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농민운동 시민운동
1970년대 시민사회의 다양한 가치 실현
1980년대 전반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후반 우리농촌살리기운동 2000년 이후 단체생협 여성민우회생협 지역생협 |
·
주 1) 그림의 설명 :연합체, :단위생협, :영향력
2) 우리농촌살리기 운동은 ‘한국가톨릭농민회’와 도시지역 교회가 생협 등 정형의 조직을 구성하지 않고 종교단체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친환경농산물 직거래 운동이다. 출처: 정은미 논문
첫째, 도시지역에 처음에 출현한 생협(그림 1의 ①)은 신협이 전개해 온 지역사회 개발사업의 직거래(농촌 신협과 도시 신협 사이의 직거래)에서 탄생한 생협인 바른생협(1985년 경기도 안양의 공동구매형 지역생협)이다. 신협은 1960년대 가톨릭교회 관계자들에 의해 창립된 서민 금융조직인데 지역사회를 위해 직거래 및 재활용운동 등도 전개하여 왔다. 특히 1970년대에 영세농어민의 소득 증대의 일원으로 시작한 것이 농산물 직거래이며, 이러한 신협의 활동을 근간으로 하여 조직된 생협도 다수이다.
둘째, 농민운동, 협동조합운동에 모태를 둔 친환경농업 생산자가 서울에 진출하여 친환경농산물 판매를 생명운동의 일환으로 전파한 ‘한살림’이다(그림 1의 ②). 1986년 생명운동 사상을 지닌 농민 운동가들이 도시부에 매장을 개설하여 소비자를 조직하였다.
셋째,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YMCA, 천주교, 불교 등 종교단체와 여성민우회 등 시민단체의 활동을 모체로 하여 설립된 단체생협이다. 이들 단체는 우리나라 농업 현실과 먹을거리 안전성을 고민하고 해결하는 방법으로 친환경농산물 직거래를 채택하였다(그림 1의 ③).
넷째, 민중운동 진영(정당운동, 노동운동 등)이 지역운동으로 전환하며 경제사업의 일환으로 친환경농산물 직거래를 채택한 지역생협이다(그림 1의 ④).
이러한 생협 주체들의 성격은 친환경농산물 직거래를 추진하는 목적과 방법의 차이에도 이어져 이후 출현한 생협의 사업연합체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2) 한국 생협의 특징과 그 배경
(1) 1980년대 생협 재건기의 시대적 배경
위에서 잠깐 지적하였듯이 1980년대 중후반 한국에서 생협이 다시 시작되던 시기에는 1961년부터 시작된 폭력적인 군사정권이 27년 만에 물러가고 국민들의 선출에 의해 정부가 선출되기 시작한 때이다. 민주화가 되자 그 동안 가려져왔던 공해,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알려지고 농민들의 농약 중독으로 인한 죽음 등이 드러났다. 이와 함께 전국의 많은 농토가 농약과 화학 비료로 몸살을 앓고 있었고 이로 인해 소비자의 식탁도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었다. 한편 세계 자본주의는 그 동안 농산물을 수출 대상으로 보지 않다가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를 통해 본격적으로 수출 상품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국내외의 이러한 환경은 한국 생협이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친환경농산물만 취급하는 소비자협동조합’이 되는데 큰 영향을 끼친다. 아울러 한국의 생협은 일본생협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그 이유는 1980년대 중반 한국의 생협이 다시 생겨날 때 많은 사람들이 일본에 가서 일본생협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한국은 소비자협동조합의 명칭, 제도(법) 그리고 방향 등에 영향을 받았다.
(2) 한국생협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
1980년대 중반에 다시 세워지는 한국 생협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시대적인 상황이다. 그것은 위에서 지적하였듯이 이 시기에 환경문제가 크게 부각되었고 낮은 식량자급률 속에서 농산물 개방 압력에 직면하였다. 즉, 생협운동을 통해서 한국산 친환경농산물을 중심으로 취급함으로써 농민의 건강과 소비자의 안전한 식탁을 지키고 30%에 머무는 낮은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둘째, 일본 생협의 영향이다. 한국에서 생협이 1980년대 중반 시작할 때에 한국 생협 관계자들이 일본의 생협을 방문한다. 그리고 일부는 연수를 받고 유학을 하며 어떤 경우는 일본생협의 물질적 지원을 받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생협은 법과 제도 그리고 공급 방식, 조합원 이용 등에 있어서 많은 부분에서 일본생협의 영향을 받게 된다. 셋째, 역사적 경험 속에서 ‘협동조합을 어떻게 해야 성공할 것인가?’하는 고민이 있었다. 즉, 1920년대 이후 수차례 시도되었던 소비조합 운동이 제국주의와 같은 외세와 외부의 탄압과 내부의 부실한 경영에 의해 실패를 거듭하였다. 그러므로 한국의 생협은 더 이상 실패하지 않고 성공하는 협동조합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을 안정적으로 할 필요가 있었다. 넷째, 1980년대 중반 생협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과정을 주도한 사람들의 영향이다. 협동조합은 참여하는 조합원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나 한국에서는 생협운동을 지식인들이 주도하고 그리고 자신들의 관심인 ‘친환경농산물의 소비처 확보’를 위해 소비자협동조합을 선택한 측면이 강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요인들이 작용하여 현재와 같은 생협이 만들어지게 된다.
