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마을기자단 정지숙
중랑마을人이란,
중랑구에서 다년간 활동해 온 마을활동가 분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마을활동기를 기록하는 마을기록활동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소개될 다양한 활동들을 기대해주세요 :)
동네N이음지기 전신미 선생님을 생각 할 때는 ‘풀꽃을 닮은 소녀’ 이미지가 항상 떠오른다. 그녀는 양 갈래로 땋아 늘어뜨린 헤어스타일을 하곤 모자를 눌러 쓴 채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누빈다. 전신미 선생님을 한번 만나봤다면 누구든 그녀를 기억하기 쉽도록 선생님만의 분위기를 가지고 계신 분이시다.
전신미선생님의 인터뷰를 진행한, 11월의 한가운데 차가운 어느 날도 그녀는 싱그러운 들꽃의 얼굴로 모임을 이끌고 계셨다. 묵동의 동네N 11월 모임의 주제는 ‘나만을 위한 꽃바구니’ 만들기였는데, 연보라색의 니트를 입고 짙은 보라색의 모자를 눌러쓴 채 꽃들에 둘러쌓은 선생님의 모습은 한 송이 꽃 자체였다.
모임을 진행하며, 기존 모임의 참석자분들과 새로 함께하시게 된 분들이 어색함 없이 서로 화합할 수 있도록, 불편한 부분은 없는지,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살뜰하고 편안하게 챙기셨다.
“10년 동안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면서, 너무나 바쁜 일상에 삶이 고단하게 느껴졌었어요. 문득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어른들과 함께 뭔가를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어서 마을로 들어오게 되었어요.”
포근한 얼굴로 선생님의 삶과 이음지기로 활동하시게 된 계기에 대한 얘기를 이어나가셨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대상으로 상대하다 보니, 막상 이음지기가 되어 성인을 대하려니 녹녹지 않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더욱 많은 분들이 편안하게 동네N모임에 참여하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환대’라는 키워드를 잡았어요. 실제로 ‘환대’라는 글자를 종이에 크게 써 붙이고,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이 서로 열 손가락을 그려주며 앞으로 동네N 모임을 통해서 하고 활동들을 이야기 나눴지요. 그때의 설렘과 마음들이 제게는 크게 닿았고, 앞으로 이음지기로 방향을 설정하는 계기가 된 듯해요.”
모임을 진행하며 고민하셨을 그녀의 무게와 마음이 고운 목소리를 통해 고스란히 느껴졌다.
“얼마 전 진행했던 수제도장 만들기 모임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나만의 수제도장을 직접 만들고, 켈리그라피의 문구에 도장을 찍어 액자로 담아가셨는데, 한 분이 감동적인 표현을 해주셨어요. 고단한 삶 속에 내 속마음을 털어놓기 쉽지 않은데, 심지어 남편에도 털어놓기 쉽지 않은데, ‘나는 이미 빛나고 있어’란 켈리그리피의 글귀에 위로 받는 듯했다며, ‘앞으로 열심히 살아갈 힘이 생기고 의미가 선명해졌다. 모임이 점점 설레고 기다려진다’ 는 표현을 해주셨어요. 이런 분들이 계시기에 모임을 진행하는 보람이 있는 듯해요.”
평소에 경치 좋은 곳에 가서 등산하고 운동하는 걸 좋아하신다는 전신미 선생님은 ‘자연친화적인 활동’들을 통해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가듯, 동N 모임들을 통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신뢰를 가지고 또 오셨으면 한다’며 마을 모임이 작은 위로가 되어드리길 희망하셨다.
“이음지기로 기억되기 보단 동네N 모임의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같은 동네 사람, 같은 참석자로서 평소 동네 사람을 만나듯 편안하게 스며드는 사람이고 싶어요”라며 소박한 마음을 전하셨다.
그럼에도 전신미선생님은 모임에 늘 최선을 다하시는 게 전해진다. 한 번의 모음을 진행하게 되더라도 ‘풍성한 모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한 가지 활동에 또 다른 한 가지 활동을 보태 모임에 참석하시는 분들이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발로 뛰고 섬세하게 신경을 쓰신다.
그런 전신미선생님의 ‘애착’과 ‘환대’ 덕분인지, 모임에 참여하시는 분들의 얼굴들이 유난히 밝고 편안하다. 작은 ‘풀꽃’을 닮은 자연스러운 선생님의 모습이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풀꽃처럼, 선생님의 에너지를 닮아 모임이 유독 활기차다.
묵1동, 묵2동, 동네N모임에는 전선미 이음지기 선생님을 닮은 자연스럽고 싱그러운 만남이 번져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