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나카레니나 영문판 852쪽, 단상 >
안나카레니나 영문판 852쪽 읽기를 마쳤다. 8부로 되어있는 팽귄판 영어책이다. 언제 어디서 구입했는지도 모르는 옆면의 색이 노랗게 변한 오래된 이 책을 우연히 책꽂이에서 접하고 읽기 시작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참으로 기가 막힌 시도였다. 영어 전공을 하고 수 십년 간 영어를 가르쳤던 사람이 1000여개가 넘는 단어를 찾았다. 그 중 반 정도는 아는 단어였지만 반복하여 찾은 단어도 많다. 기억하기에 1,2부는 단어를 찾아가며 즉석에서 읽었다. 3부부터는 한 부씩 전체를 대강 읽으며 단어를 적고 한꺼번에 찾아 다시 읽었다. Daum 사전에서 단어를 찾았던 단어장의 기록을 살펴보니 2017년 12월경에 읽기 시작했다. 한 달 정도 읽다가 바쁜 탓에 중단하였다. 퇴직 후, 2020년 8월경에 다시 시작 2021년 10월 18일에 읽기를 마쳤다. 어느 날은 10여 페이지를 읽기도 했지만 어떤 경우 한 달씩 책상 위에 방치하였다. 한글판을 빌려 대조하여 읽어가며 도움을 받기도 했다. 7부와 8부를 읽을 때는 이 큰 책을 마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자존심이 발동하였다.
읽기를 마치고 나서 이웃 사람들에게 그 큰 대업???과 관련하여 하고 싶은 말의 생겨났다. 안나카레니나 영문판 852쪽을 읽고 난 후 가슴 벅찬 단상?이라고 할까?
먼저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께 드리는 말씀이다. 어린 자녀가 자라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누어있는 것 이외에 하는 일이 없었던 아이가 어느 날 앉고 서고 걷기를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부모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던 그리고 기대감에 차게 했던 수많은 넘어짐이 있었다. 자전거를 타는 일, 인라인을 타는 일, 배드민턴을 치는 일까지 어느 하나 그냥 저절로 되어진 일이 없었다. 말을 이해하는 어려움, 독서, 수학의 산을 넘어가는 과정, 영어 단어를 하나 외우고 말하고 그 긴 문장을 이해하는 과정....어느 하나 쉽게 되어지는 일이 없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위대해 졌다. 부모는 그 과정 중 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고 격려하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다 할 수 있다.
또 교육을 하는 선생님들께 드리는 말씀이다.
선생된 자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지적 성장을 위해 철저한 책임 의식으로 임해야 한다. 가르치고 가르치고 또 가르치고..하게 하고 하게 하고 또 하게 해야 한다. 자신의 전공 과목을 가르치는 방식과 교수법을 꾸준히 개발하고 시도해야 한다. 내가 지금 가르친 아이들이 내 과목에서 최고의 배움을 가질 수 있도록 헌신해야 한다. 교사시절, 정말 열심히 가르쳤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르치는 방법에 있어 좀 더 현명한 시도를 하지 못했던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어쨌든 영어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매 순간 헌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지금도 그 때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있는 제자들을 접한다.
교수님들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대학시절을 돌아보면 자신의 전공과목을 열심히 하도록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르치셨던 교수님들도 있었고, 한 학기 내내 정말 서적의 10여 페이지도 안 가르치시고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마치신 분들도 있었다. 그 때 열심히 했던 영미희곡 같은 과목은 지금도 흥미가 있어 원서를 읽는 경우가 있다.
젊은 시절은 실력을 키우는 시기이다. 관심과 흥미를 배가시켜가는 시기이다. 경험을 극대화시켜야 하는 시기이다. 어린시절 넘어지면서 배운 자전거 타기를 기억해보라. 쉬운 일은 없다. 시대는 날마다 변하고 있는데 나는 제자리에 서있지 않나 항상 성찰해야 한다. 좋아하는 것은 당연히 열심히 하겠지만, 하기 싫은 분야도 필요하다면 도전하고 익히고 배워야 한다. 그 실력이 바로 행복한 미래를 이끌어간다. 나이가 들어 10여 일 걸리는 일이 젊은 시절에는 하루에 마쳐질 수도 있다. 젊음의 도전은 그만큼 가치가 있고 중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 같은 나이든 자들에게 드리는 말씀이다. 에릭 프롬이 <소유냐 삶이냐>라는 책에서 젊은이는 소유를 생각하겠지만 인생은 긍극적으로 삶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 이 나이가 되어 무엇 때문에 그 영문판을 접하고 끝까지 시도했는지 나 자신도 의아하다. 뭐 더 써먹을게 있다고...라는 생각이 그 책을 읽는 동안 자주 들었다. 그러나 7, 8부를 읽을 때는 삶에 대한 밝고 환한 자존감이 내 속에서 계속 빛을 발하였다. 읽기를 다 마친 후의 행복감이란....지금도 그 낡은 책을 보고 있으면 못할게 없다는 자신감이 든다.
나이든 자도 배우고 익히기를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자가 “배우고 익히니 그 어찌 즐겁지 아니하랴?(學而時習之 不亦悅乎!)”라고 했지 않은가? 그러나 그래도 망설여지는 점...젊은 시절 인라인을 배우고 싶었으나 인라인 선수만큼 잘 타던 동료가 팔을 다쳐 몇 달 동안 고생하는 것을 보고 겁이 났다. 인라인을 배우지 못하고 이 나이가 되어버렸으나 이제는 그 일은 안하려한다. 누구 말처럼 이 나이에 인라인을 타다 다치면 완전히 드러 눕게 된다고 하니..
자 결론적으로 말하노니,
젊은이들이여, 배우고 익히는 일에는 이토록 한계가 있으니 모든 것이 가능한 시기에 도전하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시라...젊음이여, 찬양받을 젊음이여...
나이든 자들이여, 천천히 느리게 행복하게 걷는 삶을 선택하여 그래도 익히고 배우고 도전하자고요.
<글 쓴 날 2021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