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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천국
1화,바보가 공주를 웃겨 병을 고쳐줘 출세
만복은 부모가 시키는 일에 절대 복종하며 마음착한 순진한 소년이었다. 그러나 다른 아이에 비해 생각이 좀 부족한 아이였다. 오늘도 아버지 명령대로 아버지의 친구 집에 가서 그 집일과 잔심부름을 온종일 해주고 돌아왔다. 그가 돌아올 때, 그가 그 집일을 해준 수고의 대가로 엽전 한 푼을 받았다. 만복은 그 엽전을 손에 들고 무척 좋아하며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는데, 집으로 오려면 개울을 하나 건너야 했다. 그 개울을 건너기 위해 징검다리의 돌 하나하나를 뛰어 넘어야 했다. 어린 만복이로서는 다리가 짧아서 돌 하나하나를 건너뛰려면 힘을 다해 껑충 껑충 뛰어 넘어야 했다.
그가 개울을 다 건너왔을 때는 그의 손에는 엽전이 없어졌다. 징검다리를 뛰어넘는 바람에 그의 손에 움켜쥐고 있던 엽전이 개울에 떨어트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때까지 그렇게 좋아하던 만복은 안타까움에 그만 울음이 터져 나왔다. 하루 종일 수고한 품삯에 해당하는 엽전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울고 돌아오는 그를 보자 아버지는 깜짝 놀라 그에게 물었다. “만복아! 왜, 울고 오느냐? 누가 너를 때리더냐? 왜?” “아버지! 그게 아니라 엽전이 없어졌어요. 엽전을 손에 쥐고 개울을 건너오다가 잘못하여 그만 개울에 엽전을 빠트려 버렸어요. 그 집 주인이 준 것인데……. 엉엉!” “그래, 그만 됐다. 다음에는 그런 것을 주거든 호주머니에 꼭 집어넣고 오너라! 그것을 손에 쥐고 오니까 그렇게 됐지. 그걸 가지고 울어?” 아버지 말을 들은 그는 알았다는 듯이, “네, 알았습니다. 아버지. 그렇게 하면 됐을걸. 다음은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명심하고 호주머니에 넣고 오겠습니다. 아버지!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엽전을 주신 그분에게는 개울에 잃었다고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알았지?” “네, 알았습니다.”
다음날 그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온종일 그 집일을 돕고 집으로 오려는데, 아버지 친구인 그 집 주인이 그에게 말했다. “얘! 만복아. 오늘도 수고가 많았다. 힘들었지?” “아, 아닙니다.” “오늘은 이것을 줄 테니 잘 가지고 가서 너의 아버지에게 갖다 드려라!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뭡니까?” “이것 말이냐? 이거 술이다. 술. 잘 가져가야 한다.” “네, 고맙습니다.”
그는 지난번에 개울에 엽전을 잃어 버렸을 때, 아버지가 호주머니에 넣고 오라고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반듯이 호주머니에 넣고 가면 염려 없다. 그는 아버지가 일러 준 대로 술병을 호주머니에 넣으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술병이 호주머니보다 크기 때문에 잘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술병을 반듯이 호주머니에 넣어가지고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억지로 술을 호주머니에 넣으려고 하는 바람에 호주머니가 찢어지고 말았다. 그래도 아버지 말씀대로 술병을 호주머니에 겨우 넣고는 기뻐서 뛰어 집으로 왔다. 집에 도착하였을 때는 술병 안에는 술은 하나도 없고 빈병이었지만 그는 그것을 몰랐다. 그의 호주머니 주위는 온통 술로 젖어 있었다. 그가 껑충껑충 좋아하면서 뛰어오는 바람에 술은 술병으로부터 더 빨리 흘러 나와서 바지를 적시고 만 것이다. 안타까워하는 만복을 보고 아버지는 말했다. “앞으로 그런 것을 주거든 병의 모가지를 손으로 꽉 잡아 쥐고 와야 하느니라. 주머니에 넣고 왔으니 그 모양이 되고 말았잖니. 잘 알아들었느냐?” “네, 알았습니다. 다음에는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에게 드릴 이 술이 한 방울도 남지 않고 흘러버렸으니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하십시오.” “알았다. 이제 어떻게 하겠느냐? 다음엔 잘 해라!”
다음날 그가 돌아올 때, 그 집에서는 그에게 예쁜 고양이 한 마리를 주었다. 아버지가 하신 말씀대로 고양이 목 부분을 손으로 꽉 쥐자, 고양이는 죽어라 발버둥을 치며 그의 손을 앞 발톱으로 할퀴기 시작하였다. 만복의 손등은 고양이에게 할퀴어 온통 피로 물들었고, 손등은 따갑고 쓰리며 아파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아버지가 말씀하신대로 해야만 했다. 아버지 말씀을 어겨보지 않았던 그였기 때문이었다. 고양이가 발버둥 치며 할퀼수록 그는 고양이 모가지를 더 세게 조이면서 집으로 향했다.
