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10시. 청와대 앞에서 위험에 처한 아들을 구해달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막 끝낸 권청자(63)씨를 만났다. 그녀의 아들 김학철(35)씨는 중공이 금지한 파룬궁을 수련한다는 이유로 4년째 길림성 스핑(四平)시 스링(石嶺) 감옥에 감금되어 있다. 이젠 일상이 되어버린 아들 구명을 위한 청와대 앞 1인 청원활동도 7개월 째 접어들었다.
중국에서 1억 명이 넘게 수련했던 심신수련법 파룬궁은 1999년 중국 공산당이 탄압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3천여 수련생이 박해를 받아 사망했다. 하지만 이것은 신원이 확인된 공식집계일 뿐 정확한 숫자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게 파룬궁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내 아들은 ‘장기적출 대상 1호’
감옥에 들어가기 전 그는 다른 수련생들과 마찬가지로 영문 모를 혈액검사를 했다. 명분은 건강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수감자들 중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들은 제가 걱정할까 봐 나중에야 말하더군요. 사실 자신도 혈액검사를 받았고,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아들이 곧 풀려날 수 있다는 희망도 사라지더군요.”
중국에서 사형수들로부터 장기를 떼 내어 팔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지난달 28일 영국 BBC방송은 중국내 한 병원 관계자가 “죄수들이 ‘사회에 대한 선물’로 장기 기증을 자원했으며 10월 1일 국경일을 앞두고 처형이 늘어 장기가 남아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말하는 소위 ‘사형수’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데 있다. 그들이 말하는 ‘사형수’ 중에는 공식적으로 처형된 사형수 외에 김학철씨와 같은 파룬궁 수련생이나 탈북자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그룹을 구별할 수 있는 시스템은 현재 중국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있다 해도 극비문서로 간주되어 알 수가 없다. 처형된 사형수들조차도 이들이 정말 장기 기증을 자원했는지 강요당한 것인지 현재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지난 7월, 전 캐나다 아?태 담당 국무지원장관인 데이비드 킬고어와 데이비드 메이터스 변호사는 중국 노동 교양소와 36개 비밀 수용소에서 파룬궁 수련생, 중죄인, 정치범에 대해 생체장기 적출이 자행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중국 현지 병원에 전화해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보고서 조사자들이 지난 5월 광시(廣西) 자치구 난닝(南寧)시 민족병원의 한 의사와 전화 통화한 내용으로 ‘중국 파룬궁 수련자 장기적출 의혹 조사보고서’(이하 ‘보고서’)에서 인용한 글이다.
M: 파룬궁 수련자에게서 나온 장기도 구할 수 있나?
닥터 루(盧): 내가 말한다면, 그것을 구할 방도가 없다. 지금 광시지방에서는 아주 어렵다. 기다릴 수 없다면 광저우(廣州)로 가는 것이 낫다. 거기에선 장기를 구하기가 아주 쉽다. 그곳에서 전국적으로 알아볼 수 있다. 그들이 간이식 수술을 하니까 당신의 신장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겐 아주 쉬운 일이다. 많은 지역에서 장기가 부족하면 그곳에 도움을 청한다.
M: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쉽게 구할 수 있나?
루(盧): 그곳이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든 대학병원을 대표하여 사법계통과 접촉을 한다.
M: 그러면 그들이 파룬궁 수련자 장기를 사용한다는 말인가?
루(盧): 그렇다.
M: … 전에 사용한(파룬궁 수련자 장기) 것은 간수소(看守所)에서 나온 것인가, 감옥에서 나온 것인가?
루(盧): 감옥이다.
M: … 그러면 건강한 파룬궁 수련자…?
루(盧): 그렇다. 우리가 하는 수술의 질을 보장해야 하기 문에 양호한 것을 선택한다.
M: 그러니까 직접 장기를 선택한다는 뜻인가.
루(盧): 그렇다
M: 보통 장기 공급자의 나이는 어떻게 되나?
루(盧): 보통 30대이다.
M: … 그러니까 직접 감옥으로 선별하러 가는 것인가?
루(盧): 그렇다. 우리가 장기를 선별해야만 한다.
M: 선별된 사람이 채혈을 거부하면 어떻게 하나?
루(盧): 확실하게 할 수 있다.
M: 어떻게?
루(盧): 방법이 있다. 뭘 걱정하나? 이런 일은 당신이 걱정할 바가 아니다. 그들은 방법이 있다.
M: 그 사람은 본인의 장기가 적출된다는 사실을 아는가?
루(盧): 아니, 본인은 모른다.
베이징 당국의 주장에 따르면, 중국의 장기이식 건수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장기이식학회’ 주임 천스(??)는 올해 6월 기자 회견에서 2005년 한 해 중국의 장기 이식은 이미 1만 2천 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6년 전 중국의 장기 이식 건수는 단지 1백여 건에 불과했다.
중국인의 장기 기증에 대한 태도가 보수적이라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 문화는 온전한 시체를 중시하기 때문에 사후 장기 기증을 원하는 사람이 매우 적다. 이는 같은 문화권에 속하는 한국과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난 6년 동안 중국의 장기 이식의 건수가 수십 배로 급증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장기들은 어디에서 난 것인가?
