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독서: 에세 S01E55 - 냄새에 관하여
누구나 그렇듯 몽테뉴 역시 자신은 좋은 냄새에 둘러싸이기를 좋아하며, 나쁜 냄새는 지나칠 정도로 혐오해서 누구보다도 멀리서 그 냄새를 알아차린다고 말한다. (550p.)
좋은 냄새는 사람을 각성시킨다. 길을 걷다 빵 굽는 냄새에 홀리거나, 좋은 향기가 나는 스쳐지나가는 사람을 뒤돌아본다거나, 편백숲길을 걸을 때 마음이 편안해 진다거나 하는 경험은 다들 갖고 있을 것이다. 몽테뉴도 향기로 내 몸이 달라지고 향기에 따라 내 정신에 달리 작용하는 것을 자주 경험했다고 말한다. (551p.) 나쁜 냄새는 생존과도 관련이 깊다. 악취를 풍기는 음식이나 이상한 냄새가 나는 장소는 피해야 한다. 우리는 안 좋은 느낌이 들 때면 수상한 냄새가 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억지로 만들어 낸 좋은 향기를 쓰는 사람들을 수상쩍게 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쪽으로 무슨 타고난 결함이 있어 감추려 하는 것이려니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 시인들은 '좋은 냄새가 난다는 건 악취가 난다는 것'이라는 멋진 구절을 남긴 것이다. (549p.)
포스투무스여, 항상 좋은 냄새를 풍기는 사람에게선 안 좋은 냄새가 난다네. (550p.)
냄새는 기억을 오래 간직하는데 도움을 준다고도 한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에 좋은 향기와 함께 한다면 추억을 오래 즐길 수 있겠다.
첫댓글 “여인의 제일가는 향기는 아무 향기도 없는 것이다.” - 549- 과연 실제로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싸구려 향수나 너무 강한 향은 거부감을 주지만, 좋은 향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작용은 하는거 같습니다. 인간의 원초적인 자극 중에 하나인 향기는 중요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악취 속에 살다보면 지능이나 감정이 후퇴한다고 하네요. 치매 예방을 위해 향기치료도 한다고 합니다.
냄새는 기억을 오래 간직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와 관련 있는 말이 있어 웃었습니다. 달콤하고 탐욕스러우며 끈적거리던 입맞춤이 수염에 남아 몇 시간이고 머물러 있었다는 말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나는 특별하게도 내 무성한 턱수염이 냄새를 가져오는 도구 역할을 해준다. 장갑이나 손수건을 수염에 갖다 대면 하루 종일 그 냄새가 남아있다. 수염 때문에 내가 어디 있다 오는지가 드러나고 만다. 젊은 시절 달콤하고 탐욕스러우며 끈적거리던 깊은 입맞춤은 수염에 달라붙어 몇 시간이고 머물러 있었다.[551]"
이 장을 읽다보니
쥐스킨트 소설 《향수》가 떠오릅니다
그렇게 만든 향은 어떤 향이었을까요?