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첫번째 만남에 늘 적용하는 원칙이 있다.
첫째는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둘째는 판단하지 않고
셋째 대상이나 상대가 가진 것을
있는 그대로를 먼저 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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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사람을 볼때나
사물을 볼 때뿐만 아니라
미술작품을 볼 때도 음악을 들을 때도
음식 맛을 볼 때도 모두 일관성있게 적용하고 있다.
17살 때부터 내가 벌어 공부한다고
사회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어쩔수없이 만나고 엿본 후,
다시 유럽으로 이주한 후,
40여 개국을 여행하고 이들과 3개월 이상을 살면서
어쩔수없이 갖게된 사람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과
규정성이 내 몸이 쌓이고 말았다.
이 것을 경계하는 뜻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이 습관을 몸에 익히기 시작한 것은
사실은 15년 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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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습관을 생활화한 것은
미술사를 지도하면서부터다.
첫째는 미술에 대한 해석은 사실 개인적 의견일 뿐이고
특히 19세기 이전미술품이나 유품에 대한 해석은
후대에 미술사가나 큐레이터 등 그들의 단지 의견의 종합이나
결집일 뿐인데...
그것이 진실이나 사실처럼 생각하고
마치 교과서 해석을 하듯이 바라보는 일종의 미술 맹들의
무지와 그것을 생계로 이용하여
더욱 무지로 계도하는 가이드와 미술해설자의
무식함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사실은 더욱 절실하게 나부터
그런 습관을 고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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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을 놓고
보는 시각이나 눈을 열어주지 않고
개인적 의견이나 시각이 뜨기도 전에
이건 이래서 이런 것이다-라고
자신있게 미술을 설명하고 그 앞에서 고개를 끄덕거리며 탄복하는
장면을 보면 정말 우습기보단 비극적인 한 편의 코미디 같다.
미술관에서 제일 형편없는 관객은 자신의 눈이나 느낌을 사용하지 않고
가이드의 설명대로 따라 보고,
따라 생각하고
따라 판단하는 쭉정이 같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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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자신의 소중한 눈은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고
멀리까지 왔다 빈머리와 빈 느낌으로 돌아간다.
그래 나중엔 무엇을 봤는지도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남의 설명만 머리 속에 잔뜩 고여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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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약은 채 하는 사람들이
미술품 앞에 서서 그 본질이나 작품을 만나고 보기전에
제목과 설명을 먼저 읽는 사람들이다.
무엇을 하기 전에 자료를 찾고
상대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조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중요한 것이 만나는 순간 그것은 참고로 하거나
아니면 뒷전으로 물려놓고
상대나 사물을 먼저 있는 그대로를 먼저 봐야 하는데--
선입견으로 덮여 씌어 자신이 판단하고 직감할 수있는
기회를 놓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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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미술품 앞에서 설명을 먼저읽고 미술을 보게되면
그 설명에 미술품을 맞추거나 비교하고 판단하게 되
자신이 고유한 시각이나 독창적인 눈으로 볼 수있는 유일한 만남의
기회를 빼앗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렇게 미술품을 만약 본다면
결국 남의 눈과 남의 설명과 남의 판단으로 본 것이지
자신이 본 것이 아닌 것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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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을 함몰한 상투성과
창의력의 빈곤과 부재는 바로 이런 방식의 눈 사용법으로
쉽게 습관화되고 만다.
이상하게도 한국인들은 생각하다 만다,
어느 정도까지는 사고를 하는데 일정한 곳에 도달하면
머리는 멈추어 버린다.
원효이후로 단 한 사람의 사상가와 철학가도 배출해내지
못한 것이 바로 이런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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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란 자신의 온전한 눈으로 대상과 사물과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있는 그대로 보기,
이것이 바로 직관하기다.
노스님의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라는 일갈도
있는 그대로를 보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지적체계나
판단으로 보는 습관 때문으로
상대에 대한 오류는 물론 사물에 대한 그릇된 지식이나
편견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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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술사를 오랫동안 연구하고
상식을 넘는 정보를 축적하고 있지만 사실 미술작품을
대면하는 순간 내가 가진 정보나 지식이 그 미술작품이 가진
것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비우고 머리를 먼저 머리부터 비운다.
