성전(별밭)이다.
칠흑어둠 뚫고 화사하게 부서지는 별빛 받아 오르며 우리 네 사람 모두에게 의미 충만한 도전이며
행복한 결실로 마무리되기를 소망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019C3B55D0128825)
코재라고도 불리는 무넹기고개.
약 6Km의 무넹기고개, 가파른 오르막을 어떻게 올라왔는지 모를 정도로 호흡이 가쁘고 힘이 부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418A3755D0128A37)
무넹기고개에 도착하여 막상 임도까지 오르고나니 역시 산은 인생과 크게 다르지않다는 걸 느끼게 한다.
힘들었다 풀리고... 풀린듯 싶으면 다시 버거운...
![](https://t1.daumcdn.net/cfile/cafe/257BBF3755D0128B05)
노고단 대피소.
여기서 이른 아침식사를 하며 대장정의 각오를 새롭게 다져본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526A4E55D018310A)
지리산 산신이자 한민족의 어머니라고 전해내려온 노고할미의 유래가 있는 곳,
우리가 막 올라온 화엄사계곡과 심원계곡이 발원되는 길상봉이 노고단이다.
노고단까지 700m를 다녀오기로 했지만 오전 10시에나 출입이 가능하단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34034A55D0183031)
동트기 시작한 지리산의 여명보다 밝고 당찬 산객들의 모습이다. 그런 이들이 너무 좋다. 이들과 함께 함이 행복하다.
여기서부터 길고 지루한 능선이 시작된다. 많은 재와 령을 넘고 그만큼의 봉을 거슬러 올라야 천왕봉까지 닿게 된다.
"우리 모두에게 육신의 힘과 강한 정신력을 주시어서 우리가 목적하고 고대한 종주산행을 안전하게 마무리하도록 해주소서."
![](https://t1.daumcdn.net/cfile/cafe/2577823A55D0129639)
노고운해는 반야낙조, 벽소명월, 천왕일출과 함께 지리 10경 중 제1경이다. 산자락 곳곳, 골마다 깊숙이 운해가 가득하다.
좁은 산길에서 눈 돌리니 하얀 신작로 큼지막히 펼쳐졌네
아무 것 없이 마루금과 구름안개만 가득 널브러진 공간
집착일까 스스로에 얽힌 빗장일까
너무나 멀리 와서 온 걸음 되돌릴 수 없을 만큼인데
걷고 또 걸어 저울질 할 것 없이 마냥 걷는 이 길에서
무얼 뿌리고
무얼 주워야 할까
![](https://t1.daumcdn.net/cfile/cafe/2513C83D55D0129B04)
멧돼지가 많이 출몰해서 이름 붙여진 돼지령.
마신 술기운도 땀과 함께 빠지니 아직은 멧돼지라도 잡게 되면 안주삼아 한잔 더 할만큼 싱그런 모습들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741E4155D0129D2E)
돼지평전.
여기서 겹겹산산, 첩첩골골 사이에 담긴 운해를 바라보노라면 속세에서의 근심과 갈등은 먼지처럼 사라지고
비단결같은 포용과 살가운 배려, 너그러운 미소와 자애로운 풍요가 내면에 자리잡게 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16344D55D018140C)
그래서 산은 자아를 돌아보게 한다. 특히 광활한 지리산에서의 사방으로 뚫린 공백은 더욱 그렇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54A93D55D012A736)
둘러볼수록 지리산 능선은 순한 동물의 등짝만큼이나 아늑하게 느껴진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521B04255D012A006)
사람 변하고 세상 바뀌어도
저 깊은 골 푹신한 운해는 늘 거기 그대로 있다네
사람이 변해 속 상하거든
세상 바뀌어 머리 어지럽거든
우리 오늘 속에 꾹꾹 눌러담은
지리운해 떠올리며
지혜로이 풀어가세나.
![](https://t1.daumcdn.net/cfile/cafe/2468E14955D0180B13)
임걸령 도착.
