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 시인이 본 53 선지식 31차 51. 눈을 감으면 보이는 별
눈을 감으니, 세상일이 멈추는데
머릿속에서는 천만리를 달리는 말처럼
열차 바뀌게 매달려 달리고 있는 몸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는 알 수 없네
생명의 존재를 망각한 전쟁광들 때문에
한시도 조용한 몸이 되지 못하고 있는 날
차라리 잠을 청하는 육신이었으면 좋겠네
눈을 감고 있다는 그것이야말로 망상을 멈추게 화려하지만
어느 시인도 눈을 감고 있으면서 세상일을 더듬어 보고
특별히 전쟁을 부추기고 있는 무기상들의 행동
그들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고 있는 것도 좋으련만
눈을 감고 있으니 오히려 머리가 더욱더 복잡해지네
그러는 줄도 모르면서 세상 사람들은 나의 눈 감고 있는 모습을
그림 그리는 피카소처럼 여기고 있으니 너무도 안타깝다는 일
지금막 출발하고 있는 열차의 달리는 소리에도
멈출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멈출 수 있는 조건
달리는 열차에는 멈출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어
뜨겁게 달리는 불 속에 폭탄을 투하하는 핵탄두 같은
지금막 출발하여 목적지를 행해 가네
나는 잠시 눈을 뜨고 바라보니
강가에 늘어진 버들이 하늘을 항해 오르지 못하고
땅을 바라보고 있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아
눈을 감고 있음이 조금은 위안이 된다.
보이는 것들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인간의 육신에 있어서는 눈이 사물을 볼 수 있는데
사름을 볼 수 있도록 뇌에서 명령을 내려야 한다니
또한 인간의 육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말함인데
육신에 있어서 뇌를 움직일 수 있는 순간
명령이 없으면 몸은 이상적 변화
그러한 변화를 느낄 수 없다네
나는 지금 눈을 감고 있으면서 시를 생각하고
시인을 추방해야 한다고 말한 철학자는
진실로 시를 모르고 하는 외침이니
나의 머릿속을 어항 속에 있는
금붕어처럼 사바를 헤엄치고 있음이네
어딘가로 가고 있는 나를 지켜보고 있는 듯이
눈을 감고 있으니, 사막에서 쏟아지는 빗방울같이
내 육신의 몸이 움직일 때마다
뇌에서 명명을 내린다.
움직이지 말라 움직이면 죽는다
열차 레일 속을 보라
잔인한 언어들이란 무엇을 말하고 있느냐
그날에 보았던 사물들이 떠오르고 있어
나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난의 목소리를 생각하니
나는 눈을 감고 있으니 오히려 편안하다.
눈을 감고 있으면 여기가 어디인지 분간 못 하니
지나가는 사물들을 바라볼 수가 없으니
코끼리의 몸을 만지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데
그래도 의식의 저편에서는 나의 몸을 지켜보고 있네
2024년 11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