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구제역과 광우병의 세계적 확산을 시작으로, 2003년에는 전세계를 전염병 공포로 몰고 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했고, 2005년에 들어서는 21세기의 흑사병이 될 수도 있다는 조류독감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현재도 계속 확산되고 있는 조류독감은 1억에서 많게는 10억의 인구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더 강력한 전염병의 등장을 예고하는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IT와 NT(나노 테크놀로지)가 의학과 접목되어 BT라는 첨단의학분야가 꽃을 피우는 21세기 초과학 문명시대에도 우리는 질병과 전염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아니 오히려 과거 어느 시대보다 더 다양한 질병과 새로운 전염병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이처럼 전세계를 떨게 만드는 전염병들은 도대체 왜 발생하는 것일까?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왜 새로운 전염병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한가? 그리고 인간과 전염병과의 기나긴 인연은 과연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일까?
최근 인류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는 전염병 이야기를 총 5회에 걸쳐 연재한다.
21세기, 전염병의 시대 다시 오는가?
윤석현(가정의학과 전문의 / 노은 한사랑의원 원장)
문명 발달과 함께한 전염병의 역사 버밍엄 대학교 교수이자 저명한 작가인 토마스 매큐언은 『질병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전염병이 최초로 발생하기 위한 조건으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대규모 집단, 위생의 결핍, 영양결핍’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저자는 밀집해 있는 대규모 인구집단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다.
그러나 위 조건들은 엄밀히 말하면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에 해당되며, 한번 발생한 질병이 전염병이 되기 위해서는 타 지역으로의 전파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 지역에서 발생한 풍토병이 타 지역으로까지 옮겨지는 것은 병균을 매개하는 인간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역사적으로 볼 때는 무역과 전쟁이 주된 계기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바로 전쟁이었다. 전쟁은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의 급격하고 빈번한 인구이동을 불러왔기 때문에 광범위한 지역으로 전염병이 확산되는 것을 가능케 했다.
또한 전쟁은 전염병 발생의 기본요건인 대규모 인구집단의 형성이란 조건을 충족시켜 주었다. 더 많은 사람들과 더 큰 규모의 군대, 그리고 더 빠른 이동수단이 전쟁에 동원될수록 전염병의 강도와 전파력이 높아지게 되었다. 실제 인류 역사를 돌이켜 보면 큰 전쟁이 발발할 때는 반드시 큰 전염병이 뒤따랐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발생한 전염병은 인류 문명 전환의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전염병의 온상, 현대사회 밀집된 인구와 신속한 이동수단의 발달 측면에서 볼 때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전염병이 발생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환경과 시스템 허브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 역사상 3대 대전(大戰)중 하나로 불리는 ‘적벽대전’의 경우 투입된 군사가 100만명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는 인구 100만명 이상의 메가톤급 거대도시가 전세계에 숱하게 퍼져 있다. 광역시의 하나인 대전만 하더라도 인구가 130만 명이며, 서울의 경우는 1,000만 명을 넘어선다. 또 전염병을 더욱 빠르고 신속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이동수단이 과거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발달하였다. 도시마다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지하철, 도시와 도시를 빠르게 연결시키는 고속도로나 고속철, 나라와 나라를 연결하는 비행기 등의 초특급 이동수단을 통해, 전염병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을 갖게 된다. 전세계의 도시화와 산업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던 19세기∼20세기에는 왜 큰 전염병이 안 돌았는가? 답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백신’과 ‘항생제’로 대표되는 현대의학이 병원균을 억제하고 있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로는 전염병이 돌고 있었지만 의도적으로 그러한 사실을 묵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학의 발전이 전염병을 정복한 것이 아니다. 다만 백신과 항생제로 전염병의 발생을 억제해 왔을 뿐이다. 하지만 지구촌의 인구가 60억을 넘어서고 여러 부가적인 환경조건들이 결합되면서, 전염병 예방력과 억제능력이 한계점에 도달하게 되었다. 따라서 20세기 말, 21세기 초 그 한계점을 넘어서면서 크고 작은 전염병들이 전세계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다.
새롭게 부각되는 전염병 발생 인자 : 환경요인 이런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전염병 발생을 촉진하는 새로운 인자 하나가 추가되었다. 그것은 지구 환경문제이다. 개발 우선주의 정책에 따라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등 자연을 훼손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인공화합물인 환경오염물질들은 지구의 오존층을 붕괴시키고, 화석연료 사용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증가하여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었다. 스위스 융프라우와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녹고 남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며, 지구촌 곳곳에서 홍수 태풍 가뭄 등 극심한 기상이변이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의 대홍수 피해와 같은 자연재앙이 닥쳐왔다. 그러한 환경재해와 재난은 위생의 불량과 식량부족으로 이어졌으며, 삶의 터전은 전염병이 발생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인구 증가와 이동수단의 발달만으로도 전염병 발생통제에 큰 부담을 받던 현대 의학과 보건의학은 지구적 차원의 환경문제까지 떠 안게 되면서 가일층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상황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자신과 환경을 더욱 빠르게 변화시킴에 따라 새로운 전염병들이 다가오는 속도도 더욱 빨라졌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는 과거에 빙하기나 기상학적 이변이 만든 것만큼이나 생태계를 변화시켰다. 그렇게 우리와 미생물들은 서로 서로 살기 위해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춤추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하는 동안 환경과 면역 방어기전의 부담은 점점 늘어난다. (『전염병의 문화사』, p.27)
인류 종말 시나리오 ‘VIRUS X’ 21세기의 서두를 장식한 사스(SARS)는 이러한 현대의학의 한계를 드러낸 최초의 조짐이요, 전염병 시대의 재개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003년 5월 3일자 LA타임스는 “사스는 앞으로 닥쳐올 전대미문의 괴질 확산의 전조일 뿐이다.”라고 선언했고, 세계보건기구의 줄리 홀 박사는 “사스는 단지 리허설에 불과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러한 세계보건기구 전문가들의 우려는 조류독감의 등장으로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전염병의) 대유행이 필연적이고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만일 조류 인플루엔자가 사람 사이에 감염되기 시작하면 수주일 내에 최소 700만 명에서 최대 1억 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으며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21세기의 흑사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개벽 실제상황』, p.391)
문제는 사스나 조류독감이 전염병 시대의 마지막 전염병이 아닌, 새로운 전염병 시대를 알리는 첫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데 있다. 앞으로 지구적인 전염병의 창궐로 인류가 종말을 맞을지 모른다는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면 과연 새롭게 발생하는 전염병들은 우리 인류에게 얼마나 큰 위협으로 작용할까? 사스나 조류독감 등의 바이러스가 과연 인류를 멸망시킬 정도의 위험성을 갖고 있는 것인가?
