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북한산성 산책
22, 11, 15
가을의 끝자락에 북한산성을 걸었다.
이전에는 산성입구에서 대남문으로 올라가
데크길이 많은 구기동으로 하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많이 걷는 것이 아니라
걷기도 하고 쉬기도 하며
눈길이 가는 대로 사진을 담고 싶었다.
북한산성 입구에는 가을을 뽐내듯
아름다운 단풍이 반겨주었다.
그러나 좀 더 올라가니 갈색 낙엽 세상이었다.
산길을 가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카메라가 좋은 매개체로 연결해준다.
카메라를 든 외국인 아가씨가
손짓으로 불러서 가까이 가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았더니
검은 바탕에 노란 줄이 있는 거미가 예쁘다고.
오르내리며 두세 차례 만났는데
그 때마다 저기가 찍은 것을 보여준다.
가장 놀라운 만남은 노 할머니와 만남이었다.
혼자서 산길을 내려오기에
어디까지 다녀오는 길이냐고 했더니
의상대까지 다녀온다고....
그 산길을 혼자서 다녀오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해서 연세를 물어보았다.
87세란다, 놀라웠다.
엄청 난코스로 알려져 있는데...
지례 겁을 먹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코스인데,
무리하지 않고 힘이 미치는 대로
걷다가 쉬다가 천천히 걷는단다.
원효봉과 백운대 그리고 노적봉
단풍 대신 물소리인가
세찬 물소리가 들려서 계곡으로 내려갔다.
얼마나 맑은지
얼마나 시원하게 들리는지
계곡에서 먹이를 찾아 잠수하는 오리들
계절에 상관 없이 싱싱한 이끼
자연이 그린 멋진 수묵화
산영루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하산했다.
낙엽 진 산길을 둘이 같이 걸었다.
맑은 공기, 싱그러운 바람과 푸른 하늘
그리고 숲에서 나는 향기
값 없이 누리는 축복으로 가득한 산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