표고 1,320m의 임걸령은 주변에 큰 나무가 많이 늘어서 있어서 녹림호걸綠林豪傑들의 은거지로 삼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의적두목 임걸林傑의 본거지라 하여 임걸령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10m쯤 아래에 임걸령샘터가 있다. 한겨울 눈이 펑펑 내리고 얼음이 꽁꽁 얼어도 물이 콸콸 나오는 신비의 샘이라고 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31D94C55D0180202)
저 아래로 피아골이다. 6․25 한국전쟁 때 피를 많이 흘려 ‘피의 골짜기’라는 의미의 명칭은 와전일 것이다.
피아골은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도 그렇게 불렸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49364B55D0180803)
오늘도 무쟈게 더운 날인가보다. 아침햇살이 따가워지면서 머리와 이마에서 땀이 솟기 시작한다.
능선길마다 수북한 그늘로 이어져야 피로가 덜 할텐데.
시련을 흔쾌히,
마고할미 만나러 반야봉을 오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541A04555D012A31C)
반야봉으로 오를 수 있는 삼거리의 노루목.
노루가 지나는 길목이라는 설도 있지만 반야봉의 지세가 피아골쪽으로 가파르게 흐르다가 여기서 잠시 멈춰 노루가 머리를 치켜든 형상과 흡사하여 명명된 것이 정설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579964155D012AF2F)
가자, 반야봉으로. 노루목에서 1km의 거리지만 천왕봉 다음으로 높은 반야봉인지라 만만치 않을 것이다.
거기 오르는 것이 혹독한 시련이라면 그걸 사서라도 우린 해내련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0A974655D012B22C)
일부러 찾지않는다면 오기 힘든 반야봉이라 종주산행길에 덤으로 추가했는데 역시 빡세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3D2F4955D0173F33)
소망하면 이뤄지는 법, 원하는 이에게만 정상은 그 자리를 내주는 법.
천왕봉 마고할미와 혼인한 도사 반야가 불도를 닦던 봉우리라 하여 명명된 곳.
천왕봉, 노고단과 함께 지리산의 3대 봉우리를 우리가 소망하고 원했기에 결국 우리는 취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5D3A3855D012B90D)
반야봉은 또 우리나라 제일의 반야도량이라고도 하는데 여길 100번 오르면 득도의 경지에 오른다고 한다.
"우리가 득도할 일 있겠나."
한 번 오르고 무겁게 지닌 허황한 보따리 있거들랑 내려놓으면 그만 아니겠나.
"난 그마저도 없으니 오늘로 반야봉은 아듀일세."
![](https://t1.daumcdn.net/cfile/cafe/2441183755D012BE34)
지리산 제3경인 반야낙조는 시간이 맞지않아 접할 수 없지만 저 아래 만복대와 정령치쪽을 내려다보니
해넘이의 장관이 얼마나 멋질지 상상케 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6B144955D0173B0F)
반야봉 정상석 밑에서 전복과 낙지를 안주삼아 한잔씩 마시는 소주가 에너지를 보충하는 보약처럼 달콤하고 맛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594B4A55D0174210)
반야봉 하산로에서 잠시 휴식.
돌밭이건 데꾸보꾸 바위건 등만 기대면 쪽잠을 자는 병소의 초능력이 부럽다. 깨우기가 안타깝다. 하지만 또 가야하기에...
"기상 1분전!!"
![](https://t1.daumcdn.net/cfile/cafe/2708253C55D012C102)
한쪽은 운무가 피어오르고 다른 쪽은 마루금이 선명하다. 지리산은 한순간에도 온갖 다양한 모습을 창출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45463655D012C430)
철계단을 내려가고 왼쪽으로 돌면 곧 삼도봉이다.
임걸령 지나 노루목에서 방향 틀어
반야봉 오르는 가파른 고갯길
만복대에서 정령치로 운무 가득 고여
산자락 바다 되어 포말처럼 물결 일고
진초록 녹음은 가을로 향할 마음 없이
폭염 막아주는데
그려,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지리산 길고 지루하나 우리 네 사람
한데 어우러져
마냥 호젓하고
무르팍 아직 싱싱하기만 한데.
