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월 13일,목) 서울 <길동무 교육관>에서 <대구예술마당 솔>과 <길동무> 공동 주최로 염무웅 선생님의 문학 평론집《역사 앞에 선 한국문학》출간기념 대담이(염무웅ㆍ정지창) 오후 3시부터 열렸습니다.
당초 세 시간 예정으로 정시에 시작한 행사가 세 시간 반을 넘겨서, 그것도 아쉬운 마음으로 마무리해야 할 정도로 두 분 원로 평론가 선생님들의 열정과 지혜가 빛났고, 참가한 평론가, 작가, 시인 들의 가슴과 눈빛도 뜨거워진 행사였습니다.
책의 내용 중에 핵심을 추출하여 던지는 정지창 선생님의 질문에 염무웅 선생님께서 성심을 다해서 자신이 겪어오신 지금까지의 시대 과제와 정신, 민족문학론과 작품, 책에 수록된 시인 작가들과의 직간접적인 인연과 체험을 바탕으로 답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선생님의 나이를 잊으신 왕성한 저술활동이 불러온 건강 악화가 염려되고 또 두 분을 함께 뵙고 싶어서 책을 밑줄 쳐가며 읽다 상경한 저를 비롯하여, 참여한 많은 분들에게 그 시간은 시종 감동과 눈뜸이 주는 기쁨과, 시대를 헤쳐가는 시인 작가에 대해 보내주시는 따뜻하고 깊은 애정의 언어들, 시대를 대응하여 길을 내는 끝 모를 혜안에 대한 존경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기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책 속의 글귀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평화와 민주주의가 지금 같은 분단 상태에서는 늘 불완전한 것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님의 부재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민족문학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민족문학의 시대는 갔는가>).책 297쪽
"문제는 시 쓰는 사람의 체질과 능력에 맞는 최대치가 정직하게 작품에 투입되었는가 여부"(<현대시의 난해성이라는 문제>) 책 128쪽
나라가 어느 때보다 위기에 처해 있는 현실에서 두 문장 모두 깊이 공감되었지만 특히 "최대치가 정직하게 투입되었는가"를 묻는 선생님의 채찍이, 능력 부족과 글쓰기에 집중하는 치열성을 보여주지 못한 내 등허리에 아픈 채찍으로 새겨졌습니다.
* 성주 금수문화마을 대표이고 이번 행사를 주최하여 줌을 펼쳐준 최재우 선생(사진/연극인, 마당극 작가, 연출가)께도 감사를 덧붙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