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연 신부님 '행복특강' /pbc]
어떤 분은 돌아가실 때 가족들 모아 놓고 이런 말을 하더래요.
"얘들아, 나는 너희가 처음에 자전거 배울 때를 잊을 수 없다.
내가 뒤에서 잡아주다가 처음으로 혼자서 탈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뒷모습을 보면서 아빠는 참으로 행복했단다."
또 제가 아는 분은 지난번에 아들 둘하고 스페인을 가서 산티아고 600Km를 걸었어요. 한 달 동안..
그거 제가 보기에는요, 나중에 죽을 때.. "그때 너희들과 함께 걸을 때 너무너무 행복했어~"
여러분,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때,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을 같이 나눌 때.. 멋있게 죽는 거예요.
안 죽으려고 이리 도망다니고, 저리 도망다니고..
죽은 건지 산 건지도 모르고..
그러다가 죽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돌아가실 때.. "고맙습니다. 사랑하십시오."
참 멋있게 돌아가시잖아요?
여러분도 제발 좀.. 돌아가실 때 멋있게 돌아가세요. ^^
죽을 때 좀 멋있게 죽어야 해요~~
제가 지난 6월에 필라델피아에 강의를 갔었어요.
강의 끝나고 버지니아로 옮겨갈 때 기차를 타고 가려고 했더니
어느 40대 부부가 "저희가 모셔다 드릴게요." 하면서 승용차로 태워준 분들이 있었어요.
그 부부는 프레첼 가게를 하는 사람들이었는데, 프레첼은 밀가루에다 소금을 넣어서 구운 빵이에요.
하나에 300원이고 그걸 5개씩 묶어서 파는데, 필라델피아에는 흑인이 많이 삽니다.
그걸 먹고 허기를 채우는 거예요. 우리 김밥처럼..
"가게는 어떻게 하고 나를 데려다 주려고 하세요?" 했더니
직원들이 알아서 할 거라고,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몇 시간을 함께 차를 타고 가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는데
정말 기가 막힌 이야기를 하나 들었습니다.
그 가게에 하루는 완전히 늙은 흑인 한 사람이 찾아왔대요.
그리고 프레첼 300개를 주문하는데.. "내일 가지고 가실 겁니까?" 물었더니
"아뇨, 오늘 가지고 갈 겁니다." 하더래요.
"그럼 두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 기다릴 수 있습니까?"
기다릴 수 있다고 하더래요.
그러자 직원들이 막 눈치를 주더래요. 미국은 다 예약문화거든요.
그래도 돈 벌고 싶은 욕심에 그 프레첼을 부지런히 구웠대요.
그래서 300개를 구워서 주면서, 뭐 하려고 그러냐고 물었더니
학교 수위인데.. 학생들 주려고 그런대요.
그런데 다음 주에 오더니 또 300개를 주문하더래요.
짜증이 나더래요.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이 바쁜 와중에 또 300개를 주문하네~
당신, 기다릴 수 있느냐? 기다릴 수 있다고 하더래요.
300개를 구워서 주었더니..
다음 주에 또 와서, 또 300개를 구워 달라도 하더래요.
그래서 물어봤대요. 이름이 뭐냐고? 윌리라고 그래서..
미스터 윌리, 미국은 예약문화인데 당신은 예약도 안 하고 왜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하느냐?
그랬더니 그 늙은 흑인이.. 나는 예약을 할 수가 없다.
왜 예약을 못 하냐?.. 지금 암에 걸려서 내일 죽을지, 모레 죽을지 모른다..
그런데 내가 어렸을 때 프레첼 빵을 먹고 허기를 때웠다..
그런데 내가 수위로 있는 학교에도 아침을 못 먹고 오는 아이들이 참 많다..
그래서 내가 마지막으로, 죽기 전에 그 아이들에게 주고 싶어서 그런다..
학교 심부름 아니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마지막으로 내 돈으로 아이들에게..
300달러나 되는 돈으로 사서 계속 나눠주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예약을 할 수 없다."
그리고는.. 다시는 안 왔대요.
이렇게.. 죽을 때 멋있게 죽는 사람들도 있어요.
저는 여러분도 죽을 때 좀 멋있게 죽었으면 좋겠어요.
어디 선물을 좀 주고 죽던지..
가족들하고 멋진 추억을 나누고 죽던지..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요양원 침대에 올라가는 순간, 아무리 큰 집을 소유하고 있어도, 아무리 많은 돈을 통장에 가지고 있어도..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다. 살아온 기억만이 내 것이다." <원주 현각스님 / 요양원 운영>
(그래서 예금이 내 돈이 아니라 쓴 돈만 내 돈이라고 하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