영국 쉐필드 의과대학의 교수인 프랭크 라이언 박사는 이미 9년 전에 이러한 문제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닥쳐올 위험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1997년에 발표된 저서 『Virus X』에서 그는 인류의 종(種)을 전멸시킬 수 있는 멸종 유전자가 있다면 그것은 바이러스에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미지의 바이러스를 멸종(eXtinction)이라는 단어에 포함된 X자를 따서 ‘바이러스 X’라 명명했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후보군의 하나로 조류독감을 들었다. 책이 나온 지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불행히도 그의 예측은 우리 눈앞에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
라이언 박사는 ‘바이러스 X’의 출현배경을 ‘인구조절을 위한 자연의 필연적 조율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전세계적인 전염병의 발생은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겐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라이언 박사는 ‘바이러스 X’의 발병 가능성만을 언급했을 뿐,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나 해결책은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자연의 조율작용에 의해 다 죽을 수밖에 없는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이 되고 마는 것인가?
새로이 떠오르는 희망 위기극복의 희망과 해결책은 다름 아닌 동양의 지혜 속에 있다. 그 희망의 첫 출발은 겨우 100여년 전, 그것도 다른 나라가 아닌 19세기 말 동방의 ‘조선’에서 비롯되었다.
100년 전 이 땅을 다녀가신, 증산도의 도조이신 증산 상제님과 태모 고수부님의 말씀과 성적을 집대성한 증산도의 경전 『도전(道典)』. 그 속에는 21세기 지구촌의 총체적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상세히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2006년 신년초부터 전국에 개벽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개벽 실제상황』은 『도전』속 핵심 말씀을 토대로 인류에게 희망의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우리는 이 두 권의 대도서(大道書)에서 21세기 지구촌의 총체적 위기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소중한 해답들을 발견하게 된다. 먼저 도전에 나온 말씀 한 구절을 보자.
병겁이 돌기 전에 단독과 시두가 먼저 들어오느니라. 시두의 때를 당하면 태을주를 읽어야 살 수 있느니라. (道典 11:254:1~3)
도전속의 이 구절을 『개벽 실제상황』에서는 다음과 같이 풀어주고 있다.
질병의 원인으로는 크게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는 시두와 박테리아에 의해 발병하는 단독이 동시에 창궐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현대의학은 총체적 한계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개벽 실제상황』, p.392)
또한 『개벽 실제상황』에서는 『바이러스 X』에서 언급되었던 자연의 필연적 조율과정을 한 단계 높은 가르침으로 풀어주고 있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비극과 죽음을 이야기할 때, 그에 대한 해결책과 전염병 이후의 새 문명에 대한 비전을 이야기하고 있다.
질병이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왔다는 이 말은 가을 개벽을 앞둔 인류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머지않아 대발할 괴질 병겁 또한 인류의 신문명을 여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병겁을 극복하면서 인류는 진정한 상생 문명의 첫 발을 내딛게 된다. (『개벽 실제상황』, p.403)
앞으로 5회에 걸쳐 연재되는 내용들은 시간의 수레바퀴가 어디로 흘러가느냐에 대한 이야기이다. 장차 어떠한 전염병들이 출현하고, 그 전염병들이 인류사의 향방에 어떠한 파장을 몰고 올 것인지,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괴질 병겁 발생의 필연성과 이를 극복하고 대비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여질 것이다. 이제 『개벽 실제상황』에서 이야기하는 뉴 스토리(new story), 즉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찾아가는 여정을 한발한발 내디뎌 보기로 하자.
<참고도서> 질병의 기원 (토마스 매큐언, 새일/박종연 역 동문선 1996년) 전염병의 문화사 (아노 카렌, 권복규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2년) 정역주의, 인류의 역사와 문명을 바꾸는 전염병이란 무엇인가 (노영균, 윤석현 공동저자 아람 2004년) 개벽실제상황 (안경전, 대원출판사 2005년) VIRUS X (Frank Ryan,M.D. LITTLE BROWN AND COMPANY 1998)
- 필자 약력 -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춘천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수료 충남대학 예방의학과 석사 전 CMI 종합검진센터 원장 현 노은 한사랑의원 원장 저서 : 『인류의 역사와 문명을 바꾸는 전염병이란 무엇인가』
첫댓글 월간 개벽 3월호에 실린 제 글입니다. 아래 있는 글이 원본이고 지금 보시는 것은 월간 개벽에서 편집을 한 글입니다.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