(3) 한국생협의 특징
위에서 잠깐 밝혔듯이 한국의 생협은 1980년대 중반 출발을 할 때 유럽이나 다른 나라에 있는 일반적인 소비자협동조합과 몇 가지 면에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출발한다. 그 특징을 정리해 보면 첫째, 취급 품목이 크게 제한되어 있었다. 즉, 한국의 모든 생협은 조합원에게 공급하는 물품이 한국산 친환경농산물뿐이다. 다른 나라는 생활에서 쓰이는 상품 모두를 취급하는데 비해 친환경농산물만을 취급하였다. 2010년 법이 개정되어 일반 공산품을 비롯하여 생필품을 취급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동안은 한국산 친환경농산물만을 취급했다. 둘째, 조합원 가구 평균 소득이 국민 전체 가구 평균 소득 보다 높은 중산층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는 취급하는 물품 때문이다. 친환경농산물은 일반 농산물에 비해 가격이 평균 30% 이상 비싸므로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셋째, 조합원 이용에 있어서 폐쇄형 조합이다. 1852년 영국에서 제정된『산업공제조합법』이후 대부분의 나라에서 소비자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아닌 소비자도 이용하게 하는 법을 채택하고 있으나 한국은 조합원 외에는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는 일본과 함께 전 세계 두 나라만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무점포 형으로 출발을 하였다. 일반적으로 생협이 사업을 시작할 때 매장을 가지고 출발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나 한국의 생협은 점포 없이 조합원 가정에 직접 공급하는 형태를 취한 것이다. 물론 이 무점포 형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져서 지금은 대부분의 생협들이 매장을 가지고 있어서 매장 공급과 가정 공급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다. 다섯째, 시민운동 성격이 강하다. 로치데일공정선구조합이 출범할 때를 비롯하여 많은 나라에서 생협이 만들어질 때에는 노동자가 받은 임금으로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 받기 위해 시작하지만 한국은 1980~90년대 시대적인 상황과 초기 생협운동을 주도한 사람들의 영향으로 노동문제보다는 환경문제, 식량자급, 농업 보전 등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3) 전국의 생협 현황 (2009 12월 31일 기준)
한국 생협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시대적인 상황, 역사적 경험, 참여자들의 인식 등으로 현재와 같은 친환경농산물을 중심으로 조합원에게 공급하는 생협이 되었다. 그런데 친환경농산물은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생산량도 많지 않다. 전체 농산물 중에 친환경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하다. 그러므로 조합원 수나 매출 규모가 아직 크지 않다. 출범한지 25년이 지났지만 전체 조합원은 약 37만 세대가 조금 넘는 규모로 전체 1,692만(2009년 기준) 가구 중에 약 2.2% 정도만 가입되어 있다. 매출은 약 4천6백8십억 원 정도의 규모인데 이것은 전체 100조가 넘는 식품시장 규모에서 0.5%도 안 되는 것이며 약 5조 정도로 추정되는 친환경농산물 시장에서도 10%도 채 못 되는 규모다.
한국의 생협 현황(2009년 12월 31일 기준) | |||||
구분 |
소속 생협 수 |
조합원수(명) |
매출액(백만 원) |
출자금(백만 원) | |
전국연합회 합계 |
40 |
92,623 |
78,039 |
6,302 | |
지역 독자 물류 생협 계 |
24 |
25,233 |
21,259 |
1,992 | |
두레생협 계 |
16 |
67,390 |
56,780 |
4,310 | |
아이쿱생협 계 |
75 |
78,671 |
234,487 |
16,945 | |
여성민우회생협 계 |
5 |
19,580 |
15,367 |
1,418 | |
한살림 계 |
16 |
186,382 |
139,786 |
17,249 | |
기타 무소속 생협 합계 |
2 |
688 |
225 |
113 | |
구매 생협 합계 |
138 |
377,944 |
467,904 |
42,027 | |
지역 독자 의료 생협 계 |
10 |
6,318 |
16,207 |
730 | |
의료생협연대 계 |
13 |
14,304 |
9,300 |
2,326 | |
의료생협 합계 |
23 |
20,622 |
25,507 |
3,056 | |
단위 독자적인 대학생협 계 |
3 |
36,945 |
46,445 |
251 | |
대학생협특별위원회 계 |
18 |
72,883 |
83,752 |
1,426 | |
대학생협 합계 |
21 |
109,828 |
130,197 |
1,677 | |
총 계 |
182 |
508,394 |
623,608 |
46,760 |
4) 한국생협의 방향
한국 생협은 근현대 역사 속에서 독특한 경로를 걸어왔다. 그리고 식민지와 전쟁을 겪으면서 개발도상국을 거쳐 세계 11위의 교역국가로 발전하였다. 그 과정 속에서 국가 내부에서는 빈부의 차이가 심해지고 지역은 피폐해졌으며 환경오염은 심각해졌다. 그러므로 한국의 생협은 이러한 과제들을 하나하나 극복하고 해결해가야 한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나가야할 방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생협 운동에 경제적 약자들이 참여하게 하고 대중 운동의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생협에서는 장기적으로 생필품의 취급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래야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다. 둘째, 점차 본격화되고 있는 대자본의 공세를 막아낼 힘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얼마 전까지 친환경농산물 시장은 규모가 크지 않아 대자본이 본격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친환경농산물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셋째,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환경문제는 특정인,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전체의 보편적인 문제다. 그러므로 초기부터 환경 문제에 적극적이었던 한국 생협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 넷째, 한국 생협은 ICA를 비롯하여 다른 나라 생협, 협동조합과 협력, 교류, 연대를 해야 한다. 그래야 세계의 다양한 협동조합, 생협 운동을 알고 협력하여 자본의 공세에 대처할 수 있다. 다섯째, 한국 생협은 제3세계와 연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공정무역을 통해서 생산지가 협동조합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 사회가 어려울 때 ICA를 비롯하여 국제 사회의 지원을 받았듯이 이제는 제3세계에 도움을 주는 생협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실천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