집 가까이 오자 날뛰며 할퀴어 대던 고양이는 조용해 졌다.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고양이의 다리가 축 늘어져 있지 않는가! 고양이는 목이 죄여 죽어 버렸던 것이었다. 집으로 들어가자 그것을 바라본 아버지는 그에게 다시 말했다. “이놈아! 그런 것을 주거든 밧줄로 목을 매어 끌고 와야지, 목을 꽉 쥐고 오니까 그렇게 되고 말았잖니.” “네, 알았습니다. 요다음에는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버지!”
이번에는 만복에게 돼지 뒷다리 한 짝이 주어졌다.
그는 아버지 말씀대로 돼지 뒷다리를 밧줄로 매 달아 끌고 그의 집까지 왔다. 그러나 그가 집에 왔을 때는 돼지 뒷다리의 고기는 남아있지 않고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어 버려야만 했다. 뒷다리를 밧줄로 매달아 끌고 오는 바람에 살 고기는 길바닥에 끓기여 다 닳아 없어지고 만 것이다. 그 꼴을 본 아버지는 말했다. “이 미련한 놈아! 그런 것은 어깨에 메고 와야지, 길바닥에 끌고 오니까 못 쓰게 되고만 게 아니냐? 요다음에는 그런 것을 주거든 꼭 어깨에 메고 오도록 하여라. 알았지?” 아버지 말씀을 무조건 복종하는 그는, “잘 알았습니다. 이번엔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번엔 그의 품삯으로 그에게 양 한 마리를 주어졌다. 그가 어린 탓에 살아있는 양을 메고 가기에는 무리였다. 무거워도 아버지 말씀대로 해야만 했다. 양을 어깨에 메기는 메야 하는데 너무 무거워서 힘이 들었다. 어깨에 살아있는 무거운 양을 메고 걸어가는 동안, 양은 살아 있기 때문에 걸음걸이마다 이리 꿈틀 저리 꿈틀 움직였고, 그럴 때마다 만복은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양을 어깨에 메고 땀을 뻘뻘 흘리며 비틀 비틀하며 집을 향하여 가는 만복의 행동은 누가 봐도 정신이 잘못된 어린이로 보였다. 만복이 비틀거리며 양을 메고 집으로 가는 길옆에는 이 나라 공주의 별장이 있었다. 집을 가기 위해서는 그 별장 앞을 지나가야만 했었다. 마침 그때, 그 별장에 공주가 와 있었다. 공주는 지붕 위에 올라가 따사한 햇볕을 쬐고 있었던 것이다. 공주의 눈에 양을 메고 비틀거리며 가는 만복의 우스꽝스러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공주는 이 우스꽝스러운 광경에 너무나 우스워서 배를 움켜쥐고 웃는 바람에 지붕에서 마당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얼마나 우스웠으면 마당으로 떨어지고 말았을까…….” 그 때 공주는 여러 의원들의 처방에도 듣지 않은 알 수없는 지병으로 별장에 내려와 요양 중이었다. 고칠 것을 단념할 만큼 그녀의 병은 고치기 어려운 불치의 병이라고 궁중에서도 알고 있었다.
그간 공주의 병을 고치기 위하여 나라에서는 전국 방방곡곡으로부터 유명하다는 의원들을 모두 불러 진맥을 했으나, 도무지 무슨 병인조차 아는 의원이 없었다. 그래서 처방을 해보았으나 이병에는 아무런 차도가 있을 수 없었다. 보기 드문 병으로, 심한 우울증 같다고 추측일 뿐 정확한 병을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유명하다는 의원마다 공통된 진맥은 마음껏 웃기만 하면 고칠 수 있을 것 같다고는 했다. “무슨 병이 웃으면 병을 고칠 수 있담…….” 임금은 이제 의원들의 처방은 뒷전으로 미루고 사람 잘 웃기기로 유명한 사람들을 방방곡곡에서 찾도록 방을 내도록 명하였다. 웃기기로 유명한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고 전국으로부터 구름처럼 모여들었으나, 그 누구 하나 공주를 웃기는 사람은 없었다. 임금은 공주를 살리기 위하여 궁여지책으로 공주를 웃길 사람을 찾기 위해, 다시 전국 방방곡곡에 “내 딸을 웃길 수 있는 사람은 내 사위로 삼고 또한 많은 재물까지 하사하겠노라” 는 방을 붙였다. 복덩어리가 넝쿨체로 굴러들어오는 좋은 조건이지만, 공주를 웃길 사람은 나타나지 않아 그 일마저 허사였다. “못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던 짐이 이 일만은 해낼 수 없는가 보다. 어떡하면 좋단 말인가?” 공주의 병에 이제 치료나 약을 쓸 수도 없게 되자, 요양한다고 별장에 내려왔지만 그냥 그럭저럭 소일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바람에 임금님은 바쁜 가운데도 딸 걱정에 자주 별장에 들렸다. 공주의 병환의 염려로 별장에 내려온 임금은, “공주는 이제 죽을 날만 기다려야만 하는가? 불쌍한 우리 공주!”
