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편지
딸아, 그간 잘 있었느냐?
갑자기 여름인듯 무더위가 몰려왔구나.
시가어르신들 다 강녕하시냐?
김서방이랑 식구들 다 무고하고, 특히 아이들은 공부 잘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겠지?
혼자서 지내면 아이는 마음이 좁아지는 법이다. 그러니 친구들과 잘 어울려 지내고, 책읽기와 더불어 잘 노는 것도 익히게 하거라.
사람은 자연에서 오감을 통해 수많은 가치를 얻는것, 시골에서 자란 너는 잘 알지?
그런데 도회지 고층아파트의 시멘트 블럭에서 자라는 네 아이들이 걱정이구나.
틈나는대로, 아니 일부러 시간을 내서 들로 산으로, 냇가와 강으로 애들을 데리고 가거라.
학원이나 공부방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학습은 자연이 가르쳐준단다.
풀이름,나무이름, 곤충과 새의 이름을 알게하고, 그들의 사는 모습을 보여주거라.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천둥소리 같은 소리를 듣고,
아름다운 꽃을 보고, 각종 동식물의 색채와 움직임을 느끼게 해주거라.
이건 천금만금을 주고도 못얻는 가치이니 잘 새겨들어라.
또한 일하면서 공부하는 엄마가 되거라.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서 근면과 땀의 소중함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거라.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잘 지내고 후회없이 사랑하며 살거라.
끝으로, 애비가 후회되는 것중에 시간이라는 문제 하나만 더 말해주마.
ㅡ오늘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 미래를 너무 막연하게 잡지 말라는 것이다.
ㅡ가까운 미래는 내년이고, 중간 미래는 삼년이며, 먼 미래는 십년이다.
ㅡ대나무가 매듭을 짓고 자라듯이 너도, 네 아이들도 3년에 하나씩 매듭을 튼실하게 지으며 성장하거라. 삼년이 열번이면 삽십년이다.
애비가 모자람 투성이라 너에게 좋은 환경을 못해줘서 미안하다. 그런데도 네가 스스로 공부하며 잘 커서 가정을 이루어 잘 사니 기쁘기 한량없다.
나중에 다시 만날 때면 애비도 더 공부하고 수행하여 번듯한 선비로 널 만나련다.
그때까지 부디 몸건강히 잘 있거라.
ㅡ천국에서 애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