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숨기셨네요"..'보험금 지급 거부' 피해 막는다

[황용하]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보험가입자의 고지의무 관련 피해구제 신청/사진=한국소비자원

보험회사가 소비자에게 “병력을 숨겼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줄어들 전망이다.

국무총리 산하 소비자정책위원회는 최근 법무부에 보험계약자(소비자) 고지의무 부담 완화를 권고했다. 소비자정책위 권고의 핵심은 소비자가 보험회사 서면 질문에 모두 답변·고지했다면 ‘중요사항에 대한 고지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현행 상법은 소비자에게 보험 계약 시 중요한 사항(병력, 수술 이력 등)을 스스로 판단해 고지하도록 의무를 규정했다. 이때 소비자가 미고지·부실고지 했다면 보험 계약 해지, 보험금 지급 거절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보험 가입 당시 병력이 기억나지 않았거나, 단순 진료라고 판단해 고지하지 않아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정책위는 “보험 상품이 복잡·다양하고, 보험사가 보험 관련 전문성이 높은데도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고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법무부에 개선을 권고했다. 법무부는 이번 권고에 따라 내년 상법 개정을 추진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보험 가입 시 과거 진료 사항, 질병 등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최근 3년 6개월간(2017년~2020년 6월) 소비자원에 접수된 보험가입자의 고지의무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195건이다. 2017년 51건, 2018년 54건, 2019년 55건, 2020년 6월 35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195건을 분석해보면, ‘소비자의 의도하지 않은 고지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피해가 63.6%(124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험설계사의 고지의무 이행 방해’ 17.9%(35건), ‘고지의무 불이행이 보험사고와 인과관계 부족’ 11.8%(23건) 순이다.

보험사가 보험가입자의 고지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한 보험금은 평균 2480만원이었다. 최고액은 3억원에 달했다. 금액대별로는 ‘1000만~3000만원 미만’이 33.6%(46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100만~1000만원 미만’ 24.8%(34건), ‘100만원 미만’ 17.5%(24건) 순으로 나타났다.

<2021-01-03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