또 가자. 칠선봉 넘고 영신봉 넘어 세석으로
![](https://t1.daumcdn.net/cfile/cafe/266E984D55D0172729)
오고보면 진작 왔어야 할 곳
힘들고 지루해 다신 오지않으리라 맘먹고 떠나 미안해 지는 곳
예정하고도 여기저기 들리느라 늦어 멀리 돌아온 듯싶어 고개 숙여지는 곳
둘러보면 그간의 내 삶 부끄럽도록 다그치는 곳
내려가서 속세 찌든 삶에 허접하게 섞이노라면 다시끔 마음 추스리게 하는 곳
지리산은 그래서 어머니의 품이고
내 친구의 우정이며
내 내일의 멘토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257F3B55D012C90B)
반야봉에서 내려와 삼도봉 도착
3도,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의 접경
![](https://t1.daumcdn.net/cfile/cafe/2745363855D012CE22)
"우리도 앞으로는 동서간의 화해무드를 조성하세."
"너만 잘하면 돼."
![](https://t1.daumcdn.net/cfile/cafe/23088D3C55D012D302)
화엄사에서 노고단고개를 지나 2km의 반야봉을 찍고 삼도봉을 지나왔으니 약 14km 남짓 온 셈이다.
그러나 거리가 무슨 상관이랴, 높이 또한 무슨 의미 있으랴.
우리가 가고자하는 곳, 그쪽으로 방향 잘잡아 걸음걸이 튼실하게 유지하면 그만 아니겠는가.
![](https://t1.daumcdn.net/cfile/cafe/2553843855D012D517)
꽃이 활짝 핀다는 고개마루. 삼도봉과 토끼봉 사이의 잘룩한 고개가 여기 화개재다.
올때마다 느끼지만 여기서 물물교환의 장터가 열렸다는 게 좀처럼 실감 나지 않는다.
뱀사골입구의 반선마을과 목통마을에서 올라온 짐들을 여기 풀어놓고 서로 흥정하며 거래가 이루어졌단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1CFE5055D0173602)
느닷없이 지리산 반쪽이 운무로 덮인다.
지역에 따라 심한 기온차와 강우 등 급변하는 기후조건 때문에 지리산 일대 주민들은 불교보다 하늘을 믿고 하늘에 맡기는 민간신앙에 치중했던 게 아닌가싶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56263755D014702C)
숲속 흐르는 개울 물줄기가 구름 속에서 흐른다고 하여 명명된 연하천烟霞泉은 그 명칭만큼이나 아름담고 물이 넘쳐흐르는 곳.
우리 같은 지리산 종주객들이 짐을 재정비하고 휴식을 취하며 물을 보충하는 주요지점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640A3555D0146E02)
대피소 취사장에서 라면을 끓여 허기진 배를 채운 후 물을 보충하고 다시 출발
![](https://t1.daumcdn.net/cfile/cafe/215AE53455D0147604)
형제봉 도착
![](https://t1.daumcdn.net/cfile/cafe/265AF03455D0147804)
시오리 지나 급살맞은 봉우리 또 올라서면
발목 시큰해도 보이는 것마다 황홀경일세
![](https://t1.daumcdn.net/cfile/cafe/274F1B3555D0147A0F)
굽이 돌고 또 굽이 돌아돌아 허리 뻐근해도
내려다보아 눈에 박이는 곳마다 무아지경일세
![](https://t1.daumcdn.net/cfile/cafe/26190C3355D0147E1D)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할 즈음 한여름 더위가 살을 태울 듯 뜨겁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33C64955D0172C3A)
지리 4경이 벽소명월이다.
태고의 정적속에서 고사목을 비추는 벽소령의 밝은 달빛은 천추의 한을 머금은 양 시리도록 차갑고 푸르다고 한다.