“아바마마! 너무 상심하시지 마세요.” 죽음만을 기다려야 하는 공주의 얼굴은 어두운 그림자로 더욱 쓸쓸하게 보였다.
따뜻한 어느 날, 머리도 식힐 겸 지붕위로 올라갔던 공주는 마침, 어깨와 머리에 양을 메고 비틀거리며 오는 만복을 보게 되었다. 하늘이 도왔는지 여태껏 보지 못 하였던 우스꽝스러운 광경에 잃어버렸던 웃음이 참을 수 없도록 계속 터져 나왔던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을 잘 웃기기로 유명한 사람들의 각종 웃기는 코미디들에도 웃지 않던 공주가……. “이제 살았구나! 하늘이 나를 살도록 도왔구나!” 어떤 방법으로도 지금까지 못 고쳤던 병이 거짓말 같이 금방 고쳐졌다. 이 소식을 들은 왕과 신하들은 뜻밖의 반가운 소식에 너무나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내 딸을 구해준 이가 누구냐? 내 딸의 목숨을 구해준 그에게 약속대로 보답해야지……. 그를 위하여, 또 내 딸을 위하여 즉시 잔치를 베풀도록 하라!”
그리고 왕은 수소문 끝에 만복을 별장으로 불러 들었다. 왕은 그에게 물었다.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제 이름은 만복 입니다.” “만복이라고? 그런데 하필 왜, 양을 몰고 가지 않고 메고 갔느냐?” “네, 아버지가 메고 오라고 해서요.” “그래, 네 아버지도 좀 이상 하구나. 아직 어린 네게 그 무거운 살아있는 양을 통체로 메고 오라고 했담 말이냐?” “네,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맞아 그 바람에 우리 공주가 살아나게 되었으니 아주 잘된 일이지.” 그러고 난후, 그에게 그동안의 모든 일들을 자초지종 얘기들을 하나하나 들은 임금님은, 아무리 철없다고 해도 그렇게 생각이 부족했을까 하는 한심한 생각도 속으로 해보았다. 그러나 그 바람에 내 딸이 살아났으니 좋은 생각이외에 다른 생각은 할 필요가 없었다. 임금님은 기쁜 마음에서 그에게 말했다. “과연 효자임에 틀림없어. 한 번도 아버지 말씀을 거역하지 않고 번번이 아버지 말씀을 착하게도 그렇게도 잘 들을 수가 있을까. 그 덕분에 우리공주 살아났지. 잘했어! 참 잘했단 말이야! 고맙네, 고마워.” 공주가 죽음에서 살아나게 되자, 이제 임금님도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 공주가 지병을 고치고 살아난 기쁨은 임금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온 나라 백성에게도 있었다. 그래서 하루 속히 온 백성과 함께 즐길 잔치를 베풀도록 했다. 또 임금님은 공주의 병을 고치기 위해 공주를 웃기는 자를 자기 사위로 삼겠다고 방을 내어 언명한 약속을 지켜야 했다. 아무리 어리석고 부족한 아이이지만 임금으로써 했던 약속을 어기면 안 된다. 그래서 임금은 백성들이 모인 잔치자리에서 다시 그 약속을 다짐하기로 했다.
며칠 후, 죽음에서 살아난 공주와 그를 구해준 만복을 위한 잔치가 많은 백성이 모인 가운데 베풀어졌다. 좀 부족한 소년이란 생각을 버리고 왕이 만백성 앞에서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잔치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언명이 있었다. “내 딸을 구해준 만복을 짐의 사위로 삼겠노라”
그러자 주위에서는 축하의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임금님을 위하여 축배!” “공주님을 위하여 축배!” “만복, 아니 임금의 사위님을 위하여 축배!” 축복 속에 잔치는 대 성황리에 끝났다. 만복은 그 동안 받은 품삯을 단 하나도 쓸 수 없게 만든, 생각이 좀 모자라는 소년이었으나, 그의 아버지 말씀이나 시키는 일에 단 한 번도 어겨보지 않았던 말 잘 듣는 착한 소년임을 하느님이 알았는지, 그 후 얼마 안 가서 만복은 많은 축하객이 모인 가운데 공주님과 결혼하였고, 임금으로부터 많은 재물도 하사 받아 잘 살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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