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 보면,
일론 머스크의 저러한 태도가 정신 건강에 굉장히 유리한 방식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타인의 말이나 행동을 흘려 넘길 수 있는 유연한 태도
주변 환경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는 단단한 내면
일론 머스크의 저 발언을 혹자는 미움받을 용기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용기란 건, 두려움의 대상을 전혀 개의치 않을 정도로 무감각한 사람을 표현하는 단어가 아닙니다.
원래부터 겁이 없는 사람들을 묘사할 땐 용기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용기는, 겁을 느끼는 사람이 어떤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그것과 정면승부하려는 노력을 할 때 쓰이는 단어이죠.
즉, 미움이 두려운 사람들에게는 미움받을 용기라는 워딩이 맞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원래부터 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미움을 받는 일 자체가 딱히 별거 아닌 일(nothing)인 겁니다.
남들은 대부분 타인의 미움이라는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없는 용기를 쥐어짜내며 살아야하는데
이들은 애당초 타인의 미움 따위 신경쓰지 않으니,
인정욕구에 매몰돼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이러한 무신경함이 마치 슈퍼파워처럼 비칠 수도 있겠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면,
미움받을 용기가 아니라, 미움받을 기술을 통해서
우리도 충분히 타인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미움받을 기술
미움 받아도 상관 없는 것.
남에게 호감 받고 싶은 욕구가 없는 것.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치이고 마음의 상처를 받고 눈치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저러한 특징이 슈퍼파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성격심리학적(BIG 5 성격유형)으로 볼 때,
위와 같은 모습은 우호성이 낮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우호성이 낮은 사람이라 함은 말그대로 우호적이지 않고 이타적이지 않은 성격을 뜻하는데,
이러한 성격의 가장 강력한 특징은 바로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원래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반응하려면 대상과의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야만 합니다.
<심리적 거리의 예시>
나와의 심리적 거리 = 0 (감정적)
가족과의 심리적 거리 = 25 (내 일처럼 느껴짐)
친구와의 심리적 거리 = 50 (신경 쓰임)
지인과의 심리적 거리 = 75 (딱히 신경 쓰이지 않음)
타인과의 심리적 거리 = 100 (아무 관심 없음)
→ 심리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공감력이 떨어짐.
그런데, 우호성이 높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타인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가깝게 느끼는 경향이 있고,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높은 공감능력이라는 특징을 띄게 됩니다.
※ 특히 엠파스(Empath)라고 불리는 극 고 우호인들은 오늘 처음 본 사람의 일도 마치 내 일처럼 느끼곤 한다.
이들에게 있어서 타인과의 심리적 거리는 항상 "최근접 레벨"이기 때문에,
나와 스쳐지나가는 모든 인연들에게 신경을 쓰다가 필연적으로 번아웃이 오게 된다.
한편, HSP(초민감인)도 Empath(초공감인)와 굉장히 유사한 패턴을 지니고 있는데,
이 둘의 차이에 대한 설명은 다음의 링크로 갈음한다.
반면, 우호성이 낮은 사람들은 정반대로, 타인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멀게 느끼기 때문에,
매우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공감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죠.
그래서 우호성이 낮은 사람들일수록 주변으로부터 냉정하다, 차갑다 등등의 비난과 미움을 받는데,
정작 본인들은 주변의 이러한 미움에 상대적으로 무감각한 겁니다.
왜?
애당초 다른 사람들과 심리적 거리가 매우 멀기 때문에, 그만큼 정서적 영향을 덜 받게 되기 때문이죠.
공감능력은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안식을 주지만,
그들의 부정적 감정을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탄식도 같이 준다.
타인이란 존재에 휘둘리지 않는 삶.
결국 관건은 타인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얼마나 잘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특히 심리적 거리 두기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제가 중요한데,
나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치고 날 힘들게 하는 특정 대상만을 표적화하는 것이 필요해요.
※ 나에게 우호적인 사람들과는 가까운 심리적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나에게 비우호적인 사람들에게만 선택적으로 심리적 거리감을 멀찍어 떨어뜨림.
이를 가능케 하는 전략이 바로 폄하(derogation)입니다.
일부러 특정 대상을 무시하고 내리깔면서 그 사람과의 심리적 거리를 강제로 떨어뜨려 놓는 전략이죠.
우리의 뇌가 심리적 거리감을 설정할 때 크게 두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① 친밀도의 정도 : 타인에 가까울수록 심리적 거리감이 멀어짐
② 가치(권력, 능력)의 정도 : 가치가 없을수록 심리적 거리감이 멀어짐
우리의 뇌는 구석기 때부터 생존을 위해 가치있는 대상을 중시하게끔 진화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주변 사람들을 스캔하면서 가치있는 대상을 선별할 수 있고,
그렇게 선별된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심리적 거리감을 가깝게 형성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존에 성공하게 되었죠.
우리가 회사를 다니면서 권력자의 말 한마디한마디에 보람을 느끼고 상처를 받는 이유도,
가치(권력, 능력) 있는 대상에게 심리적 거리감을 가깝게 느꼈던 선조들의 DNA 때문인 셈.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심리적 거리감을 멀게 느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폄하하게 됩니다.
우리는 역으로 가는 겁니다.
높은 공감 능력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이 곧잘 상처가 된다면,
날 괴롭히는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폄하함으로써,
역으로 그 사람들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멀찍이 떨어뜨려 놓는 거죠.
의외로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이 시스템을 잘 구사하곤 하는데,
부모로부터 정상적인 보살핌을 못받는 아이들의 경우,
부모를 중요하게 여길수록(사랑할수록) 부모로부터 받는 마음의 상처가 커지기 때문에,
무의식의 방어기제가 작동, 그들의 뇌가 점점 더 부모를 무가치한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게 심리적 거리를 벌려놓는데 성공하고 나면,
부모란 존재는 그저 재워주고 먹여주는 하숙집 주인 수준으로 격하되면서,
사춘기 즘에는, 돌이킬 수 없을만큼 자녀로부터 잔뜩 폄하되고 무시받는 부모가 됩니다.
만약 가족 사이에 냉기가 돌고 상호간에 무시를 하는 일이 습관화되어 있다면,
그동안 서로에게 행했던 상처가 되는 말들과 날선 행동들의 결과물일 수도 있단 거죠.
특정 대상에 대한 무시와 폄하가 반복되면,
일정 기간동안은 나도 같이 상대방을 미워하게 되지만,
심리적 거리감이 100에 가까워지게 되면,
미움조차도 희미해지면서 완전히 무관심해지는 순간에 이르게 됩니다.
이건 마치 사이 나쁜 부부가 서로를 미워하며 싸우다가,
어느날부터 외박을 하고 들어온 상대방을 보면서도 완전히 냉정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게 되는 것과 비슷한 상태랄까.
이 정도 수준이 되면 비로소 타인의 미움을 의연하게 넘기는 기술을 마스터했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오...? 최근 2-3년간 약간 이런모드로 살았더니.. 그어느때보다 건강해진 느낌이었는데 (그렇다고 막산거도 아니에욬ㅋㅋㅋ) 너무 과하지만않다면 좋은거같아요!
+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 더 좋아함을 표현하고있음돠 ㅎㅎㅎ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신경쓸 에너지 방향을 좋은 사람들에게 향하고있어요.
오늘도 넘 글 잘 읽었어요!!! 늘 감사합니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좋은글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