장 미셀 바스키야를 보러 전시장에 들어설 때 나는
순간 그에 대한 사전지식이 나오지 않도록 차단하고
빈마음으로 보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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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 처음으로 대면한 미팅 자리가 3건이 있었고
모두 7사람을 각기 다른 장소에서 만나
차를 마시기도 하고, 식사를 하기도 하고
술을 가볍게 몇 잔 마시기도 했지만-
역시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빈마음으로 만나고
또 빈 마음으로 돌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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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대를 내 마음 안에 얹는
부담스런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순간은 예의를 갖추고 할 수 있는 한은 다하지만
인연이 닿는다면 또 만나는 것이고
또 다시 만나면,
그 사람들은 다른 위치에서 다른 판단을
가지고 살 것이 틀림없는데--상대를 판단하고 선입관을
갖는다는 것이 한시적으로 그 사람을 붙박히 하고
내 머리를 고정화시키는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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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미셀 바스키야를 이번 전시회에서 만날 때도
어김없이 있는 그대로를 먼저 보았다.
버리고 만난 선지식들 -->
1. 최근 경매에서 팔린 이 그림 1천 2백 4십8억원이란 천문학자 금액이 과연 거품인가?
2. 미디어의 장난이 아닌가?
3. 장 미셀 바스키야는 당시 언론의 보도한 대로 앤디 워홀의 마스코트가 아닌가?
4. 고등학교도 안나온 홈리스 청년이 낙서 같은 그린 그의 치기어린 그림이 과연 미술로써 가치가 있는가?
이런 것들이었고 나는 그것을 버리고 전시장에 들어섰다.
(일본인에게 1248억원에 팔린 그림)
이 가격이 일단 허상이나 미디어 장난이 아니었고 받을 수 있는 미디어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Jean-Michel Basquiat, Self Portrait, 1984. Courtesy: The Estate of Jean-Michel Basquiat, licensed by Artestar, New York
그의 공간 다루는 능력과 탁월한 조형의식에 대해서 일단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결코 앤디 워홀의 마스코트가 아니라 조형의식이나 재능은 앤디 워홀을 능가할 정도의
미적감각과 균형을 완벽하게 작품으로 뿜어내고 있었고, 단지 미술사적 가치만 뒤져 있을 뿐..
미술이란 조형적가치를 본다면 앤디 워홀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미의식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 미셀 바스키야 , 피카소
그의 작품이 품어내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 까?
아래 그림 들 속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가 있다.
카페 회원들은 한번 어떤 답인지 조형언어를 스스로 건져보는 것을
이 기회에 이 그림들을 보고 키워도 좋을 듯 하다.
Jean-Michel Basquiat, A Panel of Experts, 1982. Courtesy: The Montreal Museum of Fine Arts, ⓒ The Estate of Jean-Michel Basquiat, licensed by Artestar, New York; photograph: MFA, Douglas M. Parker
Jean-Michel Basquiat, King Zulu, 1986. Courtesy: Museu d’Art Contemporani de Barcelona, ⓒ The Estate of Jean-Michel Basquiat, licensed by Artestar, New York; photograph: Gasull Fotografia
첫댓글 선생님의 글이 매우 반갑습니다. 자화상이 넘 좋아요.천재입니다.
바스키야를 좋아해서 올려주신 작품 감상이 오늘 하루가 뜻있습니다.
손의 필력이나 천부적인 화면구성이 정말 걸림이 없는 자유영혼의 소유자입니다.
자유 영혼?.
감사합니다.건강하십시요.
반갑습니다.
자유영혼이라는 것이 그의 예술이 기폭제가 된 것은 의심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한편 자유영혼이라는 것은 많은 예술가의 기폭제가 된 것은 의심할 수없고
요즘 젊은 친구들이 이것을 갖고 유희하는 것을 많이 봅니다만
대부분 유희로 끝난 것이 어떻게 바스키야는 이것을 조형언어화 했는가가 키포인트 인 것 같습니다.
아침에 문득 바스티야 그림으로 한권의 책을 써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닐 정도로
27살에 8년도 안되는 작업과정이지만 한 권의 책이 나올 정도로 생각이 많네요.
행복한 연말 맞으시고...신년에 기쁜 일 그득하시길 빕니다.^^
저도 설명부터 보고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사람 중의 하나인데ㅠ 앞으로는 설명을 듣고 설명을 보기보다 먼저 눈으로 그림과 만나야겠어요!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