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소백산....
여행은 언제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모처럼 2박 3일의 집 떠남은
떠남의 설레임 만큼이나 무거움도 함께한다.
있어야 함에 대한 일상과 없어야 함에 대한 빈자리
이 또한 음과 양의 조화인가?
금요일 오후 3시
단양 천동리 소백산 입구
강원도를 돌아서 팬션에 짐을 풀고 가벼운 차림으로 비로봉을 향했다.
초입의 단풍은 보내는 가을이 아쉬운듯
붉다 못해 눈이 아리는 색을 발하고 있다.
만추의 절정이라고 할까?
자연은 이토록 아름다운 색을 우리에게 선물하셧나 보다.
한참을 걸어도 소백산 계곡의 물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맑고 시원한 물길이 힘찬 손짓으로 내려온다.
낙엽과 물소리 그리고 나름대로 생긴 바위들
가을 소풍을 나온 객산객의 맘과 눈을 홀리기에 충분하다.
아! 나는 왜 이작은 정경에도 마음이 아리고 흔들리는걸까?
가을이라서일까?
그냥 이곳에서
아무 생각없이,그리고 TV도,신문도, 모두를 잊은채
한 일주일만 머물고 싶다.
오후 5시가 넘어서자
그토록 기다리던 장엄한 일출이 연출된다.
산과 태양 그리고 구름이 빚어내는 한폭의 동양화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용트림 같았다.
한참을 시선을 고정한채
소백산 일몰에 정신을 빼았겼다.
이또한 놓칠수 없는 정경이였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주목이 앙상한 뼈대만 남겨있는 사이로
산과 일몰의 구름과 태양이 연출하는 장엄함이야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어찌 실감하리요.
항상 자연은 우리의 위대한 스승이였음을 새삼 느껴본다.
6시가 넘으면서 비로봉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1439M 비로봉
고향의 비로봉이지만 40이 넘어서야 올라왔었다.
어릴적 비로봉은 한없이 한없이 높기만한 동경의 대상이였다.
학교를 마치고 갈때쯤 비로봉 , 연하봉의 하얀 설국은
언제나 딴나라의 세상이였음을 생각하면
내가 나이가 든걸까? 좀 큰걸까?
멀리 연화봉과 천문대를 등지고
넘실대는 일몰의 운무속에서
다음의 세상을 생각해본다.
언제 다시 올때 쯤 아름다운 그 모습 그대로와
변하지 않는 나의 이 모습이 함께할 수 있다면.....
허지만 부질없는 욕심이겠지
눈이 시리다 못해 아리게 붉게 물든 소백의 만추를 가슴에 담으며
바람처럼 비로봉을 다녀왔습니다.
단양 천동에서 비로봉까지 왕복 4시간 30분
하산길은 어둠속에 내려왔습니다.
자연처럼 항상 그모습과 그 마음 그대로 살기를 바라며....
갈뫼~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