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의 수목 체험… 울릉분재식물원
“조형물 70여 점 울릉도 특징 살려”
울릉도 해안선과 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해안관광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야트막한 언덕 위에 약 1만3200㎡ 규모로 지어진 ‘울릉분재식물원’(원장 박경원)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바다와 인접해 있어 일반적인 식물원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울릉도 천혜의 자원인 바다를 정원으로 펼쳐놓고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수목을 비롯해 다양한 수생식물과 폭포, 지리산노고단을 축소시켜 놓은 흙산 등 여러 가지 테마로 관광객의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또 희귀분재 350점과 울릉자생분재 350점 등 모두 700여 점의 분재가 전시돼 있다. 분재수령도 100~500년 된 수종이 37점에 이르고 있으며 수목의 70%가 울릉도산일 정도로 신비의 섬 울릉도의 자연을 잘 다듬어 놓았다.
이 중 1200년산으로 추정되는 주목나무는 울릉도의 역사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가장 큰 연장자이며, 울릉도 최고령 노고송도 그에 못지않게 식물원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밤에 빛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섬개야광나무는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희귀수종으로 천연기념물 51호 멸종1급으로 지정돼 있다.
분재 외에도 각종 서예작품과 조각품 감상도 즐길 수 있다. 특히 울릉도 화산석으로 꾸며진 조형물 70여 점도 함께 전시해 수목과 돌로 대표되는 섬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 놓았다.
식물원 내에는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를 설치해두고 있어 아름답기로 유명한 울릉도의 일몰을 감상할 수 있게 꾸며 놓았다. 매년 10~12월경이면 오징어조업 선박의 불빛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한편 인근에 3곳의 자연폭포가 있어 인간과 자연이 함께 동화할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해 놓았다. 이외에도 관광객의 편의를 위한 숙소도 마련돼 있다. 약 33㎡의 소박한 규모로 이뤄진 콘도는 자연훼손을 막기 위해 자연친화적 공법으로 지어졌다. 콘도 내부는 안에서 식물원과 바다를 볼 수 있도록 둥근 통유리를 넣어 그 운치를 더한다.
울릉분재식물원을 찾는 관광객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시설이 현재 시공 중에 있다. 커피숍과 식당 등의 시설이 완공되면 식물원 앞에 위치한 몽돌해수욕장과 더불어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완비된 종합 관광지로 거듭나게 된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30분에 한 대씩 버스운행이 이뤄질 계획이어서 분재와 함께하는 테마 울릉여행으로도 고려해볼 만 하다.
박경원 원장은 "식물원에서는 여름철 해수욕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분재감상과 음식, 숙박도 가능한 쉼터"라며 "앞으로 종합문화관광단지로 만들어 관광객의 편의를 높이는데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인·이주형 기자
문의 054-791-9922 팩스054-791-8765, 011-816-1195
주소 울릉군 북면 현포2리 138
“남은 반평생은 자의로 살고 싶다”
박경원(사진.47) 울릉분재식물원 원장은 20여 년간 해양경찰로 근무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현업인 분재식물원장으로서의 역할은 물론 나무 조각과 서예, 그림도 직접 그리는 등 울릉도의 새로운 명물로서 자리 잡고 있다.
그가 불과 얼마 전까지 해양경찰로 일하다가 그 일을 그만두고 울릉도에 분재식물원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만류는 그가 상상했던 이상이었다. 박원장은 "돌밭인 이곳에 분재식물원을 조성할 때 가족인 아내는 물론 주위 사람들로부터 미쳤다는 소릴 많이 들었다"고 한다.
또한 "식물원을 조성하면서 행여 다른 식물원의 모습을 따라 갈까봐, 식물원 견학을 자제했다"고 말할 정도로 식물원에 대한 커다란 애착을 갖고 있다.
황무지와 다름없던 돌밭에 식물원의 모습이 들어서면서 싸늘했던 주위의 시선도 크게 변했다.
박원장은 "처음에 미쳤다고 했던 사람들이 '황무지를 옥토로 가꿔왔다'며 이제 울릉도에 또 하나의 명소가 생겼다고 하더라"며 말했다.
식물과의 대화로 아침을 연다는 그는 방문객이 오면 울릉도 식물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자랑을 늘어놓는다. 이 때문에 이곳을 한 번 왔다 간 방문객들은 울릉도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분재식물원을 꼽는다.
낮에는 식물원 원장으로서의 삶을 산다면 밤에는 붓과 먹, 끌과 망치를 들은 예술가 박경원으로 다시 태어난다. 끌과 망치를 이용해 나무 조각 작품을 만들고 붓과 먹을 들고서는 자신이 개발했다는 '민체 진흘림' 서체 쓰기에 온갖 열정을 쏟아 붇는다. 그의 취미 덕분에 식물원 곳곳에서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조각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예술적 기질로 인해 포항에 있는 가족들의 얼굴을 보기 힘든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 어떤 수심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박원장은 "앞으로 울릉 야생식물을 더욱 보완해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재식물원을 만들어갈 계획"이라면서 "반평생 타의로 살았다면 이제 남은 반평생은 자의로 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원장은 “내년부터는 분재와 수목의 감상뿐만 아니라 직접 분재를 만드는 체험을 통해 학습적인 부분에도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형 고목나무로 문자 조각한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혀 울릉분재식물원을 예술분재식물원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