이에 대해 ‘보고서’는 1992년에 시작된 파룬궁 탄압 이후 사라진 실종자들이 생체 장기매매의 표적이 되고 있음을 밝혔다. ‘보고서’의 이러한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숱한 파룬궁 수련생들이 중국에서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기 때문이다.
파룬궁 수련생들은 자신이 공안에 체포되거나 감옥에 갇히더라도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중공당국이 실시하는 극심한 연좌제 때문인데 만약 신분이 밝혀질 경우 가족들은 물론 친지들까지 직장에서 해고당하거나 사회적인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다. 이는 파룬궁 수련생들과 그 가족들의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결과를 낳았다.
‘보고서’가 지적하는 것처럼 이들은 강제 수용소에 끌려가 언제라도 장기적출을 당할 수 있는 ‘생체장기공급원’이 될 위험에 처하는 것이다. 실제로 김학철 씨처럼 감옥에 감금되어 있는 경우 어느 한 사람이 간수에게 불려나가면 그가 출옥하는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는지 동료 수감자들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한다.
권씨는 “현재 중국의 상황으로 볼 때, 자의로 장기기증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설사 있다고 해도 아주 극소수입니다. 그런데, 장기기증을 하는 사형수는 너무도 많습니다. 이건 장기적출이 강제로 자행되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고 설명했다.
권씨는 아들 학철씨가 장기 이식 구매자와 공급자 모두가 선호하는 신선한 장기를 가진 30대 남자라는 점에서 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신선한 장기를 이식받는다고 합시다. 그들이 질 좋은 장기를 이식받을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을 때, 제 아들과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장기를 강제로 적출 당하게 되는 겁니다. 만약 우리 아이와 혈액 성분이 맞는 사람이 장기를 원하기라도 한다면……. 이런 끔찍한 일이 어떻게…… 세상에 있을 수 있는지…….”
한국장기이식협회의 통계수치에 따르면, 중국에서 장기이식을 받은 한국인은 99년 2건에서 2003년엔 74건, 2005년 8월 말 현재 124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인터넷 카페에서는 구체적인 장기이식비용까지 제시하면서 전화번호 3개의 ‘한국부’까지 별도로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권씨는 자신이 매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것에 대해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어떤 사람이 지나가면서 중국의 일인데 왜 한국에서 말하느냐고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 가서 이 사실을 떠든다 한들 누가 들은 척이라도 하겠습니까. 사실 중국공산당 집권 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국제사회와 한국정부에 알리고 만행을 저지해 달라고 청원하고 있을 뿐입니다.”
“학철이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장기적출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자 격려해 주는 사람도 많았고 지지해 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미 서초, 도봉, 용산, 마포, 동대문, 성동구 의회에서 구명운동을 지지해 주셨고, 김학철 구명대책위원회와 자원봉사자들도 매일같이 여러 단체와 언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정말 세상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놀라워했다고 한다. 서울시 한 구의회 의장은 “이 일은 인권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국경을 떠나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녀에게 희망을 심어주기도 했다.
김학철씨를 비롯한 비밀수용소 및 감옥에서 장기적출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서명인원도 전국적으로 9월 21일 현재 7천4백여 명을 넘어섰다. 서명은 김학철구명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hckim.net)나 대책위 전화(02-598-3780)로도 할 수 있다.
전국서명 인원수: 7422명 (9월 21일 현재) | 인터넷서명 총 233명 서명
김학철씨 어머니의 호소문
저의 아들을 구해주십시오.
제 아들은 올해 35세이고 대학을 졸업한 후 중국 길림성 장춘시 "길림정다 유한회사"에 근무하던 중 파룬궁을 수련한다는 이유로 장춘시 중급인민법원에서 10년형을 판결받고 지금까지 길림성 스핑 감옥에 감금되어 있습니다.
2003년 2월 28일, 매복해있던 사복공안들이 아들을 무단납치하여 비날봉투를 머리에 씌어 질식시키고 수갑을 채워놓고 구타하는 등 우리아들 학철이는 온갖 고문으로 몇번이나 기절하였습니다.
장춘시공안국과 차오양분국의 공안들은 학철에게 잔혹한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강요하며 아들을 의자에 묶어놓고 전기봉으로 음부와 예민한 부분을 지져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게 하였으며 비닐 봉투를 머리에 여러 번 씌워 질식시켰으며 양팔을 등 뒤로 수갑을 채워 매달아 놓고 구타하여 두 팔 이 부러졌으며 잔혹한 고문으로 수차례나 기절하였습니다. 수갑은 손목을 파고들어가 지금껏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김학철씨를 비롯한 파룬궁 수련생들이 중국 수용소에서 당하는 각종 고문 사례)
현재 중국 내 36곳의 비밀수용소에서 산 사람을 마취도 하지 않은 채로 장기를 적출하여 매매하는 비인간적인 만행이 해외에 보도되자 중공 당국은 증거인멸을 위해 대량학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철이를 비롯해 비밀수용소에 남아 있는 다른 파룬궁 수련생들의 목숨이 위급합니다.
저의 아들과 무고하게 박해받고 있는 사람들을 구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