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각경.pdf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텅 비우는 무아상의 나를
얼마큼 행할 수 있는지에 따라 공부의 깊이를 가늠할 정도가 되었다.
무아사상을 지닌 인도불교가 선도(仙道)의 중국도교를 만나
획기적인 발전을 이룬 것은 호흡이 맥박을 타고 흐르는
독맥과 임맥의 법륜육후도일 것이다.
호흡을 밀고 끌어올리는 기를 뭉쳐 도태를 이루게 하고
도태를 이룬 사람에겐 출태를 이루게 하는 최고의 경의로운 일이다.
그것으로 그대를 죽여라,
그러면 죽어나가는 것은 그대의 에고일 뿐이다.
그것 아니고는 에고가 스스로 물러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중국의 유교는 도덕 교과서에 버금 갈 만큼
인간적인 도리와 선을 행함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선악의 개념을 지녔다면 인간을 변화시키진 못한다.
나이 칠순이 넘어서야 깨달음을 얻은 공자가 입멸하기 전
제자들이 모여들었고 평생을 이것은 이렇게 하고
저것은 저렇게 하라는 훈시를 받아 왔기에 물었다.
앞으로 저희들은 스승님이 계시질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공자는 말했다. 아무 할 일이 없다.
아무 할 일이 없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면 세상이 스스로 우리를 인도할 것이다.
우리가 세상에 대해 무엇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내가 곧 세상이고 세상이 곧 나인데,
내 몸과 마음에 대해 이렇게 되었으면
혹은 저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면
몸과 마음을 내 것으로 취하려는 그것 때문에
내 것도 되지 못하고 세상도 되지 못하는 그것이 사라질 때
온전하게 내 몸과 마음의 주인이고 세상이다.
세상에 대한 요구 조건을 끝없이 관철시키려 함은
꿈에서 물에 빠진 자신을 건져 올리려 함이다.
그러나 어떤 노력을 행한다 해도
자신을 건져 올리기란 불가능하다.
단 한 번도 물에 빠진 적 없기 때문이니
젖은 적 없는데도 무엇을 그렇게 말리고자 했었는지
어처구니 없음도 깨닫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