하늘을 흐르는 은하수와 함께 창백하게 뜬 보름달을 바라보노라면 얼마나 신비스러울지 가히 상상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47773855D0148027)
세석으로 향하는 막바지 통로인데 여기서부터 더욱 고되고 더 많은 땀을 흘리게 될 게다. 많이 걸어와 지쳤기 때문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52DCA4855D016353E)
간밤에도 여긴 휘영청 달이 밝았었나보다
뿌연 연무 밀어내니 고사목 속살까지 선명하다
부챗살처럼 은빛 햇살 뜨겁게 뿜어내리니
부러지고 멍든 나무가지마저 길게 뻗어 기지개 켠다
햇살 피해 숨어있던 작은 실바람이
땀 젖은 옷깃 파고들며 애교 떨긴 하지만
아직 먼 여름, 언제 물러설지
지리산 능선만큼이나 요원하기만 하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33733955D014811E)
선비샘. 여기서 간단히 목을 축이고 막바지 강행군을 해야 할 터.
![](https://t1.daumcdn.net/cfile/cafe/257BBF3755D014830B)
벽소령과 세석 사이의 3봉 중 1봉인 덕평봉.
여기서 칠선봉과 영신봉을 지나 세석에 이르는 약 4km 길만 견디면 오늘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게 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290E4A55D0163832)
아무리 힘들어도 병소는 고됨을 즐기는듯 하다. 시라소니일 거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는 명품 호랑이였더라.
![](https://t1.daumcdn.net/cfile/cafe/2169D24D55D0163929)
나한테 지리산은 역시 여성적 느낌이 더 강하다. 어머니 품처럼 편안하고 아늑하다.
지리산이 설악산과 대조적인 건 화려하지 않지만 도저히 자기주장이라곤 없을듯한 광활한 품새때문일 것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41FC4A55D0163B20)
아무리 잘못을 저지른 자식에게도 회초리를 들것 같지않은...
![](https://t1.daumcdn.net/cfile/cafe/217F5C3755D0148708)
편안하다. 쉼이 있어 편안하고 행복하다.
평생 행복하기만 한 사람이 행복의 개념을 잘 모르듯 달콤한 쵸콜릿같은 고행 후의 휴식 중에
그늘과 양지가 반복되는 삶의 양태를 사고해본다.
"오늘 힘들어도 순간이요, 내일 안락해도 그 역시 순간일지니."
![](https://t1.daumcdn.net/cfile/cafe/2532043B55D0148C05)
영신봉이리라 생각하고 왔건만 아직 칠선봉이다. 그만큼 막바지 버거움이 크다는 증거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5D945055D0172235)
그래도 이 악물고 내처 발길 옮기니 영신봉까지 왔다.
오늘 하루의 희열을 느끼기 직전 마지막 봉우리가 여기 영신봉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53CB74A55D0172D29)
세석고원은 가스로 덮여있다.
5~6월 저기 안개속에 결코 호사스럽지않게 피는 연분홍 철쭉의 목가적 풍치가 지리산 5경에 속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297E4C55D0172506)
세석대피소. 실제도보거리 30km가 넘는 오늘 하루의 강행군을 마감하고 쉴 수 있는 곳이 여기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14794B55D0172F2C)
쉴틈도 없이 숙소에 짐 정리하고 식사준비를 하는 막내 은수가 대견스럽고 너무 고맙다.
이제부터 고기 굽고 라면 끓이고 소주 마시는 일만 남았나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1E824755D0173228)
일품이다.
고기맛도, 술맛도 일품이고 느릿하게 이완되는 다리근육이 오르가즘을 느끼게 할 정도로 환성적 기분에 젖게 한다.
봉우리 하나 넘어 돌아보면
막 다가선 또 하나의 봉우리
나 지나면 또 다른 봉우리 있으리니
서둘지마라 붙들어 세우네
바위에 안개 내려앉으면
길 더 미끄러워 조심스러우니
마음 앞서지 말고 지친 다리 주무르고
비틀린 숨결 고르라
또 다른 봉우리 늙은 고목까지 불러세워
비탈길 쓸어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