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 갔는데,
면접관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무명자 씨는 여행과 놀러 가는 것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실 건가요?
여행의 목적
얼마 전 저 질문을 들었을 때,
생전 처음 해 보는 생각이라 순간 멍청해졌더랬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죠.
내 여행은 어떤 식이었지?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뭐지??
최근 제 여행을 되짚어보니,
좋아하는 곳에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여러가지 구경하고 놀다 오는 여행이 대부분이었더군요.
즉, 제 여행 = 놀러 가는 것이었죠.
머리속이 대충 정리되고 나니, 이 질문을 던진 당사자의 생각이 궁금해졌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여행과 놀러 가는 것의 차이가 뭐죠?"
낯설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세상과 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자주 나누던 대화 주제가 떠올랐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여행이 딱히 재미없어져.
어렸을 때 여행 가서 느꼈던 그 강렬한 인상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돈 없던 어린 시절에는 먼 타지에서의 고생도 일종의 낭만이라고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이 나이 먹고 고생하는 게 싫어서 가능한 한 익숙하고 편안한 여행만 고집하려고 하니
이전만큼의 감수성이 더이상 느껴지지 않는 게 아닐까?
나이를 먹으며 기력이 떨어지고 걱정, 근심과 불안이 많아지면서,
쉴 때만큼은 에너지가 필요한 새롭고 낯선 도전, 탐험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안락한 휴식과 힐링을 누리고 싶은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인생이라는 지도에서
아직 가 보지 못한 부분, 미지의 어두운 부분을 밝히려는 시도를 어느 순간 멈춘 채,
나에게 익숙한 지도의 밝은 부분, 그 한 켠에서만 살아가고 있었던 건 아닐까?
여행 旅行
나그네의 길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경험
어쩌면, 삶 자체가 여행일 지도 모릅니다.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경험,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들을 체험하면서,
몰랐던 나에 대해 알아가고,
이제껏 알지 못했던 나의 장점과 단점,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깨닫게 되면서,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서서히 완성해가는 과정.
불안은 본디 무지에서부터 태어납니다.
인생이라는 지도에서,
너무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으로 분류돼 새까맣게 칠해져 있다면,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상에 대해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테고,
과감하게 영역을 넓히지 못했던 젊은 시절의 나에 대해 후회와 미련을 남기게 될 지도 몰라요.
정신분석학자 칼 융은 삶의 목적이란 죽을 때까지 나를 완성하는 것에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우리의 수많은 도전과 시도, 좌충우돌과 시행착오는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술자리의 사소한 안주거리가 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이 세상을 어떻게 살다 갔는 지에 대한 명확한 족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여름휴가를 계획하면서 이 두 가지 고민을 하고 있네요.. 확실히 예전보다 편하게 보내고픈 맘이 크긴 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장소도 물론 중요한 것이지만,
사무실이나 일상 생활에서도 다양한 자극(소설, 영화, 외국인 친구와 대화 등등)이 또 다른 여행이 될 수 있기도 하고,
막상 여행지 가서도 단순히 소비적 놀이만 할 수도 있는 거구요.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