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설」
좌선의 방법과 그 필요에 대하여
종사주 좌선의 요의를 설하옵시니 가라사대,
「좌선의 방법으로 말하면 극히 간단하고 수월하여 아무라도 능히 행할 수 있는 것이다.
제일 첫째, 반좌로 단정히 앉은 뒤에 허리와 머리를 곧게 하고 전신의 힘을 툭 부리어 아랫배(단전丹田)를 약간 불리는 듯 하고, 상부의 기운을 순순히 아랫배로 내리우며 마음으로는 아랫배 기운 주해 있는 것만 대중잡고 있으면 자연히 들이쉬는 숨은 길고 강할 것이요
내 쉬는 숨은 짧고 미(微)하게 되며, 이와 같이 오래 행한 즉 아랫배가 점점 단단해지며 수승화강이 되어 맑고 윤활한 침이 혀줄기 밑과 양협(兩頰) 아제(牙際)로부터 계속하여 날 것이니, 그 침을 입에 가득 모아 삼키고 삼키면 몸이 윤택하고 정신이 청쾌하여 자연히 밝은 혜광을 얻으리라.
그러나 진속(塵俗) 사무에 복잡하게 지내던 그 정신과 육신을 갖다가 처음으로 좌선에 들면 전신이 개이고 아프며 번뇌와 난상(亂想)이 수없이 일어날 것이요,
혹 졸음도 오며 혹 현기 두통도 날 것이니, 공부하는 자는 마땅히 그 번뇌 난상이 일어나는 것을 성가시지 말고 가만히 그대로 둘지며, 또 졸음이 온다 하여도 그것을 깊이 염려하지 말고 자주 새로운 정신을 가다듬을 것이며, 만약 현기 두통이 심해서 몸이 곤란한 지경이거든 반드시 얼마간 휴선하였다가 원기가 완실한 뒤에 또다시 계속하라.
그리고 좌선 중 절대로 이상한 기틀과 기교한 표증(表證)을 원하고 구하지 말지며, 그러한 것이 혹 나타난다 할지라도 조금도 심두에 걸지 말고 심상히 간과하라.
이대로만 하면 반드시 수양에 위대한 힘을 얻으리라.
요컨데 사람의 육근기관이 모두 상부 두뇌에 있으므로,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여 그 기관을 운용할 때마다 전신의 화기가 뇌부(腦部)로 집중하여 만신(滿身)의 수기(水氣)를 끊이고 태우나니, 저러한 기차나 비행기의 유(類)가 수화의 기운이 아니면 동하지 못하는 것과 같이 사람도 만약 수화의 기운이 아니고 보면 한 터럭과 한 손가락도 움직일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무시로 그 기관을 운용하여 온 몸의 수기를 졸이고 보면 필경은 육체상에 무슨 고장이 생하든지, 정신상에 어떠한 이상이 생하든지, 반드시 이러한 변괴가 나게 된다.
보는 것도 심상히 보고, 듣는 것도 심상히 듣고, 말하는 것도 심상히 말하고, 생각하는 것도 심상히 하여 별로 주의가 없이 건성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오히려 그렇지 아니하지마는, 만약 범사에 상당한 주의가 있게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는 일을 오래 계속하고 보면 화기가 위로 오름이 아주 길이 나서 걸핏하면 상부 두뇌로 집중하여 맑은 정신을 덮나니, 그런고로 노심초사하여 무엇을 생각할 때나 또는 안력을 써서 무엇을 세밀히 보거나,
소리를 높혀 무슨 말을 힘써 하거나 이러할 때에는 반드시 얼굴이 붉어지고 입속에 침이 마르지 않는가?
그것은 화기가 위로 오른 형상이니라. 그렇게 되면 자연 두뇌가 무겁고 혜두(慧頭)가 매(昧)하며 기억력이 감퇴되나니, 이 좌선의 요지는 오직 육근의 기관을 돈연(頓然)히 쉬어서 화기를 아래로 내리고 수기를 위로 올려서 안심안정이 되도록 함이라.
전신에 수기가 충만하면 정신이 자연 맑아지고 희노애락의 경계를 대해도 망동(妄動)함이 적으리라.」하시더라.
<수필인 미상/ 